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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유일한 여성 감독이 대상을 탔다, 근데 이걸 축하해야 하나?

AI 생성 이미지 - 베니스 영화제의 성별 불균형을 상징하는 황금 트로피와 감독 의자들의 배치
AI 생성 이미지 - 영화제 큐레이션의 성별 불균형

한줄 요약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2026) 경쟁부문에서 초기 선정 20편 중 여성이 단독 연출한 작품은 May el-Toukhy의 《Woman Unknown》 단 1편뿐이었다. 이 유일한 여성 감독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베니스의 젠더 불균형 논쟁이 폭발적으로 터졌다. 영화제 디렉터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2026년 7월 Variety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여성 감독은 그녀가 유일했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탈리아 영화단체 6곳은 La Repubblica에 공개서한을 게재하며 "일차원적이고 전적으로 남성적인 선정"이라고 규탄했고, 같은 해 칸 영화제가 경쟁작 21편 중 5편을 여성 감독에게 배정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2018년 50/50 성평등 서약 서명 이후 8년이 지났지만 베니스 경쟁부문 여성 비율은 오히려 2025년 29%에서 2026년 5%로 급락했다. 이 사건은 국제 영화제의 '품질' 기준이 구조적 불평등과 무관한지, 기회의 평등 없이 결과의 공정을 논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묻고 있다.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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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부문 20편 중 단독 여성 연출 1편, 그리고 그 1편이 대상을 탄 역설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기 선정된 20편 가운데 여성이 단독으로 연출한 작품은 May el-Toukhy의 《Woman Unknown》 한 편뿐이었다. 이후 공동연출작 NAZA가 추가되어 최종 21편이 됐지만, 단독 여성 연출은 여전히 1편(5%)이라는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이전 해인 2025년에는 21편 중 6편(29%)이 여성 연출이었으니, 한 해 사이에 24%포인트나 급락한 셈이다. 바로 그 유일한 작품이 Maggie Gyllenhaal이 이끈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주연 배우 Mathilde Arcel도 여우주연상(볼피컵)을 가져갔다. 이 결과는 감독 개인의 실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20편 중 1편이라는 극단적 불균형 속에서 나온 승리가 시스템의 공정성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수상이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구조를 은폐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역설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다. el-Toukhy의 실력이 아니라 그 실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었던 조건의 희소성이 진짜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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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베라의 "품질" 논리 — 2017년부터 2026년까지 일관된 거부의 궤적

영화제 디렉터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2026년 7월 Variety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여성 감독은 그녀가 유일했다(she's the only one we found of adequate quality to compete internationally)"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World of Reel을 통해 보도되면서 즉각적인 논쟁을 촉발했다. 바르베라의 이런 입장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에도 "우리는 성별이 아니라 품질을 본다(we look at the quality and not at the gender)"라고 했고, 2018년에는 "할당제를 도입하면 나는 사임하겠다(if we impose quotas or gender equality needs I will quit)"라고까지 선언했다. 2026년에도 "성별에 따른 선발은 선택된 여성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반복했다. 수년간 거의 동일한 논리를 반복하는 이 패턴은 개인의 소신을 넘어서, 영화제 제도 자체가 외부 비판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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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단체 6곳의 공개서한과 50/50 서약의 실패

바르베라의 발언에 대해 이탈리아 영화감독협회(100autori), 국립영화감독협회(ANAC), 감독연합(AIR3), 다큐멘터리협회(Doc/it), Women in Film Television & Media Italia, 그리고 유럽 단체인 EWA(European Women's Audiovisual Network)가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La Repubblica에 공개서한을 게재했다. 서한은 "이것은 일차원적인 선정이다, 전적으로 남성적이다(It is a one-dimensional selection: entirely male)"라고 직접적으로 규탄했다. 특히 서한이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를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한다(The criteria by which we judge quality must themselves be continually questioned)"고 요구한 점은 핵심적이다. 베니스는 2018년에 50/50 성평등 서약에 서명하며 2020년까지 성별 균형 달성을 약속했으나, 서약 서명 8년 후인 2026년에 경쟁부문 여성 비율은 오히려 5%로 급락했다. Screen Daily의 표현대로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공적 약속과 현실의 이 극단적 괴리가 공개서한의 분노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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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풀, 다른 결과 — 베니스 내부와 3대 영화제 비교가 보여주는 진실

