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내전이 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 에스투디안테스만 남았다
한줄 요약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26 준결승에 브라질 클럽 세 팀(플라멩구, 팔메이라스, 플루미넨시)이 진출하며 남미 최고 클럽 대회의 브라질 독주가 극단적 수준에 도달했다. 유일한 비브라질 팀인 에스투디안테스 데 라플라타는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홀로 남았고, 결승에는 브라질 클럽 최소 한 팀의 진출이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국가별 통산 우승 횟수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각각 25회로 1965년 이후 60년 만에 동률을 이룬 가운데, 올해 브라질 클럽 우승 시 1964년 이후 처음으로 브라질이 단독 선두에 오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2021년 SAF법 시행 이후 브라질 클럽의 기업화가 가속되며 세리에A 20개 클럽 합산 수익이 R$150억(약 US$27.3억)을 기록하는 등, 재정 격차가 축구장 위의 결과로 직접 번역되고 있다. CONMEBOL은 2027년부터 CONCACAF 클럽 참여와 하위 대회 신설을 검토 중이지만, 이것만으로 브라질 독주의 근본 원인인 재정 불균형을 풀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 글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경쟁 구조가 어떻게, 왜 무너졌는지를 재정 데이터와 제도 분석을 통해 짚고, 남미 축구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다.
핵심 포인트
브라질 7연속 우승과 25 대 25 동률의 역사적 의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 브라질 클럽은 2019년 플라멩구부터 2025년까지 7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는데, 이건 이 대회 66년 역사에서 한 국가가 이룬 가장 긴 연속 우승 기록이다. 더 중요한 건 이 7연승으로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와 통산 우승 횟수 25회에서 1965년 이후 60년 만의 동률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는 인디펜디엔테(7회), 보카 주니어스(6회), 리버 플레이트(4회), 에스투디안테스(4회) 등 여러 명문의 축적으로 이 기록을 쌓았지만, 브라질은 최근 7년간 네 개의 서로 다른 클럽이 돌아가며 우승하는 방식으로 단숨에 따라잡았다. 2026 준결승에 브라질 클럽 3팀이 올라왔고 결승 진출이 최소 1팀 확정된 상황에서, 올해 브라질 우승 시 1964년 이후 처음으로 아르헨티나를 단독 추월하게 된다. beIN Sports에 따르면 지난 9개 대회 중 8번을 브라질이 가져갔고 최근 6번의 결승 중 5번이 올-브라질 결승이었다. 이 수치들은 단순한 좋은 성적이 아니라, 아르헨티나가 60년간 유지해온 남미 축구 최다 우승국 지위가 브라질로 넘어가는 남미 축구 권력 구도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SAF법과 브라질 클럽 기업화가 만든 구조적 재정 우위
2021년 8월 시행된 SAF법(Lei 14.193)은 브라질 축구 클럽이 주식회사로 전환해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Norton Rose Fulbright의 분석에 따르면 이 법은 기존 클럽의 부채와 새 법인을 분리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혁신적 구조를 설계했으며, 시행 직후 보타포구에 존 텍스터의 3.3억 달러, 크루제이루에 호나우두의 7천만 달러 등 대형 투자가 이어졌다. AlixPartners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리에A 20팀 중 6팀(30%), 세리에B 20팀 중 9팀(45%)이 SAF 모델을 채택했고, 전국적으로 63개 클럽이 이 구조를 도입했다. 이 제도적 혁신이 만들어낸 자본 유입이 브라질 클럽의 선수 영입, 인프라 투자, 운영 전문화를 가속시켰고, 이게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으로 직결됐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다른 남미 국가에는 아직 이에 비견할 만한 클럽 기업화 제도가 없어서 제도적 격차가 재정적 격차로, 재정적 격차가 경기장 위의 격차로 변환되는 연쇄 구조가 형성됐다. SAF법은 단순한 법률이 아니라 남미 축구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라 평가할 만하다.
