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당신은 게임을 산 적이 없다 — 130만 명이 EU에 서명하고서야 깨달은 불편한 진실

AI 생성 이미지 — 디지털 게임 스토어의 'Buy Now' 버튼(왼쪽, 파란색 화면)과 그 뒤에 숨겨진 법적 라이선스 계약 문서(오른쪽, 돋보기로 확대)를 대조한 편집 인포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게임 컨트롤러, 서버 아이콘, 대조적인 색상으로 디지털 게임 소유권이 실제로는 라이선스 취득일 뿐이라는 구조적 사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AI 생성 이미지 — 'Buy Now' 버튼의 환상과 라이선스 계약의 현실을 대조한 디지털 게임 소유권 커뮤니케이션 인포그래픽

한줄 요약

Stop Killing Games 운동이 EU에 1,294,188개의 유효 서명을 제출했음에도, EU Commission은 2026년 6월 16일 법적 의무 부과를 공식 거부하고 자발적 행동 강령이라는 비구속적 대안을 내놓았다. 디지털 게임 판매의 95%를 차지하는 온라인 마켓에서 'Buy Now' 버튼을 눌러온 36억 게이머 중 대다수가 실제로는 게임을 '소유'한 적이 없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제도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추적된 온라인 의존 게임 738개 중 81.2%가 이미 플레이 불가이거나 소멸 위험 상태에 놓여 있으며, 2026년 상반기에만 52개 게임이 서버를 종료하는 등 디지털 게임의 소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AB 1921 법안을 주 의회에서 43대 16으로 통과시키며 미국 최초의 게임 보존 법제화에 한 발 다가섰고, CCPA 이후 20개 이상의 주가 따라간 'California Effect'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조적 상황은 디지털 소유권 전쟁의 진짜 전장이 유럽이 아닌 캘리포니아일 수 있으며, EU의 Digital Fairness Act와 함께 향후 12~18개월이 디지털 게임 소비자 권리의 향방을 결정할 분기점임을 시사한다.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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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 Now 버튼의 구조적 사기 — 우리는 게임을 '산' 적이 없다

디지털 게임 시장에서 소비자가 매일 누르는 'Buy Now' 버튼은 법적으로 구매가 아니라 제한적 접근 라이선스의 취득이다. 이 구조적 괴리가 Stop Killing Games 운동의 근본 원인이며, EU Commission의 거부가 공식화한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Ubisoft는 The Crew 소송에서 "소비자는 게임을 소유한 적 없으니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ESA도 "게임은 라이선스지 소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디지털 스토어의 버튼에는 여전히 'Buy', 'Purchase'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24년 AB 2426을 통해 미국 최초로 디지털 미디어 라이선스 공시 의무를 법제화했으며, 2025년 1월 1일부터 "Buy"라고 표시하려면 라이선스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게임 판매의 95%가 디지털인 현재, $188.8B 규모의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거의 모든 거래가 이 구조적 모순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용어 문제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비자 기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게임 시장에서도 이 구조는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Buy Now' 버튼의 기만성은 언어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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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ommission 거부의 이면 — IP법이 130만 민주주의를 이긴 날

EU Commission은 1,294,188개의 유효 서명을 받은 유럽 시민발의(ECI)에 대해 법적 의무 부과를 거부했다. 거부의 핵심 논리는 두 가지였는데, "기존 지적재산권 하에서 권리 보유자가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유한다"는 것과, 강제 법안이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Commission은 기존 디지털 콘텐츠 지침(2019/770)이 이미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법이 존재하는 동안에도 The Crew 서버 종료 후 자동 환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 소비자단체 UFC-Que Choisir가 2026년 3월 Ubisof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기존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역설적 증거다. 유럽 시민발의 메커니즘 자체의 한계도 드러났는데, 100만 서명으로 Commission의 "검토"를 강제할 수는 있지만 입법 제안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건 EU 민주주의 설계 자체의 구조적 한계이며, 기술 영역에서 시민 청원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지적재산권 프레임이 소비자 보호 프레임을 이긴 이 결정은, 향후 EU 디지털 정책 논쟁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될 전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3

