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은 이미 인권이 아니다 — 34억 명의 주거 위기가 증명한다

AI 생성 이미지 - 좌측에서 정부 인물들이 물러나고, 중앙에 뉴욕·런던·서울·도쿄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며, 우측에 투자 자본이 주황색 빛의 흐름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하단에는 '집을 살 수 없다', '주거는 인권이다', '퇴거당했다'는 텍스트를 들고 있는 임차인 그룹이 있고,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결정 시스템을 나타내는 기호들이 도시 곳곳에 표시되어 있다.
AI 생성 이미지 - 정부의 주거 정책 철수와 투자 자본의 유입으로 집이 수익 자산으로 변모하는 글로벌 주거 위기의 구조를 시각화한 에디토리얼 인포그래픽

한줄 요약

2026년 UN-Habitat 세계도시보고서는 전 세계 34억 명, 인류 3명 중 1명 이상이 안전하고 적절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공개했다. 글로벌 주택 부족은 2010년 2억 5,100만 호에서 2023년 2억 8,800만 호로 확대됐고,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11.2로 치솟으며 보통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OECD 국가들의 주택 개발 공공 투자가 2009~2016년 사이 약 90% 삭감된 뒤 그 공백을 사모펀드와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관리 시스템이 메우면서, 집의 성격 자체가 '거주 공간'에서 '수익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벌어졌다. 미국 극저소득 임차인 1,100만 명 중 74%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고, EU에서도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5.1% 상승하며 위기는 대륙을 가리지 않는다. 이 글은 주거 위기의 원인이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공급의 주체와 목적이 바뀐 구조적 전환에 있다는 관점에서, 국제사회가 78년째 반복해온 선언의 한계와 핀란드·싱가포르·도쿄 등 실질적 해법의 가능성을 분석한다.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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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투자 90% 삭감이 만든 구조적 공백

OECD 국가들의 주택 개발 분야 공공 투자는 2009년에서 2016년 사이 약 90%가 삭감됐고, 주택 및 지역사회 편의시설 분야 전체 투자도 약 50% 감소했다. 이건 단순한 예산 축소가 아니라 주거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꾼 구조적 전환점이었다. 그 역사적 뿌리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연방 주거 예산 80% 삭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미국에서는 1996년 이후 신규 공공 주택 건설 예산이 사실상 제로가 되면서 공공 주택 40만 호 이상이 사라졌다. 2016년 이후 약 40%의 부분 회복이 있었지만 2009년 정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OECD 국가 3분의 2에서 사회 임대 주택이 전체 재고의 5% 미만이라는 현실이 이 삭감의 구조적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주거에서 떠난 빈자리를 사모펀드와 리츠가 메우면서, 집은 거주 공간에서 수익 자산으로 성격이 전환됐고, 이 구조적 전환이 현재 글로벌 주거 위기의 가장 깊은 뿌리다. 이와 같은 공공 주거 투자의 급격한 감소는 수십 년간 축적된 구조적 이탈의 결과이며, 그 영향은 현재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예산 정책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2

알고리즘이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임대료 조율

RealPage 소프트웨어는 경쟁 관계에 있는 임대인들이 비공개 임대료와 공실률 데이터를 공유하게 하고,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조율하는 시스템이다. ProPublica 보도에 따르면 한 임대인은 이 소프트웨어 도입 1주일 만에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해 11개월 내 25% 이상 인상했고, 캘리포니아에서만 1,700만 명의 임차인이 영향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이를 카르텔 유사 행위로 규정하고 10개 이상의 주 법무장관과 공동 소송을 제기하여, 최대 임대인인 Greystar와 합의에 도달했다. 기관 투자자의 단독 주택 소유 비율이 낮더라도 이런 알고리즘 기반 가격 조율 시스템이 시장 전체의 임대료 수준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새로운 위협이다. 전통적인 부동산 규제 프레임으로는 이런 기술 기반 가격 조율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책 당국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 과제다. 이 문제는 한 기업의 불법 행위 차원을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주거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이며, 부동산 규제와 기술 규제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법적 대응 프레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3