브라질 세리에A 방송권 수익 폭발과 남미 내 재정 격차
브라질 세리에A의 방송권 수익 구조는 다른 남미 국가들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Libra 그룹(플라멩구, 팔메이라스 등 9개 클럽)과 Globo의 2025-2029 계약이 연 R$13억, LFU 그룹(보타포구, 플루미넨시, 코린치안스 등)의 다채널 계약이 연 R$17억으로, 합계 연간 약 R$30억 규모의 방송권 수익이 브라질 클럽들에게 흘러들어간다. 이 안정적 반복 수익은 선수 판매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 클럽들과의 근본적 차이를 만든다. Sports Value에 따르면 2025년 세리에A 전체 수익에서 방송권이 US$8.72억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건 아르헨티나 리그 전체의 방송권 수입을 압도하는 규모다. Calcio e Finanza 분석에 의하면 아르헨티나 클럽들의 전체 선수 판매 수익이 US$3.48억으로 브라질의 30% 이하에 그쳐, 아르헨티나는 인재를 수출해야 먹고사는 반면 브라질은 인재를 수입하면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완전히 다른 경제 모델 위에 서 있다. 이 수익 구조의 차이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성적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브라질 선수 유럽 수출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군 대회' 역설
CIES Football Observatory 통계에 의하면 브라질은 현재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1,455명으로 프랑스(2위)와 아르헨티나(3위)를 크게 앞서는 세계 최대 축구 인재 수출국이다. 2026 월드컵 대표팀 26명 중 17명(65%)이 유럽 클럽 소속으로, 브라질 축구의 최정상급 인재는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 나오는 브라질 클럽들의 선수단은 말하자면 유럽행 티켓을 아직 받지 못했거나 유럽에서 돌아온 선수들로 구성된 두 번째 진용이다. 그런데 이 "2군"이 남미 전체를 7년째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대회의 역설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브라질 축구의 선수 풀 깊이가 워낙 압도적이라 최상위 인재를 유럽에 보내고도 남미에서 무적인 것이고, 이건 동시에 다른 남미 국가들이 자국 리그의 최고 선수로 출전해도 브라질의 2군에 못 미친다는 구조적 현실을 의미한다. 2020-2025년 누적 해외 진출 선수가 3,020명이라는 수치는 브라질이 인재 수출과 국내 리그 경쟁력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남미 국가임을 보여준다.
CONMEBOL의 대응과 2027 개편안의 구조적 한계
CONMEBOL은 브라질 독주에 대해 두 가지 방향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만, 나는 두 가지 모두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첫째, 2027년부터 MLS·리가 MX 클럽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 초청하는 방안이 El Gráfico 등에서 보도됐지만 CONCACAF 쪽 정리가 남아 확정되진 않았는데, MLS 클럽의 재정력이 브라질 중위권과 대등하더라도 몇 자리 늘리는 정도로는 브라질의 구조적 우위를 희석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 InfoMoney 보도에 따르면 CONMEBOL이 검토 중인 코파 콘페렌시아스는 32팀 규모의 하위 대회로 초기 단계에 브라질 슬롯이 없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건 리베르타도레스 자체의 개혁이 아니라 별도의 하위 대회 신설이다. CBF가 브라질 클럽의 그룹 스테이지 직행 슬롯 확대를 제안했을 때 CONMEBOL은 MKT Esportivo 보도에 따르면 "다른 연맹의 불만 조성"을 우려하면서도 재정 재분배나 연대 분배금 같은 구조적 균형 장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회의 건강성을 관리해야 할 주체가 구조적 개입 대신 절차적 조정만 논의하는 현재 상황은, 브라질 독주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의 핵심 근거가 된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대회 수익 증가와 남미 전체 클럽의 상금 확대
브라질 클럽들의 재정 성장은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전체의 수익 파이를 키우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CONMEBOL의 클럽 분배금은 2014년 US$7,120만에서 2025년 US$3.03억으로 10년 만에 네 배 이상 폭증했고, 이 성장의 상당 부분은 브라질 클럽이 가져오는 방송 시청률과 스폰서 가치 덕분이다. 2026 대회 챔피언 상금은 US$2,500만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으며, 대회 전체 상금 총액은 US$2.2억에 달한다. 에스투디안테스처럼 4강까지 진출한 클럽은 총 US$893만의 상금을 확보했는데, 이건 아르헨티나 리그 클럽에게는 한 시즌 운영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금액이다. 브라질의 대회 지배력이 전체 대회의 상업적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참가 클럽 모두에게 더 많은 상금이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CONMEBOL 전체 상금이 US$2.2억이라는 건 10년 전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이고, 그 성장의 원동력에 브라질 클럽의 존재감이 핵심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 SAF 모델이 남미 전역에 제공하는 제도적 선례
