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AI를 만들고, 여성은 AI로 대체된다 — ILO가 찾아낸 두 개의 노동시장
한줄 요약
AI 자동화가 젠더 중립적이라는 통념이 ILO의 84개국 데이터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당했다. 여성 주도 직업군의 29%가 생성형 AI에 노출된 반면 남성 주도 직업군은 16%에 그쳤고, 완전 자동화 최고위험 등급에서는 여성 16% 대 남성 3%로 격차가 5배 이상 벌어졌다. 이 수치는 여성이 자동화되기 쉬운 직종을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150년간 여성을 사무·행정직으로 밀어 넣은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청구서다. 동시에 여성은 AI를 만드는 측에서도 배제되어 글로벌 AI 인력의 30%에 불과하고, AI 도구 실제 사용률도 32% 대 57%로 남성에 크게 뒤진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기술 혁명이 기존 불평등을 증폭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핵심 포인트
여성 주도 직업군 AI 노출도가 남성의 거의 두 배
ILO가 2026년 3월에 발표한 84개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주도 직업군의 29%가 생성형 AI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 남성 주도 직업군은 16%에 그쳤다. 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격차도 충격적이지만, 완전 자동화 최고위험 등급만 떼어보면 여성 주도 직업군은 16%, 남성 주도는 3%로 5배 이상 벌어진다. 84개국 중 88%, 그러니까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AI 노출도가 남성보다 높았다. 스위스, 영국, 필리핀에서는 여성 고용의 40% 이상이 AI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이 수치가 우연이나 직업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직업적 성별 분리의 구조적 산물이라고 본다. 이 패턴은 고소득 국가에서 더 극단적인데, ILO-NASK 인덱스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 여성의 9.6%가 최고위험 등급에 속하는 반면 남성은 3.5%로 약 2.7배 격차를 보인다. 사무행정직과 서비스직에 여성 비중이 높은 한국도 이 글로벌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AI를 만드는 쪽에서도 여성은 배제되어 있다
AI 자동화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이 여성이면서 동시에 AI를 만드는 쪽에서도 여성이 소수라는 이중 배제 구조가 핵심 문제다. 글로벌 AI 인력 중 여성은 30%에 불과하고, 이건 2016년 26%에서 6년간 고작 4%포인트 상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 핵심 테크 직군에서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서 여성 비율이 2023년 22%에서 2025~2026년 19%로 떨어졌다. STEM C-suite에서의 여성 비율은 12.2%이고 테크 관리직은 13%, 시니어 관리직은 8%에 불과하다.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가까울수록 여성은 사라진다. 이건 단순히 채용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누구의 관점에서 설계되고 최적화되는가의 문제다. UN Women의 분석에 따르면 133개 AI 시스템 중 44%에서 젠더 편향이 확인됐고, 26%는 젠더와 인종 편향이 동시에 나타났다. 여성이 설계 테이블에서 배제될수록 AI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AI가 다시 여성을 불리한 위치에 놓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AI 도구 사용 격차가 새로운 임금 격차를 만들고 있다
기존의 젠더 임금 격차에 더해 AI 도구 사용 격차라는 새로운 층위의 불평등이 형성되고 있다. 여성의 AI 도구 실제 사용률은 32%인데 남성은 57%로, 25%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IMD와 와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신흥 기술 역량을 보유한 직원은 6%의 급여 프리미엄을 받는다. 그러나 여성은 신흥 기술이 필요한 직무에 지원하는 비율이 16%에 그치고, 관리자가 AI 사용을 권유하는 비율도 여성 21% 대 남성 33%로 격차가 있다. 이건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 접근의 문제다. AI 엔지니어링 스킬을 보유한 여성 비율이 23.5%에서 29.4%로 상승하고 있지만, 직장 내에서 그 스킬을 실제로 쓸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불균등하다. 나는 이 사용 격차가 향후 2~3년 안에 성과 평가와 승진에서 가시적인 젠더 차이로 나타날 거라고 본다. AI 도구를 쓰는 사람과 쓰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그대로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 그 구조가 젠더 라인을 따라 형성되고 있다는 게 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150년 역사가 만든 직업적 성별 분리가 AI 자동화의 표적이 됐다
AI가 여성 직종을 우선 표적으로 삼는 건 알고리즘의 의도가 아니라 150년간 축적된 직업적 성별 분리의 결과다. 19세기 후반 타자기가 상용화된 뒤 여성은 처음으로 화이트칼라 사무직에 대거 진입했다. 여성에게 열린 유일한 화이트칼라 문은 타자기 앞 책상이었고, 그 구조가 100년 넘게 유지되어 여성은 사무와 행정, 서비스직에 집중 배치됐다. 이 직종들이 바로 생성형 AI 자동화의 핵심 표적이다. ILO는 이 구조적 원인을 세 가지로 명확히 정리했다. 여성이 정형화된 사무 업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여성이 STEM과 AI 직종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AI 시스템 자체가 사회의 젠더 편향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자동화되기 쉬운 직종을 선택했다"는 말은 이 역사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는 거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경제 성장기에 여성이 특정 산업과 직군으로 구조적으로 배치됐고, 나는 그 경로의존성이 지금의 AI 자동화 위험 지도와 상당 부분 겹친다고 본다. 이 역사를 모르면 숫자의 의미도 반밖에 이해할 수 없다.