UN 주거권 선언 78년, 선언과 현실의 괴리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주거가 인권으로 처음 명시된 이래 78년이 지났지만, 2026년 현재 34억 명이 안전하고 적절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Housing Rights Watch에 따르면 192개국이 서명한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적 선언이며, 1966년 ICESCR이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지만 국가 재량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 실질적 강제력은 제한적이다. 2013년 발효된 선택의정서도 국내 구제 절차를 전부 거친 후에야 UN 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즉각적인 주거 제공 의무를 부과하지 못한다. 반면 핀란드의 Housing First, 싱가포르의 HDB, 영국의 세입자 권리법처럼 국내법으로 주거권을 강제하고 재정을 투입한 국가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나타났다. 이는 국제 선언 자체가 무의미하다기보다,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국내 차원의 법적 강제와 재정 집행이 주거권 실현의 진정한 핵심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결국 주거권은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투입되고 법이 집행될 때 비로소 현실에서 작동하며, 이것이 78년 역사가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4

단기임대 플랫폼 규제만으로는 역부족

바르셀로나는 단기임대 리스팅을 2020년 약 1만 7,280개에서 2024년 약 8,842개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지만, 바르셀로나 시청 데이터에 따르면 월 임대료는 2014년 688유로에서 2024년 1,166유로로 70%, 주택 가격은 60% 상승했다. World Habitat 분석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에어비앤비는 연 임대료 상승의 1.3에서 2.7%, 포르투갈에서는 3.7%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 플랫폼의 영향 자체는 실재한다. 그러나 규제를 통해 단기임대를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임대료가 급등한 바르셀로나의 사례는, 플랫폼이 주거 위기의 유일한 원인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공 투자 부재와 글로벌 자본 유입이라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으면, 에어비앤비를 막아도 같은 효과가 다른 경로(알고리즘 임대 관리, 투자펀드 직접 매입 등)로 나타난다. 단기임대 규제는 분명 필요조건이지만, 공공 투자 확대와 투기 자본 통제가 병행되지 않는 한 주거 위기의 구조적 해법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실증 데이터로 명확히 뒷받침된다.

5

작동하는 해법은 이미 존재한다

핀란드의 Housing First 프로그램은 2008~2015년 사이 장기 노숙자를 3,600명에서 2,400명으로 33.3% 줄였고, 지원 주거 제공 시 응급 의료와 사회서비스 비용 절감으로 1인당 연간 1만 5천 유로가 절약된다는 실증 결과를 내놓았다. 싱가포르의 HDB는 거주자 80%에게 공공 주택을 제공하고 자가 소유율을 1970년 29%에서 1990년 88%로 끌어올렸으며, 최하위 소득 10% 계층도 84%의 자가 소유율을 달성해 보편적 주거 안정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일본은 중앙집권적 개발 승인 구조와 혼합 용도 지역제로 노숙자 비율을 인구 1만 명당 0.2명(미국 17.5명, 영국 54.4명 대비)이라는 압도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공급 구조 설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정부가 주거 시장의 구조를 수동적으로 지켜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설계하며 재정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해법은 이미 존재하고, 데이터로 검증되었으며, 부족한 건 해법이 아니라 이를 실행할 정치적 의지와 재정적 결단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핀란드 Housing First — 집을 먼저 주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실증

    핀란드의 Housing First 프로그램은 주거 위기 해법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실증 근거를 제공한다. 2008년에서 2015년 사이 장기 노숙자가 3,600명에서 2,400명으로 33.3% 줄었고, 핀란드 전체 노숙자는 1980년대 중반 약 2만 명에서 2021년 약 3,950명으로 장기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을 먼저 준다"는 발상이 파격적으로 들리지만, 제대로 된 지원 주거를 제공하면 응급 의료, 사회서비스, 형사사법 비용이 줄어들어 1인당 연간 1만 5천 유로가 절감된다는 게 World Habitat의 데이터로 확인됐다. 핀란드는 EU에서 노숙자 수가 의미 있게 감소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이 모델의 효과는 유럽 대륙 전체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비용 절감과 인권 실현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모범 사례이며, 이 접근법의 다른 나라로의 확산 가능성이 가장 큰 긍정적 측면이다.

