담배는 적어도 '담배'라고 써있다 — 초가공식품은 아직 이름조차 없다
한줄 요약
초가공식품(UPF) 규제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이 FDA의 공식 정의 결정을 앞두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NOVA, Siga, AAP 하이브리드 등 경쟁 분류 체계가 충돌하면서, 어떤 정의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연간 1.9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식품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규제 옹호론은 공중보건 위기를 근거로 UPF를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규제의 실질적 수혜자가 대형 식품사의 법무팀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UPF 소비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식품 가격 구조와 접근성의 구조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증상이라는 점에서, 규제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글에서는 FDA의 정의 전쟁, 규제의 역설, 식품 정의의 구조적 한계를 살펴보며 초가공식품 논쟁이 실제로 우리에게 묻고 있는 진짜 질문이 무엇인지 탐색한다.
핵심 포인트
FDA의 정의 전쟁 — 세 가지 분류 체계의 충돌
FDA는 현재 초가공식품(UPF)에 대한 공식 정의를 내리기 위해 세 가지 경쟁 분류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브라질의 역학자 카를로스 몬테이로가 2009년에 제안한 NOVA 분류는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누는데, 4군인 초가공식품은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첨가물이 다수 포함된 제품을 가리킨다. 프랑스에서 제안된 Siga 시스템은 가공 마커에 더해 설탕, 지방, 염분의 정량적 기준까지 포함하는 복합 시스템이고, AAP 기반 하이브리드 접근은 나트륨, 포화지방, 첨가당, 인공색소, 향료, 에너지밀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성분 중심 접근이다. 같은 제품이 어떤 정의로는 UPF이고 어떤 정의로는 아닌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의 선택은 순수한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장이 되었다. 어떤 정의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는 제품의 범위가 극적으로 달라지고, 이는 글로벌 식품 산업의 수조 달러 규모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규제의 역설 — 담배와 결정적으로 다른 구조
UPF를 담배처럼 규제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담배 규제와는 결정적으로 다른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담배의 대체재는 '안 피우기'라는 제로 비용 선택지인 반면, UPF의 대체재는 '건강한 식품'이라는 높은 비용의 선택지다. 미국에서 식품 사막 지역 성인의 44%가 비용 때문에 건강 식품을 자주 건너뛰고 있으며, 약 1,900만 명이 대형 마트까지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식품 사막 지역에 살고 있다. 이 가격 구조 속에서 UPF를 규제하면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으며, 이미 식품 사막인 지역의 사막화가 가속될 위험이 있다. 규제가 의도한 공중보건 개선 대신 식품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 역설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핵심 쟁점이다. 특히 규제의 비용이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전가되는 구조는 규제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본질적 결함이다. 한국도 편의점 도시락과 1인 가구 즉석식품 시장의 급팽창이 보여주듯 이 역설은 이미 우리 일상에 닿아 있으며, 규제 논의가 의도와 결과의 간극을 얼마나 냉정하게 직시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린다.
산업 로비의 담배형 플레이북
식품 산업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담배 산업이 사용한 전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학계에 연구비를 지원해 업계 친화적 연구 결과를 양산하고 규제 기관 출신 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회전문 인사를 활용하며, '가공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프레임을 집요하게 밀고 있다. 담배 산업이 '니코틴은 중독성이 없다'고 수십 년간 주장했던 것처럼 식품 산업도 '초가공 여부보다 영양 성분이 중요하다'는 논리로 규제의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려 한다. Foodwatch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식품 산업이 20년간 10억 유로 이상을 EU 영양 표시 의무화 저지에 투자한 데에서 보듯, 산업계는 규제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전략적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로비 구조를 고려하면 어떤 정의가 채택되든 산업계는 법적이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의가 확정되는 순간 업계는 이미 다음 수를 준비해 놓는다 — 기술적 성분 재배치로 정의를 빠져나가거나, 과학적 근거를 법정에서 공격하거나, 더 유리한 대체 정의를 밀어 넣는 방식으로. 이것이 규제 논쟁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학이다.
