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쟁도 팬데믹도 못 한 걸 우리가 해냈을지 모른다 — 인류, 처음으로 대체 출산율 아래로

AI 생성 이미지 — 텅 빈 놀이터에 그네와 미끄럼틀이 거의 비어 있고, 모래밭에 아이 두 명만 놀고 있으며, 멀리 벤치에 노인 한 명이 앉아 있는 장면. 배경에는 지구본이 있고 드문드문한 나무가 고령화되는 세상을 상징한다.
AI 생성 이미지 — 아이가 드문 세상: 텅 빈 놀이터에 노인과 소수의 아이만 남겨진 저출산 시대

한줄 요약

글로벌 출산율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2026년 9월 NBER 워킹페이퍼 "Terra Incognita"를 통해 제기되었다. 이 연구는 236개국의 1950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219개국에서 출산율이 하락 중이며 단 하나도 정체 사례가 없음을 밝혔고, 저소득국과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에게 하락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기존 통념을 뒤집었다. UN WPP 2024가 세계 합계출산율을 2.25로 추정하는 반면, ZME Science 보도에 따르면 이 논문은 영아사망률을 보정한 대체율 약 2.20을 기준으로 삼아 세계가 이미 그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측정 방식에 따라 인류가 그 선을 넘었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 드러났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역대 최저 0.72에서 2025년 0.80으로 회복되었으나 대체 수준 2.1과의 거리는 여전히 아득하며, 콜롬비아 1.06과 이란 1.44 등 중소득국에서도 극저출산이 확산되고 있다. 저자들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을 근대성 자체에서 찾으며 "경제 안의 어떤 것도 출산율을 2.1로 되돌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정책 목표를 출산율 회복에서 축소 사회 적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쟁과 팬데믹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이 전례 없는 전환은, 인류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인구 지형에 들어서고 있을지 모른다는 신호다.

핵심 포인트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체 출산율을 하회할 가능성

NBER 워킹페이퍼 35809호 "Terra Incognita"는 2026년 현재 인류가 아마도(likely) 처음으로 대체 출산율 아래로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ZME Science 보도에 따르면 이 논문은 저소득국의 높은 영아사망률을 보정한 글로벌 대체 출산율을 약 2.20으로 설정하며, 이 기준으로 현재 세계 출산율이 그 선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UN WPP 2024는 2024년 세계 합계출산율을 2.25로 추정하여 아직 표준 대체 수준(2.1) 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추정 사이의 간극 자체가 "인류가 언제 그 선을 넘었는지조차 불확실하다"는 불편한 사실을 드러낸다. 전쟁과 팬데믹에서조차 글로벌 출산율이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이 맞다면 문자 그대로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사건이다. 다만 이 논문이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워킹페이퍼라는 점은 해석 시 반드시 감안해야 할 한계이며, 향후 학술적 검증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6개국의 70년 데이터를 단일 프레임워크로 분석한 시도 자체가 이 분야에서 매우 드문 작업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는 분명하다.

2

236개국 중 219개국이 하락 추세이며 정체된 나라가 없음

이 논문은 236개국의 1950년 이후 출산율 데이터를 단일 요인 모델로 분석하여, 전 세계에 공통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큰 흐름이 1978년에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이후로 236개국 중 219개국에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not one leveling off" — 단 하나도 바닥을 찍고 정체된 나라가 없다는 것이 놀라운 발견이다. 이건 지역이나 문화권, 정치 체제에 관계없이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다. ZME Science 보도에 따르면 고품질 통계를 가진 37개국 중 33개국에서 2024년 실제 출생아가 UN 예측보다 적었고, 그 차이가 약 165만 명(9.3%)에 달했다. 이 데이터는 출산율 하락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구조 변화임을 강하게 시사하며, 개별 국가의 정책적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의 현상일 가능성을 높인다. UN WPP 2024 기준으로도 이미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합계출산율 2.1 미만인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나는 이 "단 하나도 정체되지 않음"이라는 발견이 이 논문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본다.

