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도 소시지도 '초가공식품' — 정의도 못 하면서 왜 법부터 만들까
한줄 요약
초가공식품(UPF)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정작 '초가공'의 과학적 정의조차 국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먼저 만들어지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학교급식에서 UPF 비율을 10%까지 제한했고,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초로 UPF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콜롬비아는 UPF에 20%의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법의 기준인 NOVA 분류체계는 요거트와 소시지를 같은 '초가공' 그룹에 넣는 모순을 안고 있고, 미국 FDA조차 2026년 현재까지 통일된 UPF 정의를 확정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UPF가 저소득층의 주된 식량원이라는 점인데, 규제가 강화될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초가공식품 전쟁의 진짜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 과학과 법 사이의 간극, 공중보건과 계급 정치의 충돌, MAHA 운동의 정치화 문제를 집중 분석한다.
핵심 포인트
NOVA 분류체계의 과학적 결함 — 요거트와 소시지가 같은 그룹이라는 모순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이 2009년 개발한 NOVA 분류체계는 식품을 4개 그룹으로 나누는데, 그룹 4인 '초가공식품'에 8,000종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 분류가 영양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Cambridge 대학 영양학회 논문에 따르면, 옥수수에 기름과 소금만 넣은 팝콘과 천연 향료를 추가한 팝콘이 영양학적으로 거의 동일한데 서로 다른 그룹으로 분류된다. 두부는 아시아에서 수백 년간 소비된 전통 식품이지만 MSG가 들어가면 '초가공'이 되고, 강화 시리얼과 코카콜라가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다. 한국의 된장이나 간장처럼 수천 년의 발효 역사를 가진 전통 식품도 특정 첨가물 하나로 '초가공'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는 식품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다. Nature가 2025년에 직접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Duke Global Health Institute 전문가는 'NOVA는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이지 식품 정책 기준으로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런 주관적 분류를 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과학적 엄밀성과 법적 안정성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법이 과학을 앞지른 현실 — 정의 없는 규제의 확산
FDA와 USDA가 2025년 7월에야 처음으로 UPF 정의를 위한 공식 정보 공모(RFI)를 시작했는데, 그 이전에 이미 브라질은 학교급식 UPF를 2020년 20%에서 2025년 15%, 2026년 10%로 단계적 제한했다. 캘리포니아는 2025년 10월 미국 최초로 UPF를 법적으로 정의하는 Real Food Healthy Kids Act를 통과시켰고, 2029-30 학년도부터 단계적 퇴출을 시작해 2035-36 학년도까지 완전 퇴출을 목표로 한다. 애리조나는 2025년 4월 11개 첨가물 함유 식품을 2026-27 학년도부터 학교에서 금지하는 법을 서명했다. 콜롬비아는 2023년 10%, 2024년 15%, 2025년 20%로 UPF세를 단계적 인상 중이다. 이 모든 입법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UPF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향후 대규모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정의가 없는데 법이 먼저 만들어지는 이 역설은, 집을 짓기도 전에 인테리어부터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 역설 — 규제의 비용을 가장 취약한 계층이 치르는 구조
CDC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 열량의 62%, 성인의 53%가 UPF에서 온다. UNC Global Food Research Program의 6만 가구 분석은 저소득과 저학력 가구에서 UPF 구매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1,900만 명이 식품 사막에 살고,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30% 더 많이 식품 사막에 거주한다는 USDA 데이터가 이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연구에서는 식품 불안이 심각할수록 UPF 소비가 증가하며, 이는 스트레스 유발에서 고도가공 식품 선호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AJPM 시뮬레이션에서 UPF세가 저소득층에게 역진세로 작용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SNAP과 WIC 혜택을 축소하는 정책 조합은 식품 불안을 심화시키고 건강 격차를 오히려 벌릴 위험이 크다. 식품 사막에 슈퍼마켓을 짓지 않고 UPF만 규제하는 것은 해결책 없이 문제만 지적하는 것과 다름없다.