가난의 증상론 — UPF 소비의 구조적 원인
초가공식품 소비를 개인의 선택이나 무지의 결과로 보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CDC 데이터에 따르면 저소득층(빈곤선 130% 미만)의 UPF 에너지 비율이 54.7%이고 고소득층(350% 이상)이 50.4%로,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작아서 이 문제가 특정 계층이 아닌 식품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결함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농업 보조금이 옥수수, 대두, 밀 등 UPF의 핵심 원료에 집중되면서 가공식품의 원가가 인위적으로 낮아진 반면, 신선 식품은 보조금 혜택이 적어 상대적으로 비싸진 가격 구조가 고착화됐다. 식품 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약 1,900만 명에게 '건강하게 먹으라'는 조언은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권고에 가깝다. UPF는 가난이 만들어낸 구조적 증상이며, 증상만 규제하고 원인인 가격 구조와 식품 인프라를 방치하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전이에 그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UPF 규제 논쟁의 본질은 식품이 아니라 빈곤 정책이자 불평등 정책이다.
자유 시장 논리의 위선 — 이미 조작된 경쟁 구도
규제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자유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은 현재 식품 시장이 이미 공정한 자유 경쟁 상태가 아니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유럽에서만 20년간 10억 유로 이상이 규제 저지 로비에 투입됐고, 이 마케팅과 로비의 상당 부분이 아동과 저소득층을 타겟으로 한다. 정부의 농업 보조금이 특정 작물에 편중되면서 UPF의 원가가 인위적으로 낮아진 상황은 자유 시장이 아니라 조작된 시장의 결과다.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자유 시장의 전제 조건 자체가 식품 분야에서는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성분표의 복잡한 화학 용어를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식품 산업이 마케팅과 보조금으로 시장을 먼저 왜곡해 놓고 규제가 등장하자 자유 시장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자 전략적 위선이다. 진정한 자유 시장은 소비자가 실질적인 정보와 실행 가능한 대안을 동시에 가진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그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반대하는 것은 왜곡된 현상 유지를 옹호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나는 본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소비자 인식 혁명의 촉발
FDA가 초가공식품에 공식 정의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인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존에는 "가공식품"이라는 모호한 범주만 존재했지만, 초가공식품이라는 명확한 카테고리가 생기면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음식의 정체를 더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다. 칠레의 사례를 보면 전면 라벨링 규제 도입 이후 소비자의 식품 구매 패턴에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됐다. 초가공식품이라는 용어가 일상 어휘에 들어온 것 자체가 이미 식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깨끗한 라벨(clean label)"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식품사가 늘어난 현상은 소비자 인식 변화의 시장 영향력을 입증하며, 정의의 존재 자체가 시장에 정보 투명성을 주입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소비자 인식의 집단적 전환이 기업을 바꾸고, 기업이 시장을 바꾸는 이 선순환이야말로 규제 강도와 무관하게 가장 지속적인 공중보건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다.