브라질의 SAF법 성공은 단순히 브라질 축구만의 성과가 아니라, 남미 전역의 축구 거버넌스에 참고할 수 있는 제도적 실험이자 선례다. 클럽의 기업화가 외부 자본 유치와 투명한 재정 운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경기력 향상과 수익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사실을 브라질이 실증했다. 보타포구가 SAF 전환 후 2024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이 모델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에서도 SAD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콜롬비아와 칠레에서도 클럽 기업화 관련 법안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른 국가들이 SAF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남미 축구 전체의 재정 건전성과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브라질이 선도적으로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후발 국가들은 그 교훈을 참고해 더 효율적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SAF법의 성공은 브라질만의 이익이 아니라 남미 축구 전체의 자산이 될 수 있다.
- 브라질 클럽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남미 축구 위상 향상
Deloitte Football Money League 2026에서 플라멩구가 세계 29위에 오른 건 남미 클럽으로서는 획기적인 성과다. 경상수익 기준으로 유럽의 마르세유보다 높고 울버햄프턴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건, 남미 축구가 유럽과의 재정 격차를 일부나마 줄이고 있다는 신호다. 브라질 축구 시장이 글로벌 7위로 올라서면서, 남미 축구 전체가 국제 무대에서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브라질 세리에A의 총수익이 R$150억(US$27.3억)이라는 수치는 남미 축구가 더 이상 마이너리그가 아니라 글로벌 축구 생태계의 주요 축이 될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런 성장이 남미 전체의 축구 인프라 투자와 방송 시장 확대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가능성을 인정할 만하다. 특히 브라질 클럽의 글로벌 진출이 남미 축구 전체에 대한 국제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간접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경기 수준의 질적 향상
브라질 클럽 간의 대결은 전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대회의 경기 품질 자체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플라멩구의 2026 대회 10경기 8승 2무 무패라는 성적은 CONMEBOL 공식 기록에서도 이례적인 안정성으로 평가받고 있고, 이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이 대회 브랜드의 국제적 평판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팔메이라스가 8강에서 LDU 키토를 합계 3 대 3(승부차기 4-3)으로 간신히 넘긴 것처럼 매 라운드가 치열한 승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플루미넨시도 플라텐세를 합계 3 대 2로 꺾으며 접전 끝에 올라왔고, 에스투디안테스 역시 코린치안스를 합계 2 대 1로 제압하며 빈틈없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브라질 클럽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전술과 체력, 선수 운용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비브라질 클럽과의 경기에서도 높은 강도의 대결이 이어지고 있어 경기 품질 자체가 하락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우려되는 측면
- 대륙 대회 경쟁 균형 붕괴와 트로피 권위 훼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가 해마다 브라질 팀끼리 결승을 치르는 대회가 되면, 이 트로피의 대륙적 권위가 근본적으로 훼손된다. 최근 6번의 결승 중 5번이 올-브라질 결승이었다는 사실은 이 대회가 이미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어떤 브라질 팀이 이기느냐"를 가리는 구도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의 축구 팬들이 자국 클럽의 우승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채 대회를 시청해야 하는 상황은 대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유럽의 UEFA 챔피언스리그가 특정 국가 클럽끼리만 결승을 치르는 형태가 됐다면 글로벌 관심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경쟁 균형의 상실은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대회의 브랜드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갉아먹는 치명적 문제다. 이 대회의 역사적 매력은 항상 서로 다른 축구 문화가 충돌하는 예측 불가능한 드라마에 있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 비브라질 국가의 인재 유출 악순환 고착화