3

하락이 저소득국과 교육 수준 낮은 여성에게 집중된 놀라운 발견

이 논문이 밝힌 "real surprise"는 출산율 하락이 부유한 선진국이 아니라 저소득국과 중소득국, 그리고 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AEI 분석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1.06, 이란 1.44, 터키 1.48로, 전통적으로 대가족 문화가 강했던 나라들까지 극저출산에 진입했다. 태국도 NBER 논문 기준으로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나라에 포함된다. 이는 저출산이 동아시아 선진국만의 현상이라는 기존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데이터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단순한 설명이 전부가 아니며, 근대화 과정 자체에 내재된 더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소득과 교육 수준을 넘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패턴은 향후 아프리카를 포함한 현재 고출산 지역에서도 출산율 하락이 가속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다. 실제로 Lancet과 IHME의 GBD 2021 전망에 따르면 2100년에는 204개국 중 198개국(97%)이 대체 수준 아래에 놓이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세계 출생 점유율이 현재 29%에서 54%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데이터는 하락의 진원지가 부국이라는 통념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4

근대성 자체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저자들의 추측

논문 저자들은 피임 보급, 여성 교육, 경제 발전, 도시화 등 흔히 거론되는 메커니즘 어느 것도 이 글로벌 패턴을 단독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그 대신 그들이 제시한 추측(conjecture)은 "근대성 그 자체(modernity itself)"가 출산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근대적 삶의 구조가 셋째 아이를 가지는 것을 경제적으로 비싸게 만들고, 아이 없이 사는 것을 상대적으로 싸고 편하게 만든다는 논리가 핵심이다. 특히 "children come in integers"라는 표현은 핵심적인데, 아이는 정수로 태어나기 때문에 코호트 출산율을 1.8에서 1.3으로 이동시키는 데는 아주 작은 행동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 추측이 맞다면 출산율 하락은 특정 정책이나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적 삶 자체의 불가피한 결과이며, 정책적 대응의 범위가 본질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통 요인의 정점이 1978년이라는 분석은 이 추세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진행되어왔음을 보여주며, 돌이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암시한다. 나는 이 추측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제시된 대안적 설명 중 이만큼 포괄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5

수십 년간의 출산 장려 정책이 보여준 구조적 한계

한국은 수십 년간 막대한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하며 출산장려금, 보육 지원, 육아휴직, 주택 인센티브 등을 총동원했으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역대 최저 0.72까지 떨어졌다가 2025년 0.80으로 소폭 회복되는 데 그쳤다. 헝가리는 NIUSSP 연구에 따르면 GDP의 6%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족 지출을 했지만, TFR 상승(1.25에서 1.59)의 상당 부분이 출산 시기 변화(tempo effect)에 의한 통계적 착시였고 실제 출생아 수는 약 9만 명에서 거의 변하지 않아 인구 대체에 필요한 12만 7천 명에 한참 못 미쳤다. 가족 정책 수준과 성평등 지수가 세계 최고인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출산율 하락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정책이 출산율을 소폭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대체 수준 2.1로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함을 시사한다. 논문의 "nothing in an economy pushes fertility back to 2.1"이라는 문장은 이런 현실을 직설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정책의 목표를 출산율 회복에서 축소 사회 적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여성 자기결정권 확대와 양성평등 진전의 반영

    출산율 하락의 이면에는 여성들이 자기 삶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된 구조적 변화가 있다. 역사적으로 합계출산율이 4에서 7에 달했던 사회에서 여성은 교육, 경제활동, 사회적 참여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았고, 많은 경우 출산은 선택이 아닌 사회적 의무였다. 출산율 숫자가 낮아진 것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커리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확대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NBER 논문이 밝힌 저소득국에서의 출산율 하락도, 그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출산율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하면 이 구조적 진보를 놓치게 되며, 출산율 회복을 국가 목표로 삼는 것이 자칫 여성의 몸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보는 시각을 강화할 위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콜롬비아(1.06), 이란(1.44), 터키(1.48) 같은 나라에서의 출산율 하락도 이 맥락에서 보면 여성 역할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 1인당 자원 분배 개선과 환경 부하의 장기적 감소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지구에 가하는 생태학적 부하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82억 인구가 만들어내는 탄소 배출, 자원 소비, 폐기물은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을 시험하고 있는데, 장기적 인구 감소는 이 압력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1인당 자원 분배도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주택, 교육, 의료 등 한정된 자원을 더 적은 인구가 나눠 가지게 되면 1인당 투자 가능 금액이 늘어나고, 이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Lancet과 IHME의 GBD 2021 전망에 따르면 2100년에는 세계 합계출산율이 약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장기 추세가 환경 위기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의 인구 감소 논의에서 자주 간과되는 긍정적 측면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인구 감소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 총량을 줄이는 데 구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더 적은 인구가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것이 단순한 인구 규모의 유지보다 지속 가능한 방향일 수 있다.