정책 대응은 시작됐지만 속도와 범위가 턱없이 부족하다
EU가 급여 투명성 지침을 2026년 6월 발효시킨 건 긍정적 신호지만, 이것만으로 AI 시대의 구조적 젠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150인 이상 기업에 젠더 임금 격차 보고를 의무화하고, 5% 이상 설명 불가 격차에 6개월 시정 기한을 부여한 것은 공시 압력으로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도 급여 투명성 법이 시행된 9개 주에서는 통제된 격차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6개 주에서는 법이 있어도 효과가 없었고, 이는 법의 존재와 설계 품질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138개국 중 24개국만이 AI 전략에 젠더를 언급하고, 실질적 젠더 반응형 조항을 포함한 나라가 18개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시 의무는 이미 벌어진 격차를 드러낼 뿐, AI가 새로 만들어내는 격차를 막지는 못한다. 진정한 대응은 AI 개발 단계에서의 젠더 영향 평가 의무화, AI 자동화 취약 직종 여성을 위한 재취업 지원 제도, 그리고 AI 관련 직종의 젠더 대표성 목표치를 포함하는 입체적 정책 패키지여야 한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불평등의 가시화 — 데이터가 만드는 변화의 출발점
이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AI 자동화가 젠더 불평등을 전례 없이 선명하게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16% 대 3%라는 숫자는 추상적인 불평등 논의를 구체적인 데이터 기반 토론으로 바꿔놓았다. ILO가 84개국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수치를 내놓기 전에는 "AI가 젠더에 미치는 영향"이 막연한 우려 수준이었다. 이제는 국가별, 직종별, 위험 등급별로 정량화된 근거가 있다. 눈에 보여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데이터가 바로 그 시작점이다. EU 급여 투명성 지침도 같은 맥락인데, 격차를 숫자로 공개하게 만들면 사회적 압력이 형성된다. 미국 9개 주에서 투명성 법 시행 후 통제된 격차가 해소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문제가 숫자로 보여야 정책 개입의 근거도 만들어진다. 그 근거가 지금 처음으로 84개국 규모로 확보됐다는 게 역설적이지만 중요한 진전이다.
- AI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실측 데이터
WEF의 분석에 따르면 AI 엔지니어링 스킬을 보유한 여성 비율이 2018년 23.5%에서 2025년 29.4%로 상승했다. 75개 경제권 중 74개에서 AI 기술 젠더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방향은 올바르다는 신호다. 여성 중 AI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비율이 47.2%에서 58.8%로 1년 만에 크게 올랐다는 것도 의미 있다. 인식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사용률 격차(32% vs 57%)와 관리자 권유 격차(21% vs 33%)가 여전히 크다는 한계가 있지만, 스킬 획득 측면에서의 격차 축소는 장기적 전환의 전제 조건이다. 나는 이 추세가 유지되면 5년 내에 스킬 보유 격차 자체는 의미 있게 좁혀질 수 있다고 본다. 스킬이 있어야 기회 논쟁의 출발선에라도 설 수 있다. 그 출발선이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는 건 작지만 실질적인 진전이다.