브라질 클럽의 재정적 우위는 남미 전체의 인재 흐름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악순환을 구조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클럽들은 유망주를 키워 유럽이나 브라질에 팔아야 운영비가 나오는 구조인데, 이렇게 팔려간 선수들이 브라질 클럽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캠페인에 기여한다. 브라질 클럽은 우승 상금과 명성으로 다시 인재를 흡수하고, 비브라질 클럽은 또다시 유망주를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해 선수 유지 비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 인재 유출 구조는 자기 강화적이다. CONMEBOL 대회 상금의 상당 부분이 매년 브라질에 흡수되면서 이 순환은 더 단단해지고 있고, 이는 남미 축구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결과적으로 비브라질 국가의 리그 수준 자체가 하락하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예선 단계의 경기 품질도 떨어지게 되어 대회 전체의 가치가 하락하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 CONMEBOL의 구조적 불균형 방치와 거버넌스 실패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경쟁 균형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CONMEBOL이 7년간의 브라질 독주에 대해 실질적인 구조적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건 심각한 거버넌스 실패다. CBF의 직행 슬롯 확대 요청에 "다른 연맹의 불만 조성 우려"라고 답하면서도, 정작 재정 재분배나 연대 분배금 같은 균형 장치 설계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코파 콘페렌시아스 검토와 CONCACAF 클럽 초청 구상은 주변부 조정이지 핵심 문제 해결이 아니다. UEFA가 Financial Fair Play, 연대 분배금, 클럽 라이센싱 제도를 통해 경쟁 환경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CONMEBOL의 대응은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 대회 전체 상금이 US$2.2억으로 역대 최고라고 자축하면서 그 돈의 대부분이 브라질로 흘러가는 구조를 방치하는 건, 대회 운영이 아니라 현상 유지에 불과하다.
- 대회 글로벌 관심도 하락과 장기적 방송 가치 위협
브라질 독주의 장기화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글로벌 시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 등 비브라질 국가의 팬들이 자국 클럽의 가능성을 점점 낮게 평가하면, 해당 국가에서의 시청률과 방송권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CONMEBOL의 수익 구조는 남미 전역의 시청 시장에 기반하고 있는데, 특정 국가의 팬층이 이탈하면 전체 방송 패키지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건 브라질 클럽에게도 장기적으로 불리한 구조인데, 대회 전체의 방송 가치가 하락하면 결국 우승 상금과 분배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브라질의 독주가 브라질 자신의 수익 기반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불균형은 단순히 비브라질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미 축구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이다. 스폰서와 광고주 입장에서도 결과가 미리 예측되는 대회보다 서프라이즈가 가능한 대회가 훨씬 높은 마케팅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CONMEBOL의 중장기 수익 전략에도 직결된다.
전망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미래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살펴보면 각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당장 눈앞에 놓인 건 2026년 준결승과 결승이다. 10월 14일 마라카낭에서 플루미넨시 대 팔메이라스 1차전이 열리고, 10월 15일 라플라타 UNO 스타디움에서 에스투디안테스 대 플라멩구 1차전이 시작된다. 2차전은 각각 10월 21일 상파울루 누뱅크 파르키와 10월 22일 마라카낭에서 치러지며, 11월 28일 몬테비데오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단판 결승이 열린다. 현재 대진 구도를 보면 결승에 브라질 팀 최소 한 팀은 이미 확정이고, 팔메이라스 대 플루미넨시 승자가 올라가면 올-브라질 결승이 된다. 에스투디안테스가 결승에 진출하려면 10경기 8승 2무 무패 행진 중인 플라멩구를 넘어야 하는데, 이건 재정과 전력 양면에서 극히 어려운 과제다. 플라멩구는 이번 대회에서 그룹 스테이지부터 8강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브루노 엔리케 5골을 필두로 다양한 득점원을 보유하고 있어 에스투디안테스의 수비 조직만으로 막기에는 공격 옵션이 너무 많다.