  • 기술 혁신과 자동화 투자를 위한 강력한 동기 제공

    노동력 감소는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에 대한 투자를 자연스럽게 가속시킨다. 이미 일본과 한국은 제조업 로봇 밀도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 감소 압력이 기술 혁신의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AI와 로봇공학,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노동력 부족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이미 일부 국가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인구 감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기업과 정부는 기존의 인력 중심 모델에서 기술 중심 모델로의 전환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이 "강제적 혁신" 효과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경제 구조의 고도화를 이끌 수 있으며, 인구가 줄더라도 1인당 GDP는 오히려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만든다. 일본의 제조업 자동화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이며, 이 추세는 인구 감소 압력이 직접적으로 촉발한 결과라는 점에서 인구 감소와 기술 혁신의 선순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다.

  •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재설계를 위한 역사적 기회

    인구 구조의 대전환은 연금, 의료, 교육, 도시 설계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시스템은 대부분 인구가 계속 성장한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었기 때문에, 인구 감소 시대에는 작동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건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효율적이었던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예를 들어, 저밀도 도시 설계, 평생 교육 중심의 교육 체계, 세대 간 자원 재분배를 반영한 연금 개혁 등은 인구 감소를 전제로 해야만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NBER 논문이 지적하듯 어떤 경제적 수단도 출산율을 2.1로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에너지를 "더 적은 인구로 더 잘 작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쓰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 방향 전환 자체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위기에 내몰린 사회가 가장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았던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인구 감소 시대의 사회 재설계도 이러한 창의적 대응의 영역이 될 수 있다.

우려되는 측면

  • 연금과 의료 등 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위기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 현행 부과 방식(pay-as-you-go) 연금 시스템과 의료 보험 체계는 구조적으로 지속 불가능해진다. 일하는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비율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연금 급여 삭감이나 보험료 대폭 인상 없이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NBER 논문이 주요 경제적 결과로 저성장(slow growth)을 지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이미 합계출산율 2.1 미만인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UN WPP 2024의 데이터는, 이 문제가 특정 국가의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규모의 도전임을 보여준다.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구조가 정치적 불안정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의 경우 이미 국민연금 고갈 시점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 감소가 가져올 복지 위기의 전조에 해당한다.

  • 경제 성장의 구조적 장기 둔화 가능성

    인구 감소는 소비 시장 축소, 노동 공급 감소, 부양 비율 악화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 성장을 구조적으로 둔화시킨다. NBER 논문은 결론에서 주요 경제적 결과로 저성장을 명시적으로 지목했으며, 이 워킹페이퍼의 모델에 따르면 세계 인구 정점이 UN 전망보다 약 28년 일찍 올 수 있다. 만약 이 추정이 현실에 가깝다면, 현재 수립된 장기 경제 계획과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이 과대 추정에 기반한 셈이 된다. Lancet과 IHME의 전망에 따르면 2100년 글로벌 합계출산율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인구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장기 추세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인구 감소를 일부 상쇄할 수 있지만, 그 효과만으로 구조적 성장 둔화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부동산, 내수 소비, 교육 산업 등 인구 규모에 직접 연동된 분야에서는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 글로벌 인구 불균형에 따른 이민 정치 갈등 심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합계출산율이 4.3인 반면 동아시아와 유럽의 많은 나라가 1 근처에 놓인 극단적 불균형은, 이민 정치의 격화와 남북 간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 Lancet과 IHME의 GBD 2021 전망에 따르면 2100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세계 출생의 5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불균형을 "이민 해법"으로 접근하면 아프리카의 인구를 선진국의 노동 공급원으로 보는 신식민주의적 프레임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이민 송출국 자체의 출산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콜롬비아 합계출산율 1.06) "젊은 인구의 여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이민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민은 경제 이슈에서 안보와 정치 이슈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민은 인구 감소의 구조적 해법이 아니라 국가 간 인구 재배치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의 정치적 갈등은 국제 관계의 주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 사회 활력 저하와 문화적 역동성 감소의 위험