캘리포니아 AB 1921의 혁신적 설계와 California Effect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43대 16으로 통과시킨 AB 1921 'Protect Our Games Act'는 게임 보존 법안 중 가장 현실적인 설계를 갖추고 있다. 핵심은 서비스 종료 60일 전 사전 통지 후, 오프라인 플레이 가능 버전 제공, 독립 구동 패치 배포, 전액 환불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 3중 선택지 구조 덕분에 "기술적으로 오프라인 전환이 불가능한 게임"도 환불이라는 탈출구를 갖게 된다. 구독 서비스, 무료 게임, 이미 오프라인 지원 게임은 적용 제외라 인디 개발자에 대한 부담도 최소화했다. CCPA가 2020년 발효된 후 20개 이상의 미국 주가 자체 종합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 'California Effect'를 고려하면, AB 1921의 파급력은 캘리포니아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AB 2426(2024)으로 디지털 라이선스 공시를 의무화한 전력이 있어, AB 2426에서 AB 1921으로 이어지는 연속 입법 흐름이 존재한다.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소비자 시장인 캘리포니아의 법제화가 글로벌 표준을 끌어올리는 기준점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이 법안이 단순히 한 주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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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코드의 역사적 실패 — 30년간 반복된 업계 포획 패턴

EU Commission이 대안으로 제시한 "자발적 행동 강령(voluntary code of conduct)"은 게임 산업 자율 규제의 역사를 보면 실패가 예정된 수순이다. Royal Society와 PubMed Central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UK에서 루트박스 자율 규제를 도입한 후 Apple App Store 상위 100개 아이폰 게임 중 미성년자 루트박스 구매 전 명시적 동의를 취득한 비율은 정확히 0%였다. 시카고 대학 Stigler Center의 연구도 ESRB(1994년 설립)부터 루트박스까지, 게임 산업 자율 규제가 "상업적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구조적으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른바 '업계 포획(industry capture)' 패턴인데, 규제를 막기 위해 외양만 갖춘 자율 기구를 만드는 행위가 30년간 반복돼 왔다. Commission이 구속력 없는 코드를 만들겠다고 한 건, ESA 입장에서는 사실상 승리 선언이나 다름없다. 자발적 코드에 집행 메커니즘이 없다는 점은 Commission 자체 보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 패턴은 한국의 게임 산업 자율 규제 논의에도 시사점을 준다. 업계 자율에만 맡겨서는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30년치 데이터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5

Digital Fairness Act — Stop Killing Games의 새로운 전선

EU Commission의 ECI 거부 이후, Stop Killing Games 운동은 Digital Fairness Act 개정안에 게임 보존 조항을 삽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피벗했다. DFA는 Q4 2026에 Commission 제안이 예정돼 있으며, 현재 범위는 다크패턴, 인플루언서 마케팅, 중독성 디자인, 개인화 남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 게임 보존 조항이 포함되면 ECI와 달리 EU 27개국에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결과가 나온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수십 명의 MEP가 법적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고, SKG는 의회 내 우호적인 의원들을 통해 개정안 삽입을 추진 중이다. ECI가 Commission에게 "검토해 주세요"라고 청원하는 구조였다면, DFA 개정안은 의회가 직접 법안에 조항을 넣는 입법 행위이므로 Commission이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 게임 업계가 ECI 거부를 승리로 여겼다면 큰 착각인데, 오히려 더 강력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입법 경로를 열어준 꼴이 됐다. DFA에 게임 보존 조항이 들어가는 순간, 유럽 시장에서 사업하는 모든 퍼블리셔는 법적 의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디지털 소유권 의제의 전례 없는 제도적 부상

    디지털 게임 소유권이라는 의제가 EU 시민발의, 유럽 의회 공청회, 캘리포니아 주 의회 표결이라는 제도적 무대에 동시에 오른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1,294,188명이 서명한 유럽 시민발의는 게이머 커뮤니티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정치적 행위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으며, UK에서도 189,887건의 청원이 Westminster Hall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디지털 소유권 논쟁은 포럼과 소셜 미디어의 불만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 공식적인 입법 과정의 대상이 됐다. 프랑스 UFC-Que Choisir의 Ubisoft 소송은 법원이라는 또 다른 제도적 경로를 열었고, 이 소송의 결과는 EU 전역에 판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번 제도적 논의 테이블에 오른 의제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Stop Killing Games가 만든 정치적 모멘텀은 EU 거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유효하다.