  • 싱가포르 HDB — 정부 주도 보편적 주거 모델의 성공

    싱가포르 주거 개발청(HDB)은 거주자의 80%에게 공공 주택을 제공하며, 자가 소유율을 1970년 29%에서 1990년 88%까지 끌어올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공 주택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최하위 소득 10% 계층의 자가 소유율이 84%, 최하위 20% 계층은 87%로, 저소득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주거 안정을 실현했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이다. 금리 2.6%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구당 1호 제한, 5년 이내 매각 금지 같은 투기 방지 장치가 시장의 투기적 과열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거주자 만족도 역시 주거 93%, 근린환경 95%, 교통 접근성 9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공공 주택이 질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주 노동자 배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주거 공급을 책임질 때 어떤 수준의 보편적 안정이 가능한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다.

  • 영국 세입자 권리법 — 법적 강제력을 갖춘 세입자 보호

    영국이 2025년 10월 통과시킨 세입자 권리법은 무과실 퇴거(Section 21)를 폐지하고, 모든 임대차를 기간 없는 정기 임대차로 전환하여 세입자가 2개월 통지만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했다. 임대료 인상은 연 1회로 제한되고 최소 2개월 사전 통지가 필요하며, 신규 임대 후 12개월 보호 기간에는 임대인이 입주나 매각 목적으로 퇴거시킬 수 없다. 임대 체납 퇴거 요건도 2개월에서 3개월로 상향됐고, 민간 임대 섹터에 임대인 옴부즈만과 임대인 데이터베이스 등록이 의무화됐다. 이런 입법은 UN 선언과 달리 법적 강제력을 갖추고 있어 세입자의 실질적 보호에 직접 기여하며, 임대 입찰 금지와 수급자·자녀 세대 차별 금지까지 포함한 포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슷한 입법 움직임이 다른 나라로 확산된다면, 주거 시장에서 세입자의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EU 최초의 연합 차원 저렴 주택 계획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역사상 처음으로 EU 차원의 저렴 주택 계획(European Affordable Housing Plan)을 발표하며, 이미 430억 유로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공급 확대, 투자 동원, 구조 개혁 지원, 취약계층 보호의 4대 기둥으로 구성되며, 단기임대 규제 입법 예고와 국가 보조 규칙 개정, 범유럽 투자 플랫폼 설립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접근이다.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만 대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연합 차원의 조율된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연간 3~4조 달러가 필요한 글로벌 규모에 비하면 430억 유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회원국 간 모범 사례 공유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 계획이 실질적으로 집행되고 확대될 경우, EU 전역의 주거 시장에서 구조적 개선의 촉매가 될 잠재력이 있다.

우려되는 측면

  •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조율의 체계적 위협

    RealPage 같은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관리 시스템은 전통적인 임대인의 개별적 가격 결정과는 질적으로 다른 구조적 위협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임대인들의 비공개 데이터를 공유하고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조율하는 구조는, 미 법무부가 카르텔 유사 행위로 규정할 만큼 시장 경쟁 원리 자체를 왜곡한다. 캘리포니아에서만 1,700만 명의 임차인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한 임대인이 소프트웨어 도입 11개월 만에 임대료를 25% 이상 올린 사례는 그 파괴력을 입증한다. 한 나라에서 규제해도 기술은 국경을 넘고,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기존 부동산 규제 프레임으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기술이 주거 금융화의 새로운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이 추세는, 전통적 규제 수단만으로는 대응이 근본적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술 규제와 부동산 규제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법적 프레임이 시급히 필요하다.