MAHA 운동의 정치화 — 공중보건이 이념 전쟁이 된 미국
RFK Jr.의 Make America Healthy Again 운동은 2026년 1월 새 영양 지침을 발표하면서 학교 급식에서 가공식품 퇴출과 FDA의 인공 색소 제거를 추진했다. 그러나 동시에 RFK Jr.는 빅푸드 업계와 '전국 단일 식품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 US Right to Know에 의해 폭로됐다. 이는 빅푸드의 주장인 50개 주 개별 규제의 복잡성 문제와 정확히 일치하며, 80개 이상의 공중보건 단체가 '기업 이익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FY2026 예산은 CDC 만성질환 예방센터를 거의 전면 삭감할 것을 제안했는데, 규제를 집행할 공중보건 인프라를 파괴하면서 동시에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공중보건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동시에 CDC 예방 예산을 전면 삭감하겠다고 제안할 수는 없다. 이처럼 UPF 규제가 실질적 공중보건 개선이 아닌 정치적 시그널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MAHA 운동이 진정한 식품 개혁의 동력이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일관되고 투명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식품 산업의 거대한 저항력 — 1.9조 달러 시장의 반격
Lancet 2025년 시리즈에 따르면 UPF 섹터의 연간 글로벌 매출은 1.9조 달러에 달하며, 1962년 이후 대형 제조사가 2.9조 달러의 주주 배당을 지급했다. Technavio 보고서는 UPF 시장이 2024-2029년 사이 8,566억 달러 성장하면서 CAGR 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Consumer Brands Association은 공식적으로 NOVA가 '인식에 기반한 자의적 분류이므로 과학 기반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는데, 이는 향후 소송의 법적 논거로 활용될 것이다. PMC 2025년 논문은 FoodDrinkEurope이 NOVA와 UPF 증거에 대한 '오정보를 적극 유포'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유럽이 시장 성장률 45%로 가장 높은 성장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산업의 로비 파워와 소송 자원은 규제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는 핵심 변수다. 1.9조 달러짜리 산업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리가 없고, 이 반격의 규모와 전략이 향후 5년 규제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공중보건 위기 대응의 과학적 근거가 압도적으로 축적됨
118만 명 대상 메타분석에서 UPF 최고 소비군의 사망 위험이 15% 높았고, UPF 비율 10% 증가마다 사망 위험이 10% 선형으로 상승한다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됐다. BMJ는 UPF와 30가지 이상의 건강 이상 지표 사이의 일관된 연관성을 보고했으며, Lancet 시리즈에서는 104개 장기 연구 중 92개에서 UPF 소비 증가와 만성질환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8개국 연구에서 미국만 해도 UPF 기인 조기 사망이 연간 124,000명으로 추산되고, 브라질은 57,000명으로 전체 조기 사망의 10.5%다. 유럽 9개국 428,728명 코호트에서도 UPF와 순환기, 소화기, 파킨슨병 사망의 양의 연관성이 재확인됐다. 이 수치들은 규제 개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비용이 '불완전한 규제라도 시작하는 것'의 비용보다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영국 음료세가 증명한 산업 재구성 유인 효과
영국의 Soft Drinks Industry Levy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음료 평균 설탕을 46%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핵심은 이것이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아닌 제조사의 자발적 재구성을 통해 달성됐다는 점이다. 세금이라는 경제적 유인이 기업들로 하여금 성분을 개선하게 만든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도 2023년 UPF세 10% 도입 후 판매가 5% 감소했고, 2025년 20%로 인상 시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규제가 반드시 '금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산업 자체를 더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근거다. 저소득층의 선택지를 빼앗는 게 아니라 선택지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경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UPF 규제의 가장 현실적인 성공 청사진이다.