- 제도적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EU 급여 투명성 지침의 발효(2026년 6월), 미국 각 주의 급여 투명성 법 확대, ILO의 젠더 반응형 AI 설계 권고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EU 지침은 150인 이상 기업에 젠더 임금 격차 보고를 의무화하고, 5% 이상 설명 불가 격차에 6개월 시정 기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강제력이 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ILO가 권고하는 세 가지 정책 방향, 즉 사회적 대화 강화, 직업적 성별 분리 해소, AI 관련 역할에서 여성 대표성 보장도 국제적 합의의 기반이 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제도적 도구 자체는 확실히 많아졌다. 도구가 갖춰지면 다음은 그걸 쓰는 의지의 문제다. 제도적 인프라가 두꺼워진 지금, 그 인프라를 실제로 가동하느냐 마느냐가 향후 5년의 격차 방향을 가를 거다.
- 논의의 프레임이 '개인 책임'에서 '구조적 문제'로 이동 중이다
과거에는 젠더 임금 격차 논의가 "여성이 협상을 더 잘해야 한다" 같은 개인 역량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ILO의 84개국 데이터와 UN Women의 133개 AI 시스템 분석 같은 대규모 구조적 연구가 나오면서, 논의의 무게 중심이 개인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이 자동화되기 쉬운 직종을 선택했다"는 주장에 대해 "150년 동안 그 직종으로 밀어 넣은 건 사회 구조다"라는 반론이 데이터로 뒷받침되고 있다. 이 프레임 전환은 실질적인 정책 변화의 전제 조건이다.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면 해결책도 개인의 몫이 되지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면 제도적 대응이 정당화된다. 나는 이 인식 전환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ILO와 UN Women 수준의 기관이 데이터를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곡점이라고 본다.
우려되는 측면
- AI 도구 사용 격차가 새로운 유형의 불평등을 만들고 있다
기존의 임금 격차에 더해 AI 도구 사용 격차라는 전혀 새로운 층위의 불평등이 형성되고 있다. 여성의 AI 도구 사용률 32% 대 남성 57%라는 수치는 단순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자가 남성에게는 33%의 확률로 AI 사용을 권유하지만 여성에게는 21%밖에 안 된다는 데이터는 이 격차가 기회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신흥 기술 역량 보유 시 6%의 급여 프리미엄이 발생한다는 IMD와 와튼 연구를 고려하면, AI 사용 격차는 곧 생산성 격차로, 그리고 다시 임금 격차로 전환된다. 이건 기존 격차 위에 새 격차를 쌓아올리는 것이다. 여성이 AI 스킬을 배워도 직장 내에서 그걸 쓸 기회를 받지 못하면, 재교육의 효과는 반감된다. 나는 이 사용 격차가 앞으로 5년간 가장 교활한 형태의 젠더 불평등이 될 거라고 본다.
- 테크 산업의 여성 비율이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변화가 "AI를 만드는 테이블에 여성을 앉히는 것"인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유럽 핵심 테크 직군 내 여성 비율이 22%에서 19%로 떨어진 건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역행이다. 여성 STEM 졸업자의 테크 취업 전환율이 20%포인트 하락한 것도 파이프라인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여성이 집중된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와 디자인 직군은 AI 자동화로 줄어들고 있는데, 새로 만들어지는 AI와 데이터 분야 일자리는 남성이 주도적으로 가져간다. AI 분야 여성 비율 22%, STEM C-suite 12.2%, 시니어 관리직 8%라는 수치는 위로 갈수록 여성이 사라지는 깔때기 구조를 보여준다. 이 구조가 유지되면 AI 시스템은 남성 70%의 관점에서 설계되고, 그 결과로 나온 편향이 여성에게 불리한 결정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글로벌 정책 대응이 문제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138개국 중 24개국만이 AI 전략에 젠더를 언급하고, 실질적인 조항을 포함한 나라가 18개국이라는 사실은 정책적 무관심의 척도다. AI 자동화의 젠더 영향이 84개국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됐는데, 대응하는 나라가 18개국이라면 이건 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EU 급여 투명성 지침이 한 발 앞서 있지만, 이것은 기존 임금 격차의 공시를 강제하는 것이지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구조적 격차에 대한 대응은 아니다. 재교육 프로그램들도 책임을 구조에서 개인으로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나는 현재의 정책 대응 속도와 범위를 보면,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빨라지기보다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제도적 도구가 많아진 건 맞지만, 그걸 실제로 작동시키는 정치적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이건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다.