  • AB 1921의 현실적이고 유연한 법안 설계

    캘리포니아 AB 1921의 3중 선택지 구조(오프라인 버전, 패치, 환불)는 기술적 제약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은 영리한 설계다. ESA가 "안티치트 시스템이나 온라인 인증을 영구 유지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환불 옵션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게임이든 최소한 하나의 합법적 구제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와 무료 게임을 제외한 것도 현실적인데, 인디 개발자나 소규모 스튜디오가 법적 부담을 질 필요가 없도록 설계돼 있다. 법안이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시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도, 기존 게임에 소급 적용할 경우 발생하는 기술적·경제적 혼란을 방지한 것이다. The Crew 팬 커뮤니티 "The Crew Unlimited"가 비공식 서버를 이미 복원했다는 사실은, 기술적 불가능이라는 업계 주장이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 California Effect를 통한 글로벌 표준 상향 가능성

    캘리포니아 한 주의 법이 미국 전역, 나아가 글로벌 표준을 바꾸는 'California Effect'는 이미 여러 영역에서 입증된 현상이다. CCPA 발효 후 20개 이상의 미국 주가 자체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에서도 캘리포니아 기준이 사실상 미국 전역의 표준이 됐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주별로 다른 빌드를 만드는 것보다 가장 엄격한 캘리포니아 기준으로 통일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게임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최대 소비자 주의 규제는 글로벌 게임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B 2426(라이선스 공시)에서 AB 1921(게임 보존)으로 이어지는 캘리포니아의 연속 입법 흐름은, 단발성 법안이 아닌 체계적인 디지털 소비자 보호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다는 신호다.

  • 게임 산업 자율 규제 실패의 학술적 입증

    게임 산업 자율 규제의 구조적 한계가 이제 학술적으로도 명확하게 입증됐다는 건 중요한 전환점이다. Royal Society와 PubMed Central의 2025년 연구는 UK 루트박스 자율 규제의 준수율이 0%임을 정량적으로 보여줬고, Stigler Center는 30년간의 업계 포획 패턴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 학술적 근거는 향후 법원 소송이나 의회 청문회에서 "자율 규제로 충분하다"는 업계 주장을 반박하는 강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EU Commission이 자발적 코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 선택인지를,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게 된 거다. 이건 단순히 게임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경제 전반의 자율 규제 논쟁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적 토대다.

우려되는 측면

  • 법제화 속도와 게임 소멸 속도의 압도적 격차

    가장 심각한 문제는 법이 만들어지는 속도와 게임이 사라지는 속도 사이의 격차다. AB 1921이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2026년 하반기 상원을 통과해도, 적용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시 게임부터다. 기존 게임들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52개 게임이 서버를 종료했고, Video Game History Foundation에 따르면 1960~2009년 발매 게임의 87%가 상업적으로 접근 불가능하다. Stop Killing Games Wiki의 추적 데이터는 738개 온라인 의존 게임 중 플레이 불가(229개, 34.3%)와 위험 상태(313개, 46.9%)를 합하면 81.2%에 달한다는 걸 보여준다. 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매주 평균 2개꼴로 게임이 소멸하고 있으며, 이미 사라진 게임들은 어떤 법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 구독 모델 확산이 소유권 논쟁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

    게임 구독 시장이 2025년 $14.3B 규모에 연 14.3% 성장률로 확대되면서, '소유권' 논쟁 자체가 구시대 담론이 될 위험이 있다. PlayStation Plus 5,160만 구독자, Xbox Game Pass 3,700만 구독자를 포함해 활성 게이머의 35~40%가 이미 '접근'에 돈을 내고 있다. 구독 모델에서는 애초에 소유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AB 1921도 구독 서비스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퍼블리셔들이 구독 모델로 전환을 가속화하면 법적 규제를 자연스럽게 우회할 수 있게 된다. Microsoft가 Game Pass Ultimate 가격을 50%나 인상하면서도 구독자 수가 12% 성장한 건, 소비자들이 소유보다 접근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 ESA와 대형 퍼블리셔의 압도적 로비 자원