- 아동 보호에 집중한 학교 기반 정책의 실현 가능성
브라질 Ceara 주가 2025년 9월 시행한 법 19.455는 공립과 사립 학교 모두에서 UPF 제공과 판매, 광고를 전면 금지하며 180만 어린이를 보호한다. 학교는 '통제 가능한 식품 환경'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동은 스스로 식품 선택을 하기 어려우므로, 학교급식 개선은 자유 시장 논리로 반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용이하다. 캘리포니아의 단계적 접근인 2028년 보고에서 시작해 2029-30 퇴출, 2035-36 완전 퇴출까지의 로드맵은 식품 기업에 적응 시간을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 아동 영양을 개선하는 합리적 프레임워크다. CDC 데이터에서 6-11세 아동의 UPF 열량 기여도가 64.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급식 개입의 공중보건적 가치는 특히 크다.
- 글로벌 다자적 합의 형성의 모멘텀
2025년 Lancet 시리즈에 43명의 국제 전문가가 참여하여 구조적 정책 권고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과학 커뮤니티 내에서 '행동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WHO와 PAHO가 이미 NOVA를 정책 기반으로 채택했고, 브라질과 칠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다수 국가가 이를 국가 식이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미국의 2025-2030 식이 지침 개정 위원회가 최초로 UPF 관련 연구 질문을 포함한 것도 역사적 전환점이다. Lancet 시리즈가 명시한 '소비자 행동 변화에만 의존해서는 식이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구조적 정책 개입의 필요성을 학술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 축적에서 국제기구 권고, 개별 국가 입법, 글로벌 확산이라는 경로가 명확해지고 있으며, 이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이제 구조적으로 어렵다.
우려되는 측면
- 저소득층 식품 접근성 악화 — 규제의 역진적 효과
미국에서 1,900만 명이 식품 사막에 거주하고,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30% 더 많이 영향받는 상황에서 UPF를 규제하면 이들의 식품 선택지가 더 줄어든다. SNAP 수혜자와 식품 불안이 심각한 성인일수록 UPF 소비가 높은데, 이는 '나쁜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다. AJPM 시뮬레이션에서 UPF세는 저소득층에게 소득 대비 더 높은 비율의 부담을 지우는 역진세로 작용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건강식품 보조금과 결합하지 않는 단독 규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비싼 돈을 내고 더 적은 칼로리를 소비하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식품 사막에 슈퍼마켓을 짓지 않으면서 UPF를 규제하는 것은 해결책 없이 문제만 지적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역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규제의 수혜자는 결국 처음부터 UPF를 별로 소비하지 않았던 고소득층이 된다.
- 과학적 정의 부재로 인한 법적 취약성과 소송 리스크
2026년 현재 FDA조차 통일된 UPF 정의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별로 각기 다른 기준의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Consumer Brands Association이 공식적으로 'NOVA는 자의적 분류'라고 선언한 만큼, 대형 식품 기업이 위헌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충분하다. NOVA 분류에서 동일 팝콘이 한 가지 재료 차이로 다른 그룹에 배정되는 주관성은 법정에서 '자의적 규제'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초기 소송에서 기업이 승리하면 전체 규제 프레임워크가 무너질 수 있고, 이는 규제 추진력을 최소 2~3년 지연시킬 것이다. NOVA를 대체할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분류체계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NOVA 기반 법은 구조적으로 법적 도전에 취약하다. 이건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무너질 준비도 함께 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 규제 집행 인프라 파괴와의 동시 진행 — MAHA의 자기모순
트럼프 행정부 FY2026 예산이 CDC 만성질환 예방센터를 거의 전면 삭감할 것을 제안한 상황에서, UPF 규제를 누가 실제로 집행하고 모니터링할 것인가라는 근본 문제가 있다. Food Navigator USA의 전문가가 경고했듯, SNAP과 WIC 자격 변경이 동시에 진행되면 '이미 취약한 자선 식품 시스템에 추가 부담'을 준다. RFK Jr.가 식품 규제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빅푸드와 연방 사전예방을 논의하는 이중 행보는, 규제가 실질적 건강 개선이 아닌 정치적 시그널링으로 기능할 위험을 보여준다. 규제 법안만 있고 집행 인프라와 예산이 없는 상태는, 법이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좀비 규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건 규제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다. 정치인의 의지와 실질적 집행 능력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크다면, 규제는 선언에 그치고 만다.