에스투디안테스가 플라멩구를 꺾고 결승까지 가는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에스투디안테스의 가장 큰 무기는 라플라타 UNO 스타디움에서의 홈 무패 기록과 알렉산더 메디나 감독의 수비 조직이다. 40세 골키퍼 무슬레라가 그룹 스테이지 540분 전체 출전하며 보여준 안정감, 그리고 8강에서 브라질 코린치안스를 합계 2 대 1로 꺾은 경험이 이 팀의 자산이다. 1차전 홈에서 리드를 잡고 마라카낭 2차전을 수비적으로 버티는 게 현실적 경로인데, 플라멩구의 공격 화력을 90분 이상 봉쇄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CONMEBOL 공식 기록에 따르면 플라멩구 내 대회 최다 득점자 브루노 엔리케가 5골을 기록하고 있어 득점원이 다양하다. 에스투디안테스가 결승에 오른다면 2018년 리버 플레이트 이후 8년 만에 비브라질 팀이 결승 무대를 밟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남미 축구의 경쟁 균형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상징적 신호가 될 거다. 특히 에스투디안테스는 1968~1970년 3연패의 역사적 DNA를 보유한 클럽이고, 이런 역사적 무게가 선수들에게 주는 정신적 동력은 재정 격차를 일시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올-브라질 결승이 성사되면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경우 2026년 브라질의 통산 26번째 우승은 사실상 확정이고, 25 대 25 동률은 깨진다. 최근 6번의 결승 중 5번이 올-브라질 결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전례 없는 일이 아니지만, 통산 기록 역전이라는 역사적 무게가 더해지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르헨티나 축구계 입장에서는 60년 넘게 지켜온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넘겨주는 거고, 이건 단순한 숫자 변동이 아니라 남미 축구의 헤게모니가 공식적으로 이전됐음을 선언하는 사건이 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아르헨티나 축구 내부에서 클럽 기업화 개혁에 대한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고, CONMEBOL 내에서도 구조적 재편 논의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올-브라질 결승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는데, 팔메이라스와 플루미넨시 모두 이 대회 경험이 풍부한 클럽이고 플라멩구 역시 무패 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결승 자체는 브라질 리그의 연장전처럼 보이겠지만, 통산 기록 역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더해지면서 대회사에 남을 의미 있는 결승이 될 것이다.
중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주목할 변수는 CONMEBOL의 2027년 대회 구조 개편이다. El Gráfico 보도에 따르면 CONMEBOL은 2027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 CONCACAF(MLS와 리가 MX) 클럽을 초청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CONCACAF가 멕시코 리그의 복귀 요청을 거절한 적이 있고, CONMEBOL 회장도 CONCACAF 내부에서 정리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니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게다가 멕시코 클럽들이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초청팀으로 이 대회를 뛰었던 걸 생각하면, 실현되더라도 사상 첫 외부 참가가 아니라 닫았던 문을 다시 여는 일에 가깝다. MLS 클럽들은 연봉 체계와 재정 규모 면에서 브라질 중위권 클럽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참여가 현실화되면 브라질 클럽들이 남미 안에서만 재정적 우위를 누리던 구도에 새로운 경쟁 축이 생긴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북미 클럽 몇 팀이 브라질의 구조적 우위를 의미 있게 희석시키기엔 턱없이 적고, 언어와 문화, 시즌 일정 차이까지 감안하면 초기에는 MLS 클럽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걸로 브라질 독주가 끝날 거라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CONCACAF 참여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적 경쟁 균형보다 장기적으로 대회의 지리적·상업적 범위를 확장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데 있을 것이다. 북미 시장의 방송 시청자와 스폰서를 유입시키는 것이 CONMEBOL 입장에서는 더 현실적인 목표다.