    ESA에는 Microsoft, Sony, EA, Ubisoft, Capcom, Epic 같은 글로벌 대형 퍼블리셔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로비 자금은 Stop Killing Games 같은 시민 운동의 자원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AB 1921이 캘리포니아 주 의회를 43대 16으로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ESA의 집중 로비가 시작되면 범위 축소나 제외 조항 추가 같은 물타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EU에서도 마찬가지로, DFA에 게임 보존 조항이 삽입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업계 로비에 의해 구속력이 약화될 수 있다. ESA가 "게임은 라이선스지 소유가 아니다"는 프레이밍을 30년간 유지해온 건, 법적·제도적 싸움에서 이 조직의 지속성과 자원 동원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시민 운동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분산되지만, 산업 로비의 자금과 인프라는 구조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비대칭적 불리함이다.

  • 기존 게임에 대한 소급 보호 부재와 문화적 손실의 비가역성

    AB 1921이 통과되더라도 2027년 1월 1일 이후 출시 게임에만 적용되므로,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온라인 의존 게임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Stop Killing Games Wiki가 추적하는 738개 게임 중 개발사가 자발적으로 보존에 나선 건 겨우 16개(2.4%)에 불과하며, 팬 커뮤니티가 보존한 110개(16.5%)를 더해도 전체의 19% 미만이다. 나머지 81%는 소멸하거나 소멸 위기에 놓여 있고, 이 게임들이 사라지면 그 안에 담긴 예술적 표현, 게임 디자인 혁신, 커뮤니티의 기억은 영구적으로 상실된다. 영화나 음악은 물리적 복사본이나 아카이브가 존재하지만, 서버 의존형 게임은 서버가 꺼지는 순간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법적 문제를 넘어선 문화적 손실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우려보다 심각하다.

전망

앞으로 6개월, 그러니까 2026년 하반기에 일어날 일부터 짚어보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건 캘리포니아 AB 1921의 상원 표결이다. 주 의회를 43대 16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지만, 상원은 다른 게임이다. ESA가 Microsoft, Sony, EA, Ubisoft, Capcom, Epic 같은 대형 퍼블리셔들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상원에서 로비 공세를 강화할 게 뻔하다. 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60~65% 정도라고 본다. 다만 통과하더라도 범위가 축소되거나 제외 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 ESA의 핵심 주장인 "안티치트 시스템은 영구 유지 불가"를 반영해 특정 온라인 기능에 대한 예외를 두는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주지사 서명은 Governor Newsom이 이미 AB 2426에 서명한 전력이 있어 거부권 행사 확률이 낮다고 본다.

같은 기간, EU 쪽에서는 자발적 코드 수립을 위한 산업계-소비자 단체 라운드테이블이 시작될 거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시간 끌기에 가깝다. Commission이 2026년 말까지 코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속력 없는 지침을 만드는 데 6개월이면 충분하지만 그 지침이 실제로 작동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한편 게임 서버 종료는 멈추지 않는다. 2026년 상반기에만 52개 게임이 이미 종료됐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간 100개 이상의 게임이 소멸하는 셈이다. $188.8B 규모의 시장에서 매주 평균 2개꼴로 게임이 사라지는 와중에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EU의 대응은 너무 느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프랑스 UFC-Que Choisir의 Ubisoft 소송도 이 기간에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 수 있다. 프랑스 법원이 "구매로 오인하게 한 마케팅"에 대해 소비자 측 손을 들어주면, EU 전역에 판례 효과가 퍼지면서 자발적 코드의 실효성 논쟁에 기름을 부을 거다.

중기적으로, 2027년이 진짜 분수령이 될 거다. AB 1921이 상원을 통과하고 주지사가 서명하면, 2027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출시되는 모든 유료 온라인 게임에 적용이 시작된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이 있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캘리포니아 전용 빌드를 따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표준을 캘리포니아 기준으로 통일할 것인가. CCPA의 선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CCPA 발효 후 20개 이상의 미국 주가 자체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고,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주별로 다른 기준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가장 엄격한 캘리포니아 기준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른바 'California Effect'다. 나는 게임 산업에서도 이 효과가 80% 확률로 재현된다고 본다.