- 글로벌 UPF 시장의 압도적 성장세와 산업 로비 파워
Technavio에 따르면 글로벌 UPF 시장은 2024-2029년 사이 8,566억 달러 성장하며 CAGR 9%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간 매출 1.9조 달러, 1962년 이후 2.9조 달러 주주 배당을 지급한 산업의 로비력은 어떤 규제 시도보다 강력하다. 유럽에서 45%의 최고 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규제가 선진국에서만 강화되면 UPF 기업은 규제가 약한 저소득국으로 수출을 늘리는 '규제 회피적 수출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PMC 2025년 논문이 적시했듯 FoodDrinkEurope이 NOVA에 대한 '오정보를 적극 유포'하고 있다면, 과학적 논의 자체가 산업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될 위험도 크다. 이 압도적인 시장 규모와 로비력 앞에서, 어떤 규제도 타협 없이 원형대로 통과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파편적 규제의 고착화 — 50개 주, 50개 기준의 혼란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가 각자의 기준으로 법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 차원의 통일 기준 없이 주별 규제가 난립하면 식품 기업에게는 복잡성 비용이, 소비자에게는 불평등이 고착화된다. 어떤 주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 급식 질이 달라지는 건 공중보건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 주별로 다른 UPF 정의와 금지 성분 목록은 식품 기업들이 '이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저 주에서는 불법'인 제품을 만들게 하면서, 전국 유통 식품의 질 개선보다는 지역별 제품 라인 분리라는 비효율을 낳는다. 이 상황이 5~10년 지속되면 '건강한 식품 환경'이 지역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만들어진다. 이건 규제가 해결하려 했던 문제를 다른 형태로 재생산하는 역설이다. 연방 정부가 나서서 통일 기준을 만들지 않는 한, 이 파편적 구조는 5년 안에 해소되기 어렵다.
전망
자,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이야기해보자. 나는 이 문제가 단순한 '건강 정책'을 넘어서 향후 5년간 글로벌 식품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메가 이슈가 될 거라고 본다.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좀 디테일하게 풀어보겠다.
단기적으로,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를 보면 미국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움직임이 나올 거다. FDA가 2025년 7월 시작한 UPF 정의 공모의 결과가 2026년 내로 나와야 하는데, 내 판단에 이건 아마 '권고'나 '잠정 지침'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통일된 정의를 내리는 순간 수천 개 식품 기업이 소송을 걸 테니까. 그래서 FDA는 아마 "특정 첨가물 기반" 접근법, 즉 칼륨 브로마트나 인공 색소 같은 구체적 성분을 하나씩 규제하는 점진적 방식을 택할 거다. 이건 애리조나 건강학교법이 이미 보여준 모델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식품 기업의 첫 대형 소송이 언제 나오느냐인데, 나는 2027년 전에 캘리포니아법이 타겟이 될 거라고 본다.
2026-27 학년도부터 11개 첨가물 함유 식품이 학교에서 금지되는데, 이런 "성분 특정형" 규제가 연방 차원에서도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캘리포니아의 Real Food Healthy Kids Act 시행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다른 주들이 유사 법안을 발의하는 도미노가 시작될 거다. 나는 2027년 상반기까지 최소 5~8개 주가 학교 UPF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거라고 본다. 뉴욕, 일리노이, 워싱턴 주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데, 이들 주의 정치 성향과 식품 규제 이력을 보면 캘리포니아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에서는 2026년이 학교급식 UPF 10% 제한의 원년이므로, 이 정책의 첫 종합 효과 데이터가 2027년 초에 나오기 시작할 거다. 이 데이터가 긍정적이면 남미 전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모델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부정적이면 규제 반대론자들이 "봐라, 효과 없다"며 공세를 강화할 거다. 콜롬비아의 20% UPF세 효과 데이터도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에 확인될 텐데, 2023년 10% 세율 때 판매 5% 감소였으니, 20%에서는 10~15% 감소까지 갈 수 있다. 이런 라틴아메리카발 실증 데이터가 글로벌 UPF세 논의의 핵심 레퍼런스가 된다.