    젊은 인구의 비중이 줄어들면 사회 전반의 활력과 혁신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트업 창업, 문화적 혁신, 사회 변혁 운동은 역사적으로 20대에서 40대 인구가 주도해왔는데, 이 연령대의 절대 수가 줄면 이런 활동의 총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 시장의 축소는 기업들이 신규 사업에 투자할 유인을 줄이고, 이는 경제 전반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Lancet과 IHME의 전망에 따르면 2100년 서유럽 합계출산율은 1.37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의 인구 구조보다 훨씬 더 고령화된 사회를 의미한다. 인구 감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빠른 고령화와 결합된 인구 감소가 사회의 적응 능력을 압도할 때 진짜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의 경우 2025년 첫째아 출산연령이 이미 33.2세로 높아진 상황에서, 다음 세대의 인구 규모가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사회 활력 저하가 장기적 과제로 남는다.

전망

이 NBER 워킹페이퍼가 앞으로 몇 달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생각해보면, 우선 학술 커뮤니티에서의 검증 과정이 가장 먼저 벌어질 거다. 이건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워킹페이퍼이기 때문에, 학계에서 이 논문의 단일 요인 모델과 대체 출산율 2.20 기준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쏟아질 것이다. 나는 이 과정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 논문이 맞든 틀리든, "우리가 이미 선을 넘었을 수 있다"는 질문이 학술 공론장에 올라온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UN WPP 2024가 세계 합계출산율을 2.25로 추정하는 상황에서, 이 두 추정치 사이의 간극을 좁히거나 설명하려는 후속 연구들이 다수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37개국 고품질 통계에서 확인된 UN 예측 대비 9.3%의 출생 부족 현상은 다른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데이터 신호다.

개별 국가 수준에서는, 이 논문이 각국의 인구 정책 논의에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2025년 합계출산율이 0.80으로 소폭 회복되었고, 35세 이상 산모 비중이 37.3%, 첫째아 출산연령이 33.2세라는 현실 속에서 이 추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해질 거다. 중요한 건, 설사 한국의 출산율이 0.9나 1.0 수준까지 반등하더라도 대체 수준 2.1과의 거리는 여전히 1.1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이 논문이 제기하는 "경제 안의 어떤 것도 2.1로 되돌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한국뿐 아니라 저출산에 고민하는 모든 나라에서 정책 목표 자체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콜롬비아(1.06), 이란(1.44), 터키(1.48) 같은 중소득 국가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이 논의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산 장려에서 축소 적응으로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일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할 가능성을 나는 상당히 높게 본다.