같은 시기, EU에서는 Digital Fairness Act가 핵심 전장이 된다. Q4 2026에 Commission 제안이 나오고, 2027년부터 유럽 의회와 이사회 협상이 시작된다. 현재 DFA의 범위는 다크패턴, 인플루언서 마케팅, 중독성 디자인, 개인화 남용인데, 여기에 게임 보존 조항이 삽입되느냐가 관건이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수십 명의 MEP가 법적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고, Stop Killing Games는 의회 내 우군을 통해 개정안 삽입을 추진 중이다. 나는 게임 보존 조항이 DFA에 포함될 확률을 40~50%로 본다. 비록 과반에 못 미치지만, 포함된다면 EU 27개국에 법적 구속력이 생기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와 EU가 양쪽에서 글로벌 퍼블리셔를 압박하는 '규제 샌드위치' 구도가 완성된다.

중기 전망에서 구독 시장 확산은 별도로 짚어야 할 변수다. 게임 구독 시장이 2025년 $14.3B에서 연 14.3% 성장률로 커지고 있고, PlayStation Plus 5,160만 구독자, Game Pass 3,700만 구독자를 포함해 활성 게이머의 35~40%가 이미 구독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구독이 표준이 될수록 '소유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구시대 유물이 될 수 있다. 이건 게임사 입장에서는 규제를 우회하는 가장 편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퍼블리셔들이 구독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면 AB 1921이나 DFA의 게임 보존 조항이 적용되는 유료 게임 비중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이 구조를 인식하지 못하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더 넓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2028~2031년을 내다보면, 두 가지 큰 흐름이 충돌한다. 하나는 디지털 소유권 보호 법제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구독과 클라우드 게이밍이 '소유'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리는 흐름이다. Newzoo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2028년까지 $206.5B에 달할 전망이고, 이 중 디지털 비중은 95%를 넘어 98%에 육박할 것이다. 이 말은 사실상 모든 게임이 서버 셧다운이라는 존재적 위험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Video Game History Foundation의 연구에서 이미 1960~2009년 발매 게임의 87%가 상업적으로 접근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는데, 디지털 전환이 완성되는 2028~2030년에는 이 비율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Stop Killing Games Wiki가 추적하는 738개 온라인 의존 게임 중 개발사가 자발적으로 보존에 나선 건 겨우 16개(2.4%)에 불과하다. 팬이 보존한 게 110개(16.5%), 위험 상태 313개(46.9%), 이미 플레이 불가 229개(34.3%)다. 이 숫자가 법 없이 바뀔 이유가 없다. 법적 보호가 없다면 2031년까지 738개 중 상당수가 영구 소멸할 가능성이 높고, 그 안에 담긴 예술적 표현과 게임 디자인 혁신, 커뮤니티의 기억은 복원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내 게이머들이 즐기던 다수의 온라인 게임들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라졌고, 국내 법적 보호 체계도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이 글로벌 입법 흐름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게임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이제 시나리오를 정리해보자. 낙관적(bull) 시나리오에서는, AB 1921이 2026년 하반기에 상원을 통과하고 2027년 발효되면서 California Effect가 작동한다. 뉴욕, 일리노이, 워싱턴 등 주요 주들이 유사 법안을 도입하고, 대형 퍼블리셔들은 비용 효율상 글로벌 표준을 캘리포니아 수준으로 올린다. EU에서는 DFA에 게임 보존 조항이 삽입돼 2028년 발효되면서, 미국-EU 양쪽의 규제가 사실상 글로벌 기준이 된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2030년까지 주요 퍼블리셔의 신작 유료 게임 중 70% 이상이 서비스 종료 시 오프라인 옵션이나 환불을 제공하는 체제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시나리오의 발생 확률을 25~30%로 본다.

기본(base) 시나리오는, AB 1921이 통과하되 범위가 축소되고, DFA에 게임 보존이 빠진 채 통과되는 경우다. 캘리포니아 한 곳에서만 법적 보호가 존재하고, 일부 대형 퍼블리셔가 PR 차원에서 자발적 오프라인 패치를 제공하지만 산업 전체의 관행은 느리게만 변한다. UFC-Que Choisir vs Ubisoft 소송 같은 개별 법적 공방이 점진적으로 판례를 만들어가는 시나리오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게임 소비자 보호 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혁명적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 확률은 45~50%로 가장 높다.