중기적으로, 2027년부터 2028년까지를 보면 진짜 판이 바뀌기 시작한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2025-2030 식이 지침의 최종 발표와 후속 정책이다. 이 지침이 처음으로 UPF와 비만 위험에 대한 연구 질문을 포함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학교 급식 기준부터 WIC와 SNAP 혜택 식품 목록, 군 식단, 병원 식단까지 연쇄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건 1차 도미노이고, 2차 도미노는 식품 산업의 대규모 재구성이다. 영국 음료세가 설탕 46% 감소를 이끌어낸 것처럼, 연방급 지침이 나오면 식품 기업들은 '소송보다 재구성이 싸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대형 식품 기업들이 'UPF 프리' 또는 '클린 라벨' 라인을 본격 출시하면서, 시장 자체가 '초가공'에서 '덜 가공'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거다.
중기의 핵심 리스크는 소송 전쟁의 본격화다. 나는 대형 식품 기업이 캘리포니아법이나 연방 지침에 대해 'NOVA 분류는 과학 기반이 아니므로 자의적 규제에 해당한다'는 헌법적 도전을 시작할 거라고 본다. Consumer Brands Association이 이미 이 논리를 공식화했고, 동일 팝콘의 분류 모순 사례가 법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증거로 쓰일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초기 사건에서 식품 기업 편을 들면, 전체 규제 프레임워크가 흔들리면서 '정의부터 다시 만들자'로 회귀할 수 있다. 이건 규제 흐름을 최소 2~3년 지연시키는 베어 시나리오의 핵심 트리거다. Technavio의 CAGR 9% 시장 성장 전망은 이 규제 시나리오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인데, 규제 본격화 시 성장률 구성이 바뀔 수 있다.
장기적으로, 2028년부터 2031년까지를 보면 세 가지 시나리오로 갈라진다. 불(Bull) 시나리오에서는 과학이 NOVA를 넘어서는 2세대 분류체계를 개발하고, 영양 프로파일과 가공 정도를 결합한 새로운 기준으로 WHO 차원의 통일 기준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식품 산업이 대규모 재구성을 완료하면서 시장에서 구매 가능한 UPF 자체가 줄어든다. 영국 음료세 모델이 글로벌로 확대되어 EU, 일본, 한국까지 UPF세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선진국 평균 UPF 열량 기여도가 현재 50%대에서 35~40%로 떨어진다. 나는 이 시나리오의 확률을 25% 정도로 본다. 이게 실현되려면 미국에서 초당적 합의가 유지되어야 하고, 식품 산업의 로비가 소송보다 재구성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이 불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가 현재의 첨가물 중심 규제 체계에서 가공도 기반 체계로 전환하는 대규모 정책 개편이 불가피해진다. 한국의 HMR 시장 규모와 편의점 중심 식품 소비 구조를 고려하면, WHO 기준 채택 시 국내 식품 시장의 상당 부분이 재분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농심, CJ제일제당, 오뚜기 같은 대형 식품 기업들이 '클린 라벨' 경쟁에 뛰어들고, 이 변화가 국내 중소 식품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소비자는 편의점 도시락과 즉석 라면으로 상징되는 가공식품 의존도가 높은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규제 충격의 파급력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클 수 있다.
베이스(Base) 케이스가 가장 현실적인데, "파편적 규제"가 고착화되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통일 기준 없이 주별로 다른 규제가 난립하고, EU는 자체 기준을 만들고, 남미는 브라질 모델을 따르고, 아시아는 거의 무규제 상태가 지속된다. 큰 기업은 지역별로 다른 제품 라인을 운영하고, 소비자에게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급식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이 고착화된다. 글로벌 UPF 소비는 완만하게 감소하지만, 2030년까지 선진국에서 5~10% 정도밖에 안 줄고, 본질적인 식품 환경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나리오의 확률을 50%로 본다. 솔직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로다.