중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목격하게 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출산율 회복"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건 하나의 논문 때문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가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Lancet에 발표된 IHME의 GBD 2021 전망은 이미 2050년까지 204개국 중 155개국(76%)이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NBER 논문은 그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여러 국가에서 인구 정책의 공식 목표가 "출산율 X.X 달성"에서 "축소 사회 적응력 강화"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본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현실 인식이고, 오히려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헝가리 사례가 보여주듯 GDP의 6%를 투입해도 실제 출생아 수가 거의 늘지 않았다면, 같은 예산을 교육이나 자동화 투자에 쓰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 NIUSSP 연구에 따르면 헝가리의 실제 출생아 수는 약 9만 명에서 9만 2천 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고, 인구 대체에 필요한 12만 7천 명에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 구조의 변화도 중기적으로 가시화될 거다.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이 만성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단순한 노동 공급 감소를 넘어서 소비 시장의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이가 줄면 육아 관련 산업은 구조적으로 축소되지만, 고령자 대상 서비스와 헬스케어, 실버 테크놀로지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나는 앞으로 "시니어 이코노미"가 전 세계 투자 테마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대형 가족용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고 소형 주택과 1인 가구 중심 주거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다. 도시 설계 자체가 인구 감소를 전제로 재편되기 시작하면, 지방 소멸 문제와 도시 집중 현상이 동시에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나는 이런 변화가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시계획과 주거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고 본다.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도 중기적으로 훨씬 더 격렬해질 것이다. 개별 국가 수준에서 이민은 단기 노동력을 보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역설이 있다. 이민 송출국의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는 거다. 콜롬비아의 합계출산율이 1.06이라는 건,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을 보내던 나라들도 더 이상 "젊은 인구의 여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민을 두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이것이 외교적 긴장과 결합하면서 이민은 순수한 경제 이슈에서 안보와 정치 이슈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이 개별 국가의 단기 해법은 될 수 있어도 글로벌 차원의 구조적 해법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2년에서 5년을 내다보면, 가장 큰 분기점은 인구 정점 시기에 대한 전문가 합의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UN WPP 2024는 세계 인구가 2080년대 중반에 약 103억 명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ZME Science와 Edward Conard 등의 보도에 따르면, NBER 논문의 모델은 정점이 약 2056년에 90억 명 수준에서 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ffgrv.com의 분석에 따르면 이 차이는 약 28년에 달한다. 만약 후자에 가까운 쪽으로 합의가 형성된다면, 전 세계의 연금 시스템, 인프라 투자 계획, 국가 재정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UN의 중간 전망에 따르면 세계 합계출산율은 2050년경 2.07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표준 대체 수준 2.1 아래라는 점에서 UN도 결국은 같은 방향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차이는 속도와 규모일 뿐, 방향은 이미 결정되었다고 나는 본다.

Lancet에 발표된 IHME의 GBD 2021 전망이 그리는 2100년의 그림은 더욱 극적이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4개국 중 198개국, 즉 97%가 대체 수준 이하에 놓인다. 대체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사모아, 소말리아, 통가, 니제르, 차드, 타지키스탄의 단 6개국뿐이다. 글로벌 합계출산율은 2050년 약 1.8, 2100년에는 약 1.6으로 전망된다. 2100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세계 출생의 54%를, 저소득과 하위중소득국이 세계 출생의 7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들이 현실에 가까워진다면, 인류는 앞으로 수세기에 걸쳐 인구가 감소하는 장기 추세에 완전히 진입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재앙"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새로운 정상에 적응하는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솔직히 인정한다.

시나리오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포괄적 가족 정책의 확산, 이민과 자동화의 결합, 의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출산율이 일부 국가에서 소폭 반등하고 인구 감소가 완만하게 진행된다. UN WPP 2024의 중간 전망에 가까운 궤적으로, 인구 정점은 2080년대 중반에 약 103억 명에서 도래하고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추세가 대체로 유지되면서 UN과 NBER 전망의 중간 어딘가에서 정점이 형성되고, 각국은 출산율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서서히 수용하면서 축소 사회 적응 정책으로 전환한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NBER 논문의 추정이 현실에 가까워져 인구 정점이 2050년대에 약 90억 명에서 찍히고, 이후 예상보다 빠른 감소가 시작되며 연금과 복지 시스템에 급격한 붕괴 압력이 가해진다. 나는 현실이 기본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 사이 어딘가에 놓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어느 시나리오든 인구 감소라는 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으며, 차이는 속도와 충격의 크기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짚어야 할 건,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들이다. 만약 의료 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여성의 생물학적 출산 가능 연령이 크게 확대된다면, 또는 현재 예측하지 못한 문화적 대전환이 일어난다면, 출산율 반등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장기 인구 전망 모델링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인정해야 한다. 70년 이상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고, 과거에도 인구 전망은 자주 빗나갔다. 하지만 현재 가용한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상당히 일관되다. 내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건 이거다. 출산율 2.1 회복에 베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인구가 줄어드는 세계에서 자신의 경력과 자산, 거주지를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라. 축소 사회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준비 없이 맞이하면 그것은 분명히 재앙이 될 수 있다.

출처 / 참고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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