베니스 내부에서도 독립 프로그래밍 섹션인 Giornate degli Autori(베니스 데이즈)는 25편 중 14편(56%)을 여성 연출 작품으로 선정했다. Venice Horizons(오리존티) 섹션도 20편 중 8편(40%)이 여성 연출이었다. 같은 해, 같은 제출 풀에서, 다른 큐레이터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낸 셈이다. 국제적으로도 2026년 칸 영화제는 경쟁작 21편 중 5편(24%)이 여성 연출이었고, 베를린은 2025년 42%, 2026년 41%의 비율을 유지했다. 같은 유럽 3대 영화제가, 같은 시대에,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건 "여성 감독의 작품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한다. 이 비교 데이터는 결국 문제의 본질이 공급(여성 감독의 수)이 아니라 수요(큐레이터의 선택과 기준)에 있다는 결론을 강하게 가리킨다. 같은 원자재로 다른 결과를 내는 건, 원자재가 아니라 가공하는 사람의 눈이 다른 것이다. 바르베라의 "여성 영화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 비교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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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파이프라인의 구조적 병목 — 영화를 만들 수 없으면 경쟁도 없다

베니스 심사위원장 Maggie Gyllenhaal은 "여성 감독이 영화 자금을 확보하기가 훨씬 어렵다(it's much harder for women to get their films financed)"고 지적했다. 황금사자상 수상자 el-Toukhy 본인도 첫 영화 자금 확보에 6~7년이 걸렸으며 남성 동료들은 훨씬 빨리 움직였다고 밝혔다. Eurimages 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 유로 이상 예산의 영화에서 여성 감독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여성 감독 프로젝트의 기금 선정률은 49%로 남성(38%)보다 높은데, 이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저예산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SDSU의 Celluloid Ceiling 2025 보고서도 미국 흥행 상위 250편 중 여성 감독 비율이 13%(전년 대비 하락)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품질 경쟁" 이전에 "기회 접근"에서 이미 격차가 벌어져 있음을 보여주며, 바르베라의 "우리는 품질로만 고른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먼저 이 파이프라인 불평등부터 해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el-Toukhy의 수상은 여성 감독의 예술적 역량을 국제 무대에서 입증한 사건이다

    May el-Toukhy가 베니스 역사상 8번째 여성 황금사자상 수상 감독이 된 것은, 어떤 구조적 논쟁과 별개로, 한 감독의 탁월한 재능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인정이다. 《Woman Unknown》은 나치 점령 이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여성의 전쟁 경험이라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고, 주연 배우 Mathilde Arcel까지 여우주연상(볼피컵)을 수상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이중으로 확인받았다. 덴마크인 어머니와 이집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스스로를 "이중적(double)"이라고 표현하는 감독의 고유한 시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 수상은 여성 감독이 "경쟁력이 없다"는 편견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반증이 된다. 다음 세대의 여성 영화인에게 "A급 무대에서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실증적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가치는 과소평가되어선 안 된다.

  • 논쟁이 촉발한 공론화의 규모와 깊이가 전례 없는 수준이다

    이탈리아 영화단체 6곳이 La Repubblica라는 주류 일간지에 공개서한을 게재한 것은, 영화제 젠더 논쟁이 업계 내부의 불만을 넘어서 사회적 의제로 격상되었음을 보여준다. Screen Daily, Kuwait Times, The National News, World of Reel, Corriere.ca 등 국제 매체들이 이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단순한 "올해 라인업 아쉽다" 수준을 넘어 영화 산업 전체의 구조적 자금 불평등까지 논의가 확장되었다. 바르베라의 발언이 이렇게까지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온 건, 반대로 말하면 이 이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를린 영화제가 2025년부터 공식 성별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지속적 압력의 산물이다. 공론화 없이는 변화도 없다는 점에서, 2026년 베니스가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이 대화의 장은 분명히 긍정적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 베니스 내 다른 섹션의 높은 여성 비율은 변화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Giornate degli Autori(베니스 데이즈)의 56%, Venice Horizons(오리존티)의 40%라는 여성 연출 비율은 같은 영화제 안에서도 다른 큐레이션 철학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건 베니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여성에게 닫혀 있다는 게 아니라, 경쟁부문의 특정 큐레이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희망적이다. Screen Daily에 따르면 Venice Open 섹션도 47편 중 9편(19%)이 여성 연출이었다. 문제가 "영화제 전체"가 아니라 "경쟁부문 큐레이션"에 국한된다면, 해법도 그만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해진다. 경쟁부문 프로그래밍의 다양화, 공동 큐레이션 도입, 또는 리더십 교체 같은 비교적 집중된 개입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면적 구조 개혁이 아니라 특정 병목의 해소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희망적이다.