또 하나 중기적으로 주시해야 할 움직임이 코파 CONMEBOL 콘페렌시아스 신설 검토다. InfoMoney 보도에 따르면 CONMEBOL이 UEFA 컨퍼런스리그를 본떠 리베르타도레스와 수다메리카나 아래에 제3의 하위 대회를 만드는 걸 검토하고 있다. 2027년 시작을 구상하며 32팀 8조 편성인데, 가장 주목할 점은 초기 단계에 브라질 클럽 슬롯이 없을 수도 있다는 보도다. 이건 콜롬비아, 칠레, 페루, 파라과이 등 과소 대표 국가들에게 국제 무대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승 상금이 약 US$1,000만으로 리베르타도레스(US$2,500만)의 절반 이하 수준이지만, 작은 국가의 클럽들에겐 의미 있는 액수다. 다만 이건 리베르타도레스 자체의 개혁이 아니라 별도의 하위 대회 신설이라는 점이 핵심적 한계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본대회에서의 브라질 독주 문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규모 연맹 클럽들이 이 하위 대회를 통해 국제 경험과 재정 자원을 축적하면, 5~10년 뒤 리베르타도레스 본대회에서의 경쟁력이 간접적으로 올라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직접적 균형 장치가 아니라 우회적 파급 효과에 대한 희망일 뿐이고, 그 사이에 브라질의 재정 우위는 더 벌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기적으로 아르헨티나 축구의 경제적 회복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다. Milei 정부의 재정 균형 정책으로 페소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르헨티나 클럽들의 연봉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Buenos Aires Times가 보도한 것처럼 리버 플레이트가 US$1,000만에 드리우시를 복귀시키고, 연봉 100만 달러 이상 계약이 10건에서 24건 이상으로 늘어난 건 분명한 변화의 신호다. 아르헨티나 축구 리그의 관중 수와 방송 시청률도 회복세에 있다. 하지만 나는 이걸 구조적 반전의 시작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한두 시즌의 페소 강세로 대략 3배 안팎으로 벌어진 플라멩구와 리버 플레이트의 매출 격차를 메울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의 SAF법에 준하는 클럽 기업화 제도를 도입하고, 독자적 방송권 시장을 키우지 않는 한 재정 격차의 근본적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페소 강세가 정권 교체나 외부 충격으로 되돌려지면 회복 자체가 무화될 수 있다는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역사를 보면 이런 일시적 경제 회복 국면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매번 거시경제 위기가 재발하면서 클럽들의 투자 여력이 다시 증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브라질 축구 시장의 성장세가 이 독주를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세리에A는 이미 글로벌 축구 시장 7위로 유럽 5대 리그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고, Brasileirão 방송권 5년 계약(2025-2029)이 연 R$30억 규모에 달한다. SAF 모델이 계속 확산되면서 외부 자본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2025년 세리에A 20팀 중 6팀(30%)이 SAF 모델이지만 세리에B에서는 이미 9팀(45%)이 채택했으니 승격 클럽이 올라올수록 1부 리그의 SAF 비중은 더 높아진다. Sports Value에 따르면 브라질 세리에A의 총수익은 2022년 대비 32% 이상 성장했고, 이 성장 궤도가 2029년 방송 계약 종료까지는 유지될 전망이다. 브라질 클럽들이 유럽에 빼앗기는 선수도 많지만, CIES 통계로 2020-2025 누적 해외 진출 선수가 3,020명으로 세계 1위라는 건 그만큼 깊은 선수 풀을 보유해서 빠져나가도 채울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성장 곡선이 유지되면 2030년 무렵 브라질 세리에A는 글로벌 축구 시장 5~6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그때의 재정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져 있을 것이다. SAF 모델 채택 클럽이 세리에A와 B를 합쳐 이미 15팀에 달하고, 이 추세가 계속되면 브라질 축구 전체가 기업형 운영으로 전환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이 흐름이 계속될 경우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 지금은 "남미 최고의 클럽 대회"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브라질 독주가 10년, 15년 이어지면 사실상 "브라질 최강 클럽을 뽑는 대회에 다른 나라 팀들도 참가할 수 있는 형식"으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이건 대회의 역사적 의미를 근본적으로 변질시키는 일이고, CONMEBOL의 대회 브랜드 가치에도 치명적이다. 