- 반론의 핵심인 '증강 시나리오'가 실현될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ILO 자체가 "노출은 대체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증강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어둔 건 맞다. AI가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해주면서 여성이 더 창의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도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AI 도구 사용 기회가 성별과 무관하게 배분되는 것, 그리고 변형 과정에서의 협상력이 균등한 것이다. 현실은 두 조건 모두 미충족이다. 사용률 격차 25%포인트, 관리자 권유 격차 12%포인트, 테크 관리직 여성 비율 13%라는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증강의 열매를 따는 것도 결국 기존 권력 구조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그 구조가 비대칭적인 한 증강의 혜택도 비대칭적으로 분배된다. 나는 증강 시나리오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시나리오의 전제 조건이 현재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거다.
전망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가장 먼저 눈에 띌 변화는 EU의 급여 투명성 지침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EU 회원국은 2026년 6월 7일까지 이 지침을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했고, 150인 이상 기업은 2027년 6월에 첫 젠더 임금 격차 보고를 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5% 이상의 격차가 있으면 6개월 안에 시정해야 하고, 안 하면 집행 절차가 가동된다. 나는 이것이 단기적으로 공시 효과를 낼 거라고 본다. 미국에서 급여 투명성 법이 시행된 9개 주에서는 통제된 젠더 임금 격차가 사실상 해소됐다는 Payscale의 데이터가 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6개 주에서는 법이 있어도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법의 존재와 법의 설계 품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단기적으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AI 도구 사용 격차가 생산성 격차로 전환되는 속도다. 지금 여성의 AI 도구 사용률은 32%이고 남성은 57%인데, 이 25%포인트 격차는 갈수록 임금에 반영될 거다. IMD와 와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신흥 기술 역량을 보유하면 6%의 급여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그런데 여성은 신흥 기술이 필요한 직무에 지원하는 비율이 16%에 불과하다. 이건 스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 접근의 문제다. 관리자가 남성에게는 33%의 확률로 AI 사용을 권유하지만 여성에게는 21%밖에 안 된다는 데이터가 이걸 입증한다. 나는 이 사용 격차가 6개월 안에 기업 내 성과 평가에서 가시적인 차이로 나타나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특히 AI 도구가 일상 업무에 깊이 통합되는 대기업에서 먼저 이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고, 그 차이가 보너스와 승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거다. 2026년 하반기에 AI 자동화가 본격화되면서 처음으로 대규모 감원 사이클이 시작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증강'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비용 절감 압력이 커지면 '대체' 목적으로 전환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전환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사무와 행정직이고, 그 직종에 여성이 과대 대표되어 있다. 여성이 AI 중단 대상 역할의 57%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나는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사이에 이 숫자가 현실화되는 사례들이 보도되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단기 전망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다. BLS 데이터가 보여준 83.9%에서 80.6%로의 하락이 구조적 추세의 시작인지 일시적 변동인지를 판단하는 게 6개월 안에 가능해진다. 2026년 2분기와 3분기 데이터가 나오면 이게 일회성 잡음인지 방향 전환인지 윤곽이 잡힐 거다. 만약 두 분기 연속으로 80% 아래에 머물거나 더 떨어지면, 이건 AI 자동화가 임금 격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첫 번째 통계적 증거가 된다. 반대로 83% 이상으로 회복되면 2026년 1분기의 하락은 계절적 요인이나 업종별 구성 변화 때문일 수 있다. 나는 솔직히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데, AI 도구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남성 주도 직종의 생산성 프리미엄이 커지는 시기와 정확히 겹치기 때문이다.
중기적으로 보면, 향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진짜 판이 갈리는 건 각국 정부의 AI 전략이 젠더를 포함하느냐 마느냐다. 지금 138개국 중 24개국만이 국가 AI 전략에 젠더를 언급하고 있고, 실질적인 젠더 반응형 조항을 포함한 나라는 18개국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2027~2028년까지 의미 있게 늘어나지 않으면, AI 자동화의 젠더 격차는 방치되는 셈이다. EU는 급여 투명성 지침으로 한 발 앞서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명성은 불평등을 보여줄 수 있지만, 불평등을 고치는 건 다른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 나는 2028년까지 젠더 반응형 AI 정책을 도입하는 나라가 50개국을 넘기면 구조 개선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추세를 보면 그 가능성은 낙관하기 어렵다.
중기적으로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유럽 테크 산업에서 여성 비율의 추이다. McKinsey와 Findem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핵심 테크 직군 내 여성 비율이 2023년 22%에서 19%로 떨어졌다. 이건 역주행이다. 여성 STEM 졸업자가 테크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20%포인트 하락한 것도 심각한 신호다. 이 파이프라인 붕괴가 2년 안에 반전되지 않으면, AI 시대에 여성은 만드는 쪽이 아니라 대체되는 쪽에 더 깊이 갇히게 된다. AI 분야만 따지면 여성 비율이 22%이고, STEM C-suite는 12.2%에 불과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가까울수록, 여성은 사라진다.