  • 유럽 공공 기금의 여성 프로젝트 선정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데이터가 존재한다

    Eurimages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5년 기간 동안 여성 감독 프로젝트의 기금 선정률은 49%로 남성(38%)보다 오히려 11%포인트나 높았다. 이 수치는 공공 기금 차원에서는 여성 감독에 대한 지원 의지가 이미 존재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들이 주로 저예산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고, 1000만 유로 이상 고예산 영화에서는 여전히 12%에 불과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진입 단계에서의 공공 지원은 개선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지원의 범위를 고예산 영역까지 확대할 정책적 레버리지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낙관의 근거가 된다. 자금 파이프라인의 앞단이 열리기 시작했다면, 뒷단(고예산 제작, A급 영화제 진출)의 변화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의지만 있다면 제도적 수단은 이미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려되는 측면

  • el-Toukhy의 수상이 "능력 있으면 된다"는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

    한 명의 예외적 성공이 시스템 전체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동원되는 것은, 소수자 성공 스토리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악용되어 온 패턴이다. "여성이 대상 탔잖아, 뭐가 문제야?"라는 반문은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 el-Toukhy의 재능이 진짜인 만큼, 그 재능이 불공정한 구조를 은폐하는 도구로 전용될 위험도 그만큼 크다. 20편 중 1편이라는 극단적 조건에서 나온 승리를, 마치 20편 중 10편이었다면 나왔을 결과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공이 구조의 실패를 가리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알리바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패턴이 고착화되면, 다음 번 경쟁부문에 여성 감독이 0명이더라도 "작년에 대상 탔잖아"라는 과거 참조로 비판을 막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 진짜 우려 지점이다.

  • 바르베라의 제도적 관성이 외부 압력에 면역을 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거의 동일한 "품질이지 성별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반복하는 바르베라의 궤적은 개인의 소신 이상의 문제를 시사한다. 한 개인이 A급 국제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을 수십 년째 좌우하면서, 공개서한, 국제 매체 비판, 50/50 서약 등 모든 외부 압력을 "예술적 자율성"이라는 방패로 흡수하고 있는 구조다. 2018년에 "할당제 도입하면 사임하겠다"고 선언하고, 2026년에 "성별에 따른 선발은 선택된 여성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적절한 수준의 여성 감독이 1명뿐"이라는 발언이 수천 명의 여성 영화인에게 어떤 모욕인지는 성찰하지 못하는 이 비대칭이 핵심이다. 같은 기간 베를린 영화제가 40% 이상의 여성 비율을 유지하면서 공식 성별 평가 보고서까지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르베라식 논리가 불가피한 현실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한, 외부 압력만으로는 프로그래밍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 29%에서 5%로의 급락은 진전이 얼마나 쉽게 역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5년 29%에서 2026년 5%로의 급락은, 영화제 젠더 균형이 구조적으로 안착된 것이 아니라 해마다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음을 드러낸다. 2020년 44%(COVID 특수 상황, 경쟁작 18편)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 6년 만에 5%로 떨어진 이 낙차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나아진다"는 가정이 근거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사례다. EA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는 유럽 영화 여성 감독 성평등이 2047년 이전에는 달성되지 않는다. 만약 2026년 같은 역행이 반복된다면 그 시점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USC Annenberg 보고서가 보여준 미국 시장의 패턴, 즉 "2025년 수치가 2008년과 사실상 같다"는 정체도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진전이 선형적이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고,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는 언제든 후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교훈이다.

  • 자금 파이프라인의 구조적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선정 비율도 바뀌지 않는다

    Eurimages 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 유로 이상 고예산 영화에서 여성 감독 비율은 12%에 불과하고, el-Toukhy는 첫 영화 자금 확보에 6~7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Celluloid Ceiling 2025 보고서는 미국 흥행 상위 250편 중 여성 감독 비율이 13%(전년 16%에서 하락)라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영화제 선정 이전 단계에서 이미 경쟁이 왜곡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여성 감독이 돈을 못 구해서 큰 영화를 못 만들고, 큰 영화를 못 만들어서 A급 경쟁에 못 올라가고, 못 올라가서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큐레이터가 아무리 선의를 가져도 선발 비율은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파이프라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베니스의 개선은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공정한 선발"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전망

단기적으로, 그러니까 앞으로 6개월 정도를 보면, 베니스 2026이 남긴 파장은 주로 담론 차원에서 계속될 거라고 본다. 이탈리아 영화단체 6곳의 공개서한, el-Toukhy 본인의 "구조적 문제" 발언, Gyllenhaal의 자금 불평등 지적은 이미 국제 영화 매체들의 핫토픽이 되었다. 2027년 초에 열릴 베를린 영화제(보통 2월)와 칸 영화제(보통 5월)의 경쟁부문 라인업이 발표될 때마다, 여성 감독 비율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될 거다. 특히 베를린은 이미 2025~2026년에 40% 이상의 여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서, 베니스와의 대비가 더 뚜렷하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비교가 베니스에 대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거라고 본다. 바르베라가 바뀌든 바뀌지 않든, 적어도 2027년 베니스 라인업 발표 시점에 "올해는 여성 감독이 몇 명이냐"가 기사의 첫 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이 남긴 가장 확실한 유산은, 이 숫자가 이제 더 이상 부차적 데이터가 아니라 영화제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격상되었다는 사실이다.