- 식품 산업 자체 혁신의 강력한 동기 부여
규제 논쟁은 식품 산업에 자체 혁신의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UPF 정의가 확정되면 식품 기업들은 첨가물을 줄이고 가공 과정을 단순화하는 리포뮬레이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대형 식품사는 초가공 성분 비율을 줄이겠다는 자체 목표를 발표했으며, 이는 규제 압력이 산업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식물성 단백질, 발효 식품, 최소 가공 간편식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식품이 급성장하는 것도 이러한 혁신 압력의 직접적 결과다. 규제가 없었다면 식품 산업은 기존의 수익성 높은 UPF 모델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없었을 것이며, 논쟁 자체가 산업 혁신의 방향을 소비자 건강 쪽으로 재설정하는 구조적 전환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 혁신 압력은 법적 강제보다 훨씬 유연하게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시장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며, 규제가 확정되기 전부터 이미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더 폭넓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 공중보건 비용 절감의 장기적 잠재력
UPF 소비와 각종 만성질환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고려하면, UPF 규제는 장기적으로 공중보건 비용을 절감할 잠재력을 가진다. 비만,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등에 투입되는 의료비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하며, UPF 소비 감소가 이러한 질환의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면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상당히 경감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설탕세 도입 이후 가당 음료 소비가 감소한 사례는 가격 기제를 통한 소비 행동 변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규제가 예방 의학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단순한 식품 분류 문제를 넘어 국가 재정 건전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물론 인과관계가 아닌 연관성에 기반한 추정이므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하지만, 잠재적 편익의 규모는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만성질환 의료비가 단 10%라도 줄어든다면, 그 절감액은 어떤 규제 시행 비용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의 공공 편익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글로벌 규제 표준화의 출발점
FDA의 정의 결정은 글로벌 식품 규제 표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각국의 식품 규제는 서로 다른 기준과 정의를 사용하고 있어 글로벌 식품 무역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FDA가 과학적으로 견고한 정의를 채택하면 이것이 국제적 벤치마크가 되어 규제의 일관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 수준을 전세계적으로 균등화할 수 있다. EU의 GDPR이 데이터 보호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FDA의 UPF 정의가 식품 규제의 "브뤼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제 무역에서 통일된 식품 기준이 존재하면 수출입 과정의 비용과 복잡성도 줄어들어 궁극적으로는 식품 산업 전체에도 예측 가능성이라는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 식약처도 이미 UPF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어, FDA 기준이 확정되는 순간 아시아 각국의 규제 논의도 빠르게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은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 모두에게 단일한 기준점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UPF 규제는 아동과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식품 마케팅에 법적 제한을 가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마련해 준다. 현재 UPF 마케팅은 아동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으며, 학교 주변 편의점과 TV 광고 그리고 SNS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UPF 소비 패턴을 형성한다. 공식 정의가 존재하면 "이 제품은 초가공식품이므로 아동 대상 광고를 제한한다"는 구체적인 규제 근거가 확보된다. 이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마케팅 조작으로부터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식품 선택에서 자율적 판단이 어려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보호 장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가장 쉬운 영역이며,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동 광고 제한에서 시작된 규제의 논리는 자연스럽게 학교 급식, 공공기관 식품 조달,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는 발판이 되며, 이것이 가장 저항이 적고 효과는 큰 규제 접근법이다.
우려되는 측면
- 식품 사막 확대와 저소득층의 직접적 피해
UPF 규제가 시행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이미 식품 접근성이 취약한 저소득층 지역이다. 약 1,90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대형 마트까지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식품 사막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 지역 주민들의 주요 식품 공급원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다. UPF를 규제하면 이 동네의 식품 선반에서 상당수 제품이 사라지지만, 그 자리를 채울 건강한 대안이 즉시 공급될 수 있는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규제론자들은 "건강한 대안을 동시에 보급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규제는 법 하나로 시행되는 반면 식품 유통 인프라 구축에는 수년에서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규제가 인프라보다 빠르게 시행되는 시간차 동안 실질적으로 고통받는 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저소득층이며, 이는 규제가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 대형 식품사의 시장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될 역설
역설적으로 UPF 규제는 대형 식품사의 시장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대형 기업은 R&D와 법무팀에 투자할 충분한 자원이 있어 성분 재구성이나 법적 대응을 통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지만, 중소 식품 업체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담배 규제의 역사가 보여주듯 강화된 규제 환경에서 중소 업체가 먼저 시장에서 퇴출되고 대형 기업의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FDA 정의상 UPF가 아닙니다"라는 법적 면책이 가능해지면, 대형 식품사는 기술적으로 정의를 회피하면서 실질적으로 유사한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다. 규제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보다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기존 대기업에 유리한 독과점 구조를 고착시킬 위험은 결코 이론적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중소 식품 기업의 비율이 높은 한국의 경우, 강화된 규제 환경에서 대기업 중심의 시장 집중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역설은 국내 식품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 과학적 불확실성 위에 세운 규제의 취약성
UPF의 건강 영향에 관한 현재까지의 연구 대부분은 관찰연구에 기반해 있으며, UPF 소비와 건강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UPF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동시에 운동 부족, 낮은 소득, 열악한 의료 접근성 등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혼재 변수를 완전히 분리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이러한 과학적 불확실성 위에 강력한 규제를 올리면, 나중에 "가공 과정"이 아니라 "특정 성분"이 진짜 문제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경우 규제 체계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성급한 규제는 과학적 탐구의 방향을 왜곡하고 편향된 연구 환경을 조성할 위험도 수반한다. 상관관계만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분야에서도 과학적 엄밀성의 기준이 약화되는 연쇄 효과가 우려된다.