베어(Bear) 케이스에서는 대형 식품 기업의 소송이 연방 법원에서 승리하면서 'NOVA 기반 규제는 위헌'이라는 판례가 만들어진다. MAHA류 정치화가 규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CDC 예산 삭감으로 집행 인프라가 사라진다. SNAP과 WIC 축소와 맞물려 식품 불안이 심화되면서 역설적으로 UPF 소비가 오히려 증가한다. 규제가 강한 선진국에서 퇴출된 UPF 제품이 규제가 약한 저소득국으로 수출되는 'UPF 덤핑'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건강 불평등이 심화된다. 나는 이 시나리오의 확률을 25%로 보는데, 현재 미국 정치 상황의 시그널을 보면 이쪽으로 가는 움직임이 꽤 많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담배 규제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극명하다. 담배는 '어떤 양이든 해롭다'는 과학적 합의가 있었고 대체재가 존재했으며 산업 규모가 UPF 시장의 1.9조 달러보다 작았다. 초가공식품은 '특정 유형이 특정 조건에서 해롭다'이고, 저소득층에게 현실적 대체재가 부족하며, 산업 규모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담배처럼 전면 규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알코올 규제 패턴인 세금과 광고 제한, 연령 제한, 라벨링 의무화 같은 '관리형 규제'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갈 거다. 1990년대 담배 소송에서 산업이 졌던 이유는 '숨긴 증거'가 나왔기 때문인데, 식품 산업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가 판을 바꿀 변수다.
연쇄 효과를 보면, 1차는 식품 산업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2차는 대기업은 '건강한 제품 라인'으로 전환할 자본이 있지만 중소 식품 업체는 비용을 감당 못 하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양극화다. 3차는 UPF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수출이 제한되면 규제가 약한 저소득 국가로 수출이 몰리는 'UPF 덤핑' 현상이다. 이건 아무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 부분인데, 나는 이게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글로벌 건강 불평등 심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에도 국내 규제가 강화되면 일부 식품 업체들이 규제가 느슨한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시장으로 제품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어, 이 역시 글로벌 UPF 덤핑 구조의 일부가 된다.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말해야 공정하다. 만약 획기적 과학 발전으로 NOVA를 대체하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분류체계가 2~3년 내에 나온다면, 소송 리스크가 대폭 줄면서 규제가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또한 AI와 개인맞춤 영양학이 빠르게 발전해서 개인별로 식품 영향을 알려줄 수 있게 된다면, 일괄적 규제 자체가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 식품 사막을 해결하는 혁신적 유통 모델인 이동식 신선식품 마켓이나 마이크로 팜, 수직 농업이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규제 없이도 UPF 의존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독자에게 실질적 조언을 한다면 이렇다. "초가공식품 = 무조건 나쁨"이라는 프레임에 휘둘리지 말고, 영양 프로파일을 보는 습관을 들여라. 정치인이 '건강'을 말할 때는 항상 "이 규제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에게 손해가 되는가"를 물어라. 지역 단위 식품 환경 개선에 참여하는 것이 전국 단위 규제를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초가공식품 섭취와 사망률 메타분석 — 18개 코호트 연구 114만 명 대상 — Systematic Reviews, Springer Nature
- 미국 청소년 열량의 62%, 성인 53%가 UPF에서 유래 — CDC 국립보건통계센터, 2025년 8월
- 뉴섬 주지사, 미국 최초 학교급식 UPF 금지법 서명 — 캘리포니아 주지사실, 2025년 10월
- FDA/USDA 초가공식품 정의 최초 공식 정보 공모 — 연방관보, 2025년 7월
- Lancet 2025 시리즈: 43명 국제 전문가, UPF 연간 글로벌 매출 1.9조 달러 확인 — EurekAlert / The Lancet
- 모든 초가공식품이 나쁜가 — NOVA 분류체계 비판적 검토 — 영양학회 논문집, Cambridge University Press
- 미국 6만 가구 소득별 초가공식품 구매 격차 분석 — UNC 글로벌 식품 연구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