비관적(bear) 시나리오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AB 1921이 상원에서 부결되거나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EU의 자발적 코드는 UK 루트박스 자율 규제처럼 빈 껍데기가 되며, DFA에도 게임 보존 조항이 빠지는 경우다. Royal Society 연구가 보여줬듯이, UK에서 루트박스 자율 규제 도입 후 상위 100개 아이폰 게임 중 준수율이 0%였다는 사실은 자발적 코드의 미래를 암울하게 예고한다. 시카고 대학 Stigler Center의 연구도 1994년 ESRB 설립부터 30년간 게임 산업 자율 규제가 구조적으로 실패해왔다는 걸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디지털 게임 소유권이 법적 보호 없이 퍼블리셔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상황이 5년 이상 지속된다. 2026년 상반기 52개 게임 종료 속도가 유지되면 2031년까지 수백 개의 추가 게임이 소멸하고, 게임 역사의 보존은 팬 커뮤니티의 불법적 영역에서만 겨우 유지된다. 확률은 20~25%지만, 만약 실현되면 돌이킬 수 없는 문화적 손실이 된다.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짚어두겠다. 가장 큰 변수는 게임 산업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 속도다. 구독 모델이 예상보다 빠르게 업계 표준이 되면, 소유권 논쟁 자체의 정치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소유한 적 없으니 보호할 것도 없다"는 논리가 소비자 사이에서도 수용되는 시나리오인데, 이건 솔직히 게이머로서 가장 두려운 미래다. 또 한 가지, 중국과 인도 같은 대형 시장의 움직임도 변수다. 미국·EU 중심의 규제 논의가 글로벌 시장 50%를 차지하는 이 두 나라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하자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구매 영수증과 게임 라이선스 조건을 보관해두는 거다. 향후 소비자 소송이나 환불 청구 시 증거가 된다. 다른 하나는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이나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게 직접 의견을 보내는 거다. 130만 명이 EU에 보냈듯이, 이 숫자가 미국 상원에도 도달하면 California Effect의 촉매가 될 수 있다. 한국 게이머라면 국내 소비자단체나 관련 청원 채널을 통해 국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유의미한 행동이다. 디지털 게임이 사라지는 건 게임의 죽음이 아니라 문화의 죽음이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30년 후 이 시대의 게임 문화는 87%의 소멸률을 넘어 99%에 도달할 수도 있다.

출처 / 참고 데이터

관련 수다

기술

EU의 두 코드를 골라 서명할 수 있다면, 그건 규제가 아니라 메뉴판이다

EU AI Act의 범용AI(GPAI) 관련 조항 집행이 2026년 8월 2일 공식 개시되면서,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가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 Meta는 약 26개사가 서명한 GPAI 행동강령을 2025년 7월부터 1년 넘게 거부하는 동시에, 180~190개 조직이 참여한 AI 생성 콘텐츠 투명성 행동강령에는 집행 개시 닷새 전인 7월 28일에야 서명하는 이중 행보를 보였다. 이 선택적 준수 전략은 EU 규제 설계가 기업의 체리피킹을 구조적으로 허용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다. EU AI Office는 140명 이상의 인력과 연간 약 €46.5M 예산으로 연 매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빅테크 기업들을 감독해야 하는 비대칭 구도에 놓여 있다. AI Act 집행의 실효성은 GDPR과 DMA의 전례처럼 초기 수년간의 역량 구축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검증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행사장은 리야드에서 파리로 갔다 — 소유권은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e스포츠 월드컵(EWC) 2026이 이란-미국 전쟁으로 인한 리야드 항공 마비 사태로 파리로 개최지를 이전했다. 100개국 2,000명 선수의 안전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의 e스포츠 전략이 후퇴한 것으로 읽히지만, 대회를 운영하는 ESL FACEIT Group의 소유권은 PIF 산하 Savvy Games Group에 그대로 남아 있다. Savvy의 완전소유 게임 자산은 ESL FACEIT, Scopely, Niantic 게임사업, Moonton을 합산해 159억 달러에 달하며, 이와 별도로 550억 달러 EA 인수가 CFIUS 심사 기한 2026년 9월 28일을 앞두고 진행 중이다. 스포츠워싱을 넘어선 구조 인수 전략이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의 소유 구조와 자주권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술