- 국제 식품 무역 질서의 혼란과 보호무역주의 위험
FDA의 정의가 글로벌 표준이 되지 못하고 각국이 서로 다른 UPF 정의를 채택하면, 국제 식품 무역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한 국가에서는 합법적인 식품이 다른 국가에서는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은 식품 기업의 수출입 비용을 증가시키고 무역 분쟁의 소지를 만든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식품 수출 산업은 선진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가 비용 부담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WTO 체제 내에서 UPF 규제가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식품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글로벌 식품 공급망이 고도로 통합된 현재 상황에서 규제의 국가 간 불일치는 공급망 재편 비용의 형태로 식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여 최종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 식품 수출 기업들도 FDA와 EU의 정의가 달라지면 수출 시장별로 다른 레시피를 유지해야 하는 추가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 건강한 식품 담론에 내재된 계급적 편향의 공식화
UPF 규제 논쟁은 "건강한 식품"이라는 개념 자체에 이미 계급적 편향이 내포되어 있다는 근본적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다. 유기농, 홀푸드, 로컬 파머스 마켓, 팜투테이블 같은 키워드는 경제적 여유와 시간 그리고 물리적 접근성을 갖춘 중상층의 어휘이며, 초가공식품을 악마화하는 담론은 의도와 무관하게 계급적 우월감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규제 논쟁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참여자들인 유명 셰프와 건강 인플루언서, 웰니스 전문가 중 식품 사막에서 실제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규제가 이 계급적 프레임을 법적으로 공식화하면, 이는 공중보건 정책이 아니라 문화적 분리 정책의 성격을 띠게 될 위험이 있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라는 메시지가 그 "진짜 음식"을 살 여유가 되는 사람에게만 유효한 특권적 조언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규제는 건강 격차가 아니라 문화적 격차를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전망
향후 1~6개월은 FDA의 정의 결정이 가장 중요한 단일 이벤트다. 2025년 7월에 발표된 공식 데이터 요청(RFI)에 5,000건 이상의 의견이 쏟아져 들어왔고, FDA는 2026년 내에 이 의견들을 분석해 연방 정부 통합 정의를 발표할 예정이다. 나는 FDA가 세 가지 접근 중 하나를 "그대로" 채택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NOVA를 기반으로 하되 Siga의 정량적 영양 기준과 AAP의 첨가물 기준을 부분 반영한 절충안이다. 순수하게 NOVA를 채택하면 식품 산업이 집단 소송을 걸 거고, 성분 중심 접근만 채택하면 공중보건 단체가 "산업에 포획됐다"고 공격할 거다. 절충안은 양쪽 모두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전략이지만, 모호한 정의는 법적 공방의 빌미만 늘려주고 기업들에게 회피의 여지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AB 1264를 통해 연방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 행보를 시작했고, 2028년 6월까지 CDPH가 "우려 초가공식품" 목록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주 단위 규제 파편화의 전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식품 업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병렬로 준비하고 있다. 첫째는 리포뮬레이션이다 — 성분표를 조정해서 새로운 정의에 기술적으로 걸리지 않도록 제품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미 "clean label" 트렌드를 타고 유화제, 안정제 등 논란이 되는 첨가물을 줄이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는 법적 대응이다 — Morrison Foerster의 법률 분석가가 "연방 정의만으로는 자동으로 새로운 집행 위험이 생기지 않는다, 법적 중요성은 최종 적용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한 것처럼, 정의 자체의 과학적 근거를 법정에서 공격하는 전략이 이미 준비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대형 식품사가 두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 거라고 본다. 한 손으로는 성분을 바꾸면서 다른 손으로는 소송을 준비하는 전형적인 기업 리스크 관리 방식이다. 단기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성분표의 미세한 변경 정도일 것이다.