  • 투자 규모의 압도적 부족과 정치적 삭감 패턴의 반복

    UN-Habitat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적절한 주거를 달성하려면 연간 3조에서 4조 달러가 필요하지만, EU가 투입한 430억 유로조차 연간 필요량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에서는 기존 공공 주택 유지 관리에만 700억 달러 규모의 부채가 잔존하고 있고, 극저소득 임차인 대상 저렴 주택은 720만 호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거 예산이 정치적으로 가장 먼저 삭감되는 경향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1980년대 레이건의 80% 삭감, 2009년 이후 OECD 국가들의 90% 삭감이 이 패턴의 역사적 증거이며, 경기 침체가 오면 주거 투자가 늘어나기보다 줄어드는 역설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 패턴이 깨지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설계해도 다음 경기 침체기에 다시 철수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우려다.

  • 비공식 거주지 확대의 가속화

    비공식 거주지와 슬럼 거주자는 2000년 8억 9,500만 명에서 2024년 11억 3,000만 명으로, 24년 사이에 2억 3,500만 명이나 증가했다. 이 추세는 도시화의 속도가 주거 인프라 확충 속도를 압도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이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주택 부족도 2010년 2억 5,100만 호에서 2023년 2억 8,800만 호로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의 9.3에서 11.2로의 상승은 이 추세가 경제적 여건 악화와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임차인 54.5%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고 있다는 사실은, 위기가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게 집중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의 투자 수준과 정책 대응 속도로는 이 확대 추세를 반전시키기 극히 어려운 상황이며,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 성공 모델의 확장성 한계와 정치적 장벽

    핀란드와 싱가포르의 주거 정책은 분명히 성공적이지만, 이 모델들이 대규모 국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근본적으로 별개의 문제다. 핀란드(인구 약 550만)와 싱가포르(인구 약 590만)는 규모가 작고, 중앙집중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책 일관성과 재정 집중이 가능했다. 미국이나 인도, 브라질처럼 인구가 수억 명이고 연방 구조에 지역별 정치 역학이 복잡한 나라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정책 일관성과 재정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싱가포르의 HDB 체계는 이주 노동자(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를 공공 주택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사례를 글로벌 규모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정치적·구조적·재정적 장벽이 상당하며, 이 장벽을 넘는 것 자체가 별도의 거대한 과제다.

전망

앞으로 6개월 정도를 보면, 미국 주거 시장은 일종의 교착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Freddie Mac 주간 조사 기준으로 2026년 7월 중순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55% 수준인데, 이건 2025년 11월 Fitch 전망 기준의 2026년 목표치 5.8%나 Fannie Mae가 전망한 2026년 말 5.9%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전망 기관들의 예측보다 금리 하락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J.P. Morgan은 이런 환경에서 미국 주택 가격이 2026년 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NAR 구매력 지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35%나 하락한 상태다.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임대 시장으로 밀리면서, 극저소득 임차인의 74%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에 쓰는 상황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