나는 이 구조가 2년 안에 역전되기보다는 더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EU 급여 투명성 지침의 첫 보고 시점인 2027년 6월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자사의 젠더 임금 격차를 공개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순간, 사회적 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보고 데이터가 공개되면 기업간 비교가 가능해지고, 격차가 큰 기업은 인재 확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런 시장 메커니즘이 정책 압력과 결합하면 중기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건 기존 임금 격차에 대한 대응이지, AI가 새로 만들어내는 구조적 격차에 대한 대응은 아니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필리핀 같은 BPO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중기적 충격이 선진국보다 더 가시적일 수 있다. 1,270만 개의 일자리가 AI에 노출되어 있고, 수도권 마닐라의 노출도가 40%에 달하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BPO 계약을 AI 솔루션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필리핀 정부의 대응 속도를 앞지를 거다. BPO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회 이동의 사다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환은 고용 수치 너머의 사회적 충격을 동반한다. 나는 2027년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BPO 산업에서 AI 대체 관련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본격화될 거라고 본다.
중기 전망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게 하나 더 있다. AI 도구 사용 격차가 만들어내는 '이중 격차' 효과다. 현재 여성은 AI 자동화에 의해 밀려나는 리스크가 크면서 동시에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이 이중 격차가 중기적으로 고착되면 아주 독특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남성 직원과 활용하지 못하는 여성 직원 사이에 같은 직급 내에서도 성과 차이가 벌어지고, 이게 승진과 급여에 반영되면서 기존의 '유리천장'에 더해 'AI 천장'이라는 새로운 장벽이 생기는 거다. IMD 연구가 보여준 6% 급여 프리미엄이 5년간 복리로 누적되면, 같은 시점에 같은 직급으로 입사한 남녀 사이에도 상당한 소득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2년에서 5년 사이를 내다보면, McKinsey가 2019년에 예측한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여성 4천만에서 1억 6천만 명이 직종을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건 현재 취업 여성의 최대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근데 이 예측이 2019년, 그러니까 생성형 AI 폭발 이전에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실제 전환 압력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여성 일자리 손실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직과 사무관리직에서 발생하고, 남성 일자리 손실의 40%는 기계와 제조업에서 발생한다. 손실 영역이 젠더별로 완전히 다르다는 거다.
성공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면 여성의 고용 점유율은 유지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전환 지원 없이 시장에 맡기면 격차는 구조적으로 고착된다. 장기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거다. AI가 직업적 성별 분리를 해체할 것인가, 아니면 공고히 할 것인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AI가 정형화된 사무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여성이 더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인 역할로 이동할 수 있다. WEF 데이터가 보여주듯 AI 기술 격차가 75개국 중 74개에서 줄어들고 있고, 여성의 AI 스킬 보유 비율이 23.5%에서 29.4%로 상승한 건 방향은 맞다는 신호다.
이 낙관적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AI를 만드는 테이블에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고, 기업 내 AI 사용 기회가 성별과 무관하게 배분되며, 정부 AI 전략에 젠더 조항이 실질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면 2030년까지 여성의 고용 점유율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을 현재 추세만 놓고 보면 낮다고 판단한다. EU 지침과 같은 제도적 압력이 확산되면 가속화될 수 있지만, 138개국 중 18개국만이 실질적 조항을 갖추고 있는 현실에서 낙관은 아직 이르다.
장기 시나리오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변수가 있다. AI 벤처 투자에서 여성 창업팀이 받는 비율이다. 현재 AI 분야 창업자 중 여성은 15% 미만이고, AI 벤처 투자의 90% 이상이 남성 주도 팀에 흘러간다. 2025년에 AI 투자 규모가 3,750억 달러에 달했고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에만 5조 달러가 투입될 예정인데,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5년 안에 젠더 분배를 바꾸지 못하면 AI 경제의 설계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고착된다. 자본이 누구에게 흘러가느냐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고, 기술의 방향이 고용의 구조를 결정한다. 나는 이 자본 흐름의 젠더 비대칭이 향후 5년간 가장 과소평가된 변수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역학이 있다. AI 시대에 새로 생기는 직종의 성별 분포가 어떻게 형성되느냐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낸 직종은 초기에 성별 중립적으로 시작하다가 임금이 오르면 남성이 들어오면서 여성이 밀려나는 패턴을 반복했다. 초기 프로그래밍이 대표적인데, 1960년대까지 프로그래밍은 '여성의 일'로 여겨졌지만 급여가 올라가고 직업적 위신이 높아지면서 남성이 장악했다.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트레이너, AI 윤리 감사 같은 새 직종이 지금 생겨나고 있는데, 이 직종들의 초기 성별 분포가 어떻게 자리잡느냐가 5년 후의 구조를 결정한다. 이 초기 분포를 의식적으로 교정하지 않으면, 1960년대 프로그래밍의 역사가 AI 시대에 그대로 반복될 거라고 나는 강하게 확신한다.