단기적으로 주목할 또 하나의 흐름은, Collective 50/50 같은 성평등 감시 단체들의 움직임이 강화될 거라는 점이다. World of Reel 보도에서도 Collective 50/50이 베니스와 칸의 여성 대표성에 "여전히 설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2026년 베니스의 5%라는 수치는 이런 단체들에게 더 강력한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수치가 이 정도로 떨어지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낙관론은 설 자리를 잃는다. 또한 2026년 9월 수상 이후 el-Toukhy의 《Woman Unknown》이 국제 배급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만약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한다면, "여성 감독 영화는 관객을 끌지 못한다"는 오래된 편견에 대한 직접적 반박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단기적 움직임은 결국 2027년 7월경 발표될 베니스 2027 라인업이라는 하나의 시험대로 수렴할 거다.

이탈리아 영화계 내부의 반응도 단기 전망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공개서한에 서명한 6개 단체 중 5개가 이탈리아 기반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논쟁에서 이탈리아 여성 감독 2명이 경쟁부문이 아닌 Orizzonti 사이드바에만 선정되었다는 사실도 이탈리아 영화계의 분노를 증폭시킨 요인이었다. Screen Daily에 따르면 7명의 남성 감독이 이탈리아 영화를 경쟁·비경쟁 부문에서 대표하면서 여성 이탈리아 감독은 메인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이탈리아 영화 기금이나 문화부 차원에서 자국 영화제의 성별 균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나는 본다. 물론 바르베라는 이런 정치적 압력에 대해 "예술적 자율성"이라는 방패를 다시 꺼낼 거다. 하지만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영화제가 공적 가치를 무한정 거부할 수 있는 시대는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 정부와 베네토 지방정부의 공적 지원을 받는 기관이기 때문에, 자국 문화계의 조직적 반발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거다. 이탈리아 내부에서의 압력이 바르베라 개인이 아니라 비엔날레 재단 이사회를 향할 때, 비로소 실질적 변화의 동력이 생긴다고 나는 본다.

중기적으로, 6개월에서 2년 사이를 보면 가장 큰 변수는 베니스 영화제의 리더십 구조 변화 여부다. 바르베라는 2011년부터 영화제 디렉터를 맡고 있고, 현재까지 공식적인 교체 논의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2026년 사태의 규모를 감안하면,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La Biennale di Venezia) 이사회 내부에서 프로그래밍 방향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거라고 본다. 바르베라가 계속 남더라도, 그의 프로그래밍에 대한 외부 자문이나 공동 큐레이션 체계 도입 같은 절충안이 등장할 수 있다. 유럽의 다른 영화제들이 이미 성별 균형을 구조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베니스만 "예술적 자율성"을 이유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베를린 영화제가 공식 성별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업계의 기준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기적으로 더 핵심적인 변화는 자금 파이프라인 차원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Eurimages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감독 프로젝트의 기금 선정률은 49%로 남성(38%)보다 오히려 높다. 그런데 이 선정률이 높은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저예산 영역에 몰려 있고, 1000만 유로 이상 고예산 영화에서 여성 감독은 12%에 불과하다. 이 격차를 줄이려면 공공 기금뿐 아니라 민간 투자자, 제작사, 세일즈 에이전트의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Celluloid Ceiling 보고서가 보여주는 미국 시장의 흐름도 참고할 만한데, 흥행 상위 250편 중 여성 감독 비율이 2024년 16%에서 2025년 13%로 오히려 후퇴했다는 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나아진다"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나는 향후 1~2년 내에 유럽 공공 기금(Eurimages, BFI, CNC 등)이 고예산 프로젝트에 대한 성별 조건을 더 명시적으로 걸기 시작할 거라고 본다. 이미 Eurimages에서 여성 프로젝트 선정률이 49%로 남성(38%)보다 높다는 데이터가 있으니, 이 방향의 정책 확대에는 실증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셈이다. 핵심은 공공 기금이 "지원은 하되 어디에 투입하느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고, 저예산 지원에 머물지 않고 고예산 공동제작 단계까지 성별 조건을 확장하는 것이 중기적으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 개입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장기적으로, 2~5년의 시야로 보면 진짜 게임 체인저는 영화제 시스템의 다극화와 대안적 쇼케이스의 성장이라고 본다. 이미 Giornate degli Autori가 56%의 여성 비율을 달성했다는 건, 기존 A급 경쟁부문 밖에서 다른 품질 기준과 다른 큐레이션 철학이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확대도 변수다.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같은 플랫폼은 전통적 극장 배급 경로를 우회하면서 영화제 시스템의 독점적 게이트키퍼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 플랫폼들이 다양성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여성 감독에게 새로운 제작-배급 경로가 열릴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예술적 품질과 직결되는지는 별개의 논쟁이지만, 적어도 "기회의 파이프라인"을 넓히는 효과는 있을 거다. 나는 5년 안에 3대 영화제의 독점적 권위가 지금보다 상당히 약화될 거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게이트키퍼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또 하나 짚을 건 세대 교체의 효과다. EAO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는 유럽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성평등이 2047년 이전에는 달성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전망은 현재 추세가 선형적으로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고, 실제로는 세대 교체, 정책 변화, 기술 환경 변화 같은 비선형 요인이 개입할 수 있다. 유럽 영화학교에서 여성 졸업생 비율은 이미 40~50%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이 세대가 중견 감독으로 성장하는 2030년대에는 제출 풀 자체의 성별 구성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이 잠재적 인력이 실제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금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l-Toukhy가 첫 영화 자금 확보에 6~7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계속 반복된다면, 영화학교 졸업생 비율이 50%여도 경쟁부문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 수 있다.