유럽 쪽은 오히려 더 뜨겁다. Eurostat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EU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5.1%, 임대료는 3.0% 올랐다. 국가별로 보면 포르투갈이 주택 가격 10.3% 상승으로 앞서고, 불가리아 9.4%, 슬로바키아 9.1%가 뒤를 잇는다. 임대료에서는 크로아티아가 21.9% 급등으로 단연 눈에 띄며, 슬로베니아(-0.9%)와 핀란드(0%)를 빼면 EU 전 국가에서 임대료가 올랐다. 영국의 세입자 권리법이 시행 초기 단계에서 세입자 보호에 일정 효과를 보겠지만, 구조적인 공급 부족까지 해결하지는 못할 거다. 미국의 RealPage 관련 법무부 소송에서 최대 임대인 Greystar가 합의에 도달한 건 단기적으로 알고리즘 가격 조율에 제동을 거는 선례가 되겠지만, 유사한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기술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솔직하게 밝혀둘 게 있다. 내가 이 전망에서 참조한 Fitch와 Fannie Mae의 핵심 수치들은 2025년 11월에 나온 것이고, 지금은 2026년 7월이다. 8개월의 시차가 있다. 그 사이에 Freddie Mac이 실측한 금리는 6.55%로, 두 기관의 2026년 말 전망치인 5.8~5.9%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전망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건 내 전망의 기반이 되는 수치 자체가 현실보다 낙관적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독자는 이 시점 한계를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중기 전망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금리다. Fannie Mae는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2025년 말 6.4%에서 2026년 말 5.9%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실제로 6% 아래로 떨어진다면 주택 판매는 2025년 472만 호에서 2026년 516만 호로 9.3% 증가할 수 있고, 모기지 약정 규모도 1조 8,500억 달러에서 2조 3,200억 달러로 25% 늘어날 수 있다. 재금융 비율도 26%에서 35%로 확대되면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자금 여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나는 금리 하락이 주거 위기를 "해결"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금리가 내려가면 수요가 살아나고, 수요가 살아나면 가격이 다시 오르는 순환이 시작될 뿐이기 때문이다. 재금융 혜택도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극저소득 임차인 1,100만 명이나 저소득 가구 100가구당 적정 주택 35호라는 절대적 부족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구매력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만 유의미한 변화이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공급 측면에서는 흥미로운 엇갈림이 보인다. 2025년 11월 Fitch 전망 기준으로 미국의 다가구 주택 착공은 13% 증가가 예상됐지만, 단독 주택 착공은 오히려 5.5% 감소 전망이었다. 건설업체들이 단독 주택보다 수익성이 높은 다가구 임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J.P. Morgan에 따르면 서부와 선벨트 지역에서는 팬데믹 시기의 과잉 건설 영향으로 일부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건 전국적 현상이 아니라 지역적 예외에 가깝다.

더구나 주택 부족 규모에 대한 추산치 자체가 기관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J.P. Morgan은 미국 주택 부족을 120만 호 수준으로 추산하지만, 다른 기관들은 400만에서 720만 호에 이르는 훨씬 큰 숫자를 내놓는다. NLIHC는 저렴 주택만 따져도 720만 호가 부족하다고 본다. 어떤 추산치를 전제로 정책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투자 규모가 서너 배씩 달라진다는 뜻이며, 이 불확실성 자체가 공급 정책의 방향을 잡기 어렵게 만든다. EU의 430억 유로 저렴 주택 계획이 중기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각 회원국의 토지 규제 개혁과 건설 인력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2025년 11월 Fitch 전망 기준 심각 연체율이 2025년 1.4%에서 2026년 1.7%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가구들의 위험이 중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내 중기 전망에서 가장 불확실한 부분은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대한 가정이다. 나는 핀란드와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근거로 정부 주도 해법이 작동한다고 주장했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거 정책은 4~5년 선거 주기에 종속된다. 주거 투자의 성과는 10년 이상 걸리는데 정치인의 임기는 그보다 훨씬 짧으니, 구조적으로 단기 성과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인센티브 불일치를 내가 과소평가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내 전망은 "정부가 나서면 된다"는 쪽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

2년에서 5년의 장기 전망으로 가면 구조적 전환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다. 핀란드와 싱가포르의 성공 모델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인데, 나는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본다. 핀란드의 Housing First는 EU에서 노숙자를 의미 있게 줄인 유일한 모델이고, 싱가포르의 HDB는 최하위 소득층 자가 소유율 84%를 달성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성과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각각 인구 550만(핀란드)과 590만(싱가포르)의 소규모 국가에서 강력한 정치적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이나 인도, 브라질 같은 대규모 연방 국가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정책 일관성과 재정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이 모델들의 핵심 원리, 즉 "정부가 공급 구조를 설계하고 투기를 차단한다"는 원칙은 국가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 가능하며, 부분적 도입만으로도 현재보다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도쿄의 중앙집권적 개발 승인 구조와 혼합 용도 지역제는 기존의 지방 분권 체제에서도 연방 차원의 개발 가이드라인으로 변환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모델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추세는 비공식 거주지의 확대와 주거 격차의 고착화다. 2000년 8억 9,500만 명이던 비공식 거주지 거주자가 2024년 11억 3,000만 명으로 늘었다는 건, 24년 사이에 2억 3,500만 명이 더 비공식 주거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이 추세가 2030년까지 반전되려면 UN-Habitat 추산 연간 3조에서 4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주거 관련 공공 투자를 다 합쳐도 이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11.2에서 더 올라간다면, 선진국 중산층까지 주거 불안정에 노출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유럽과 북미 임차인의 절반 이상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건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진행 중인 현실이다.