중국 AI 금지? 50개 기업이 24시간 만에 답을 내버렸다

중국 Moonshot AI의 Kimi K3가 2.8조 파라미터 오픈웨이트 모델로 등장하면서 미국 내 중국 AI 모델 규제 논쟁이 본격적으로 폭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정책 없이 제재 가능성을 검토하는 동안, 실리콘밸리는 놀라운 속도로 자체 답을 내놓았다. 7월 24일 25개 기업으로 시작된 오픈웨이트 지지 서한이 24시간 만에 Nvidia, Microsoft, Meta, OpenAI 등 50개사로 확대되면서 업계 컨센서스는 규제 반대로 굳어졌다. Anthropic과 Amazon만이 끝까지 서한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업계 내 고립이 뚜렷해졌다. 미국 기업의 OpenRouter 토큰 처리량에서 중국 AI 모델이 7월 첫째 주 피크 기준 63%까지 점유한 상황에서, 이미 퍼진 1.4TB 가중치 파일의 회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근본적 문제가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지 논쟁의 진짜 전선은 헤드라인과 다른 곳, 즉 IP 보호와 수출 규제 위반이라는 훨씬 좁고 구체적인 영역에 있다.

기술

팔월드는 법정에서 이기고 있다 — 근데 진짜 패자가 누군지 아무도 안 물어본다

팔월드 1.0이 2026년 7월 10일 PC, PS5, Xbox 동시 정식 출시에 성공하며 누적 플레이어 4,000만 명을 돌파했지만, 닌텐도와 포켓몬 컴퍼니가 2024년 9월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은 2026년 10월 증거 제출과 11월 법원 견해 제시를 앞두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 특허청(USPTO)은 닌텐도의 핵심 특허인 '소환해서 싸우기' 메카닉 26개 청구항 전부를 자명하다는 이유로 비최종 거부했고, 일본 특허청(JPO)도 별도 분할출원에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거절이유통지를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포켓페어가 분쟁 메카닉을 패치로 이미 제거한 덕분에 닌텐도의 현실적 최대 회수액이 구버전 일본 매출에만 적용되는 약 500만 엔(약 3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지만, 이 소송의 진짜 영향은 배상액이 아니라 인디 개발 생태계에 각인된 억지력에 있다. 4,000만 플레이어와 얼리 액세스 첫 주 추정 매출 2억 1,600만 달러를 보유한 포켓페어조차 핵심 메카닉 변경과 개발 사기 저하를 겪었으며, 같은 상황의 소규모 스튜디오라면 변호사 비용만으로 프로젝트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은 팔월드의 법정 우위가 인디 업계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게임 메카닉 특허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과 대기업 소송 전략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을 분석한다.

기술

열이 날 때 체온계를 부수는 나라 — 중국의 AI 연인 금지가 놓친 것

중국이 2026년 7월 15일 세계 최초로 AI 연인 서비스를 전면 규제하는 '인공지능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을 시행하면서 ByteDance Doubao와 Alibaba Qwen 등 주요 플랫폼의 감정 교류 기능이 즉각 중단되었다. 이 규제의 직접적 촉발 요인은 미성년자의 AI 의존성 심화 및 관련 사망 사례였으나, $36.8B 규모의 글로벌 AI 컴패니언 시장을 법 하나로 막을 수 있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AI 연인은 전 세계 Z세대 60% 이상이 겪는 만성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의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며, 증상 하나를 제거한다고 해서 병이 치유되지는 않는다. 한국과 EU, 미국은 각기 다른 강도와 속도로 AI 감정 서비스 규제에 접근하고 있으나, 어느 국가도 외로움의 구조적 원인을 정면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규제 논쟁의 진짜 핵심은 기술을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술이 대체하려 했던 인간관계의 공백을 사회가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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