비평과 관객의 역할 변화도 장기적 전망에서 중요한 변수다. 전통적으로 영화제 경쟁부문의 정당성은 전문 비평가의 평가에 의존해왔지만, 소셜 미디어와 관객 리뷰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누가 품질을 정의하느냐"의 권력 구도가 변하고 있다. Corriere.ca의 논평이 지적한 것처럼, 큐레이터가 자신의 감수성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 감수성을 형성하는 비평적 환경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영화 비평계에서도 여성 비평가와 비서구권 비평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무엇이 "보편적 예술"인지를 둘러싼 정의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영화제 큐레이터가 의존하는 미학적 기준점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밖에 없고, 그 이동이 선정 결과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나는 본다. el-Toukhy의 《Woman Unknown》이 여성의 전쟁 경험이라는 "니치"로 분류되던 소재로 최고상을 거머쥔 것 자체가, 무엇을 "보편적 서사"로 인정할 것인지의 경계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시나리오별로 정리하자면, 낙관적 시나리오는 2026년 사태가 촉매가 되어 다음 몇 해 라인업에서 여성 감독 작품이 의미 있게 늘어나고, 유럽 공공 기금이 고예산 프로젝트의 성별 조건을 강화하며, 베를린 수준의 성별 평가 보고서를 베니스와 칸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기본 시나리오는 바르베라 체제가 유지되면서 한두 해 반등은 있겠지만 구조적 변화 없이 연도별 등락을 반복하는 것인데,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본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el-Toukhy의 수상이 "능력 있으면 된다"는 알리바이로 고착화되어 구조 개혁의 동력이 소진되고, 여성 감독 비율이 한 자릿수대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Celluloid Ceiling 보고서가 보여준 미국 시장의 정체(2008년과 2025년이 같은 수준)가 유럽 영화제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관적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 결국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느냐는,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 이사회의 의지, 유럽 공공 기금의 정책 방향, 그리고 관객과 비평가가 라인업의 다양성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솔직히 밝혀야 한다. 만약 바르베라가 진심으로 프로그래밍 철학을 재검토하거나, 후임 디렉터가 성별 균형을 적극 추구한다면 변화 속도는 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또한 여성 감독의 제출 비율(24%)이 다시 30%대로 회복되고, 고예산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면 "품질" 기준을 바꾸지 않아도 선발 비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유럽 영화 시장 전체가 위축되어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 여성 감독이 가장 먼저 밀려나는 패턴이 반복될 수도 있다. 독자에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건, 앞으로 베니스든 칸이든 영화제 라인업이 발표될 때 단순히 "올해 좋은 영화가 뭐지?"만 볼 게 아니라, "이 라인업은 누구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누구의 이야기를 배제했는가"라는 질문을 한번 던져보라는 거다. 한 영화제의 라인업은 그 시대 영화 산업의 권력 구조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스냅샷이기 때문이다. 그 스냅샷에 누가 담기고 누가 빠져 있는지를 의식하는 것, 그것이 관객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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