2027년 CONCACAF 클럽 초청 구상이 이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텐데, 솔직히 북미 클럽 몇 팀 추가로는 판을 뒤집기 어렵다고 본다. 진짜 변화가 일어나려면 CONMEBOL이 상금 재분배 비율 조정, 비브라질 클럽을 위한 연대 분배금 신설, 소규모 연맹 클럽의 인프라 및 유소년 시스템 지원 프로그램 같은 구조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 UEFA가 챔피언스리그 수익의 일부를 참가하지 않는 소규모 리그에도 분배하는 연대 기금 모델이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는데, CONMEBOL이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상황이 지속되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해질 거라고 본다. 대륙 대회의 가치는 서로 다른 축구 문화, 다른 경제적 배경, 다른 전술 철학을 가진 클럽들이 한 무대에서 충돌하는 데서 나온다. 브라질 클럽끼리만 우승을 주고받는 대회는 그 충돌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거고, 시청자와 스폰서에게도 매력이 떨어진다. 반론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다. 에스투디안테스 같은 팀이 간헐적으로 깊숙이 올라오면서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아르헨티나 경제가 구조적으로 안정되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가 반전되려면 CONMEBOL의 능동적 개입,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비브라질 국가들의 클럽 기업화 개혁, 그리고 브라질 이외 국가들의 독자적 방송권 시장 성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솔직히 3~5년 안에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브라질의 독주가 간헐적 이변을 허용하면서도 구조적으로는 계속되는 것이다. 2018년 리버 플레이트처럼 4~5년에 한 번꼴로 비브라질 팀이 깊숙이 올라오겠지만, 그건 시스템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시스템의 틈새를 찾은 예외적 팀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에게 하나만 말하고 싶다.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볼 때 축구 경기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충돌로 바라보면 왜 매년 같은 결과가 반복되는지, 그리고 에스투디안테스의 도전이 왜 그토록 감동적인지 훨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CONMEBOL Copa Libertadores — Flamengo Results and Schedule — Flamengo 2026 대회 10경기 8승 2무 무패 기록 (CONMEBOL) — CONMEBOL Copa Libertadores — Flamengo Results and Schedule
- When Was the Last Time a Non-Brazilian Team Won the Copa Libertadores? — 브라질 7연속 우승 및 역대 기록 분석 (beIN Sports) — When Was the Last Time a Non-Brazilian Team Won the Copa Libertadores?
- Law No. 14,193: The Resurrection of Brazilian Football — SAF법 법적 구조 및 투자 사례 분석 (Norton Rose Fulbright) — Law No. 14,193: The Resurrection of Brazilian Football
- Brazilian Football Clubs Financials 2025 — 세리에A 전체 수익 R$150억 사상 최고 기록 (Sports Value) — Brazilian Football Clubs Financials 2025
- Flamengo Divulga Balanço de 2025 — Flamengo 2025 총수익 R$20.89억 전년 대비 56.6% 증가 (CNN Brasil) — Flamengo Divulga Balanço de 2025
- Player Exports: Brazil Ahead of France — 브라질 해외 선수 1,455명 세계 1위 (CIES Football Observatory) — Player Exports: Brazil Ahead of France
- Premiação Libertadores 2026 Bate Valor Recorde — 2026 챔피언 상금 US$2,500만 역대 최고 (Lance) — Premiação Libertadores 2026 Bate Valor Reco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