중기적으로, 그러니까 앞으로 6개월에서 2년 사이에는 FDA의 정의가 글로벌 표준이 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EU는 이미 독자적 경로를 밟고 있다 — Safe Hearts Plan에서 UPF 과세를 검토했다가 산업 로비로 후퇴한 전력이 보여주듯, 유럽은 미국보다 더 강력한 의지와 더 강력한 저항이 동시에 작용하는 전장이다. 영국의 과학자문위원회(SACN)는 "추가 증거 필요"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식약처가 비교적 적극적으로 UPF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반면 일본은 여전히 관망 중이다. 글로벌 식품 시장이 미국 중심인 만큼 FDA의 결정은 파급력이 크지만, EU가 더 강한 규제를 먼저 도입하면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은 EU 쪽이 될 수도 있다. 이건 GDPR 때와 정확히 같은 패턴이다 — 소위 "브뤼셀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식품 규제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중기 시기에 식품 산업의 구조 재편도 본격화될 거라고 나는 예측한다. 2026년 Mars가 Kellanova를 360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는 산업 재편의 서막에 불과하다. 대형 식품사들은 "건강한"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M&A에 나설 것이다. 동시에 "초가공식품 대안"을 내세우는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근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 그 대안 식품 중 상당수도 사실 상당한 가공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드 패티가 소고기 패티보다 "덜 가공"됐다고 말할 수 있나? NOVA 기준으로 보면 둘 다 4군에 해당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규제 설계의 핵심 난제로 부상할 것이며, "건강한 가공"과 "나쁜 가공"을 구분하는 새로운 하위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앞으로 2~5년을 내다보면, 이 논쟁은 결국 식품 시스템 전체의 재설계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농업 보조금 구조, 식품 유통 인프라, 학교 급식 시스템, 식품 마케팅 규제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패키지로 바뀌지 않으면 UPF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Lancet 시리즈의 43명 전문가가 제시한 7대 정책 권고가 결국 지향하는 것도 이 종합적 전환이다. 패키지 전면 UPF 마커 표시, 아동 광고 제한, 공공기관 UPF 금지, UPF 세금으로 신선식품 보조금 마련, 기업 정치적 영향력 차단, 식품 시스템 구조 개혁, 연구 투명성 강화까지 한 묶음으로 가야 한다. 나는 향후 5년 안에 최소 한 개 주요 국가가 이런 "종합 식품 정책"을 도입할 거라고 본다. 근데 미국이 이런 종합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은 솔직히 낮다 — 미국 정치 시스템에서 농업 보조금을 건드리는 건 정치적 자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적 파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 세포 배양 식품(cellular agriculture) 같은 푸드테크 기술이 향후 3~5년 안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 UPF 논쟁 자체의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가공"의 정의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 실험실에서 배양한 단백질은 "초가공"인가, "비가공"인가? 기존의 NOVA 분류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UPF 시장은 2025~2029년 사이에 856.6억 달러 규모의 추가 성장이 전망되는데(CAGR 9%),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이 기술 기반 "대안 식품" 형태로 나타날 거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규제 기관이 현재의 UPF 정의를 확정하더라도, 5년 안에 그 정의가 기술 발전에 의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 영원한 딜레마가 식품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될 전망이며, 유연하지 못한 정의는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규제가 건강 불평등을 줄일지 늘릴지에 대해서 나는 솔직히 비관적이다. 규제만으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건강한 식품에 대한 보조금, 식품 인프라 투자, 저소득층 대상 영양 프로그램 확대 — 이런 것들이 규제와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규제는 "부자는 더 건강하게, 가난한 사람은 더 적게" 먹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미 미국의 SNAP(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 수혜자 중 상당수가 SNAP 크레딧으로 UPF를 구매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SNAP에서 UPF를 제외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식품의 가격이 SNAP 예산 내에서 감당 가능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식품 사막 지역의 달러스토어(저가 생필품점) 식료품 지출이 2008~2020년 사이 90% 증가했다는 건, 저소득층이 갈수록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에 더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UPF 규제는 불평등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불평등의 형태만 바꾸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강세(bull) 시나리오는 FDA가 과학적으로 견고하고 명확한 정의를 채택하고, 샌프란시스코 소송이 담배 소송처럼 10~20년 만에 업계 관행을 바꾸는 선례가 되며, 동시에 저소득층 식품 접근성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Lancet 전문가들이 제안한 "UPF 세금 수입으로 신선식품 보조금 마련"이 현실화되면서 구조적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 시나리오의 실현 확률은 내 판단으로는 15~20%에 불과하다.