만약 구조적 전환이 온다면 어떤 징후가 가장 먼저 나타날까. 나는 세 가지를 주시하겠다. 첫째, OECD 국가들의 주택 개발 공공 투자가 2009년 이전 수준의 50% 이상으로 회복되는 움직임이다. 둘째,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관리에 대한 국제적 규제 프레임워크가 등장하는 것이다. 셋째,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11.2에서 하락 전환을 시작하는 국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확인되면, 40년짜리 추세의 반전이 시작됐다는 의미 있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금리가 Fannie Mae 전망대로 5.9% 아래로 떨어지고, EU의 저렴 주택 계획이 본궤도에 올라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지고, 주요 국가들이 핀란드형 Housing First나 도쿄형 공급 자유화를 자국 환경에 맞게 도입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5년 내에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의 상승이 멈추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락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기준 시나리오는 현 상태의 연장이다. 금리는 6% 안팎에서 오래 머물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정부의 주거 투자는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 경우 주택 부족은 2억 8,800만 호에서 계속 확대되고, 주거 불안정 인구는 34억 명 이상에서 더 늘어난다. 약세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 증가, 연체율 급등, 정치적 긴축으로 공공 주거 예산이 다시 삭감되는 상황이다. 1980년대 레이건의 80% 삭감, 2009년 이후의 OECD 90% 삭감이 이 시나리오의 역사적 선례다.

물론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존재한다. 예상치 못한 건설 기술 혁신으로 주택 건설 비용이 급락하거나, 원격 근무가 완전히 정착되어 대도시 집중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된다면, 주거 위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대규모 인구 이동이 기존의 주거 시장 구조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도 변수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불필요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해져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제안하고 싶은 건, 자신이 사는 나라의 주거 정책을 한번 냉정하게 돌아보라는 거다. 정부가 주거 예산을 늘리고 있는가 줄이고 있는가,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가 완화되고 있는가, 세입자의 권리가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가 아닌가. 세 질문의 답이 전부 후자라면, 당신이 사는 나라의 주거 위기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히 개인의 힘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라면 금리 하락기에 고정 금리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고, 기준 시나리오에서라면 주거비가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방어적으로 관리하는 게 핵심이다. 약세 시나리오에서는 임대 계약의 법적 보호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당신이 사는 나라와 도시의 주거 정책에 유권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거다. 주거가 투표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으면, 정치인은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출처 / 참고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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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없고 금지만 있다 —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법의 글로벌 역설

청소년 소셜미디어 금지법이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호주가 2025년 12월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접근을 금지한 이후, eSafety 보호자 설문에 따르면 금지 이전에 계정을 보유했던 자녀의 보호자 10명 중 약 7명이 여전히 주요 플랫폼 계정이 유지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현행 최대 AUD 4,950만 과태료에도 실제 부과 건수는 0건에 머물러 있으며, Albanese 총리는 빅테크의 준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AUD 9,900만으로의 인상을 발표한 상태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금지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으나, 헌법재판소가 결정 n° 2026-911 DC를 통해 핵심인 제1조를 표현·소통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위헌 판단했다. Frontiers in Developmental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제한 실험은 단 한 건도 수행된 적이 없어, 과학적 증거 없이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국이 2027년 봄 시행을, 노르웨이가 2026년 말 법안 제출을 목표로 유사한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글로벌 금지 물결은 정치적 서사가 과학적 증거를 압도한 정책 실패의 사례로서, 금지가 아닌 플랫폼 설계 변경이라는 대안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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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은 아무도 체포하지 못한다 — 그래서 나비 필레이의 수상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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