비관적 시나리오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현재 상태가 방치되면 어떻게 되는가. 고소득 국가에서 여성의 9.6%가 최고위험 등급에 속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AI 도구 사용 격차가 생산성 격차로 전환되면 임금 격차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층위에서 확대된다. 임금 비율이 1년 만에 83.9%에서 80.6%로 밀린 게 일회성 잡음이 아니라 추세의 시작이라면, AI는 이 시계를 더 늦추는 쪽으로 작동한다. 유럽 테크 직군에서 여성 비율이 22%에서 19%로 떨어진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 여성은 AI 경제의 소비자이자 피해자 역할에 갇히게 된다. 여성 임금 비율이 80센트 아래로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의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히 있다. AI의 증강 효과가 대체 효과보다 압도적으로 클 경우, AI가 사무와 행정직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직무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서 오히려 해당 직군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ILO 자체도 "노출은 대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상 기술 혁명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파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 사례가 반복됐다. 타자기가 여성에게 사무직 진입 경로를 만들어준 것처럼, AI가 새로운 직종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면서 여성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또한 AI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WEF의 데이터도 낙관의 근거다. WEF 수치로 확인된 건 2018년 23.5%에서 2025년 29.4%까지의 상승이다. 만약 지금의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나는 2030년까지 여성의 AI 스킬 보유 비율이 40%를 넘길 수 있다고 본다. 이건 WEF의 전망이 아니라 나의 조건부 판단이다. 동시에 실제 사용률 격차도 10%포인트 이내로 줄어든다면 증강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의미 있게 높아진다. 여성 중 AI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비율이 1년 만에 47.2%에서 58.8%로 뛴 것도 인식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신호다. 정책 환경도 EU 급여 투명성 지침, ILO의 젠더 반응형 AI 권고, 미국 각 주의 투명성 법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제도적 인프라는 이전보다 훨씬 두꺼워졌다.
독자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겠다. 이 문제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그래도 몇 가지는 있다. 자신의 직종이 AI 노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라. ILO-NASK 인덱스가 직종별 노출도를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사용하라. 스킬 보유와 실제 사용 사이의 격차가 문제의 핵심이니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면, AI 교육 기회가 성별과 무관하게 배분되는지 확인하고 목소리를 내라. 관리자가 남성에게만 AI 도구 사용을 권유하는 패턴이 있다면, 이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구조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행위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건 정책의 문제다. 138개국 중 18개국만 실질적 젠더 반응형 AI 조항을 갖추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은 구조적 파도에 삼켜진다. 나는 이 싸움이 최소 10년은 걸릴 거라고 본다. 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그 시간은 얼마든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ILO 신규 데이터, 생성형 AI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직장 위험 초래 확인 — 국제노동기구
- 생성형 AI, 직업적 성별 분리 그리고 노동 세계의 젠더 평등 — 국제노동기구
- ILO-NASK 글로벌 인덱스, 4개 직업 중 1개 생성형 AI에 의한 변형 위험에 처해 — 국제노동기구
- 2026년 1분기 여성 주간 중위 소득 1,098달러, 남성 1,362달러 — 미국 노동통계국
- AI는 이미 수십억 명의 현실을 다시 쓰고 있다 — 그러나 여성에 대해서는 틀렸다 — 유엔 여성기구
- 여성이 유럽 기술 인력에서 사라지는 이유 — 유로뉴스 / 맥킨지
- AI와 신흥 기술이 젠더 임금 격차를 넓히는 방식 — IMD 경영대학원 / 와튼 스쿨
- 2026년 젠더 임금 격차 확대 — HR Dive / 페이스케일
- 필리핀의 생성형 AI와 일자리 — 국제노동기구
- AI,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협하다 —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비즈니스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