기본(base) 시나리오는 FDA가 절충적 정의를 채택하고 라벨링 의무화는 시행하되, 20년간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한 산업 로비가 연방 기준을 희석시키는 경우인데,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확률은 50~55%다. 이 경우 정의는 나오나 첨가물 일부 규제 수준에 그치고, 대형사는 재포뮬레이션으로 "건강 식품" 마케팅을 강화하며 중소사는 도태된다. 캘리포니아 효과로 사실상 전국 기준은 만들어지겠지만, 완전 시행이 2035년이니 실질적 시장 변화에는 10년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약세(bear) 시나리오는 Nature Food가 보여준 것처럼 과학계 내 의견 양분이 계속되면서 정의 전쟁이 교착되고, 식품 산업 로비가 연방 표준화를 명목으로 주법을 무력화시키는 경우로, 확률은 25~30%로 본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정의 논쟁이 10년 넘게 계속되는 사이 UPF 시장은 CAGR 9%로 성장하고, Mars-Kellanova 360억 달러 합병 같은 대형 인수합병으로 과점이 심화된다. 규제가 결국 나오더라도 대형사만 살아남아 소비자 선택권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
내 전망이 완전히 빗나갈 수 있는 조건도 인정해야 한다. FDA가 예상보다 강력하고 명확한 정의를 내놓을 수도 있고, RFK Jr.의 정치적 드라이브가 GRAS 자가인증 제도 폐지와 인공색소 퇴출까지 밀어붙일 수도 있다. 소비자 운동이 예상보다 강력해져서 규제를 기다리지 않고 시장 자체가 UPF에서 벗어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이거다 — 정부가 정의를 내리든 말든, 성분표를 읽는 습관을 지금 당장 시작해라. 뒷면을 뒤집어서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 5개 이상이면 그건 당신의 몸이 본래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하게 먹으라"는 모호한 조언 대신 "이 제품에 뭐가 들어있는지 읽어라"가 훨씬 실행 가능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이 논쟁이 "UPF가 나쁘다 vs 좋다"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라. 진짜 전쟁은 성분표 위가 아니라 식품 시스템의 구조 안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출처 / 참고 데이터
- Lancet UPF 시리즈 — 전 세계 UPF 연간 판매액 $1.9조, 104개 연구 검토 — EurekAlert/The Lancet
- WHO 유럽 — 담배·UPF·화석연료·알코올 4개 산업이 유럽에서 연 270만 명 사망에 기여 — WHO Europe
- FDA HFP 2026 우선과제 — UPF 연방 정의 개발 공식 문서 — U.S. FDA
- 캘리포니아 AB 1264 — 미국 최초 UPF 학교 급식 퇴출 법안 서명 — California Governor's Office
- Nature Food — UPF 논쟁 편집논문, 과학계 내 의견 양분 확인 — Nature Food
- CDC 데이터 브리프 #536 — 미국 성인 에너지의 56%가 UPF 출처 — CDC/NCHS
- 샌프란시스코 시 — 대형 식품사 10곳 상대 UPF 소송 — SF City Attorney
- Foodwatch — 유럽 식품 산업 20년간 €10억+ 영양표시 의무화 저지 로비 — Foodwatch
- FDA 경쟁 정의 현황 — 5,000건+ 의견 제출, 3가지 접근법 충돌 — FoodNavigator
- UPF 논쟁의 오류 — 개별 식품보다 식단 패턴이 중요하다는 반론 — Forb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