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5,000명의 과학자가 사라진 나라에서, 5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한줄 요약

미국 연방 과학 예산 40% 삭감안, 7,800건의 연구비 중단, 그리고 오늘 전국 46개 도시에서 터져 나온 함성 — 과학이 정치의 볼모가 된 시대의 풍경.

핵심 포인트

1

연방 과학 예산 40% 삭감안과 의회의 저지

트럼프 행정부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IH 40%, NSF 55%, NASA 과학국 52%, EPA 44% 삭감을 제안했다. 비국방 R&D 예산 전체를 35% 줄이겠다는 것으로, 물가를 감안하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다행히 의회가 실제 예산 협상에서 NIH에 487억 달러를 배정하며 오히려 전년 대비 4억 1,500만 달러를 증액했다. 하지만 행정부는 이미 승인된 연구비를 중간에 끊는 방법으로 우회했고, 2025년 한 해 동안 NIH 5,844건과 NSF 1,996건의 지원금이 취소 또는 중단됐다.

2

25,000명의 연방 과학 인력 유출

연방 과학 기관 전체에서 25,0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연구 인력이 빠져나갔다. NOAA에서는 2025년 2월 하루 만에 880명이 해고됐고, NIH 주요 부서의 리더십이 전면 교체됐다. 자발적 퇴직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연구비가 끊기고 부서가 해체되는 상황에서의 선택이 진정 자발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Nature 인터뷰에서 과학자들은 자신의 커리어가 파괴됐다고 증언했으며, 특히 초기 경력 연구자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

3

Stand Up for Science 운동의 2차 전국 행동의 날

2026년 3월 7일, Stand Up for Science의 두 번째 전국 행동의 날이 열렸다. 전국 46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위가 진행됐고, 미국 공중보건학회와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 등 3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했다. 에모리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인 콜레트 델라왈라가 이끄는 이 운동은 단순 시위를 넘어 연방 과학자들의 증언 공개, HHS 장관 탄핵안 발의 협력, 해외 백신 시험 조사 등 구체적 행동을 수행해왔다.

4

주정부의 연구 투자 대체와 구조적 변화

연방 정부가 과학 투자에서 후퇴하자 여러 주정부가 NIH 지원금 감소분을 자체 예산으로 보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는 미국 과학 생태계가 연방 중심에서 주정부 분산형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하지만 입자물리학, 우주 탐사, 감염병 대비 같은 대규모 기초과학 분야는 주정부 단위로 감당하기 어려워, 이러한 분산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과학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5

과학 인재의 해외 유출과 미국 과학 패권의 전환점

이미 캐나다, 유럽, 아시아 연구 기관들이 미국을 떠나는 과학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 자국 과학 인재를 밀어내는 동안 중국은 연구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이 시기가 미국 과학 패권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CI의 연구비 성공률이 10분의 1에서 25분의 1로 급락한 것은 차세대 연구자들에게 미국이 더 이상 매력적인 연구 환경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의회와 사법부의 과학 보호 기능 작동

    의회는 초당적 협상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 예산 삭감안을 대부분 되돌렸고, NIH 예산을 오히려 증액했다. 연방 항소법원도 행정부의 일방적 연구비 중단에 제동을 걸며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학 연구비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존재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풀뿌리 과학 운동의 성장

    Stand Up for Science는 1년 만에 단순 시위 조직에서 정치적 행위자로 성장했다. 연방 과학자들의 증언 공개, 탄핵안 발의 협력, 해외 조사 파견 등 구체적 행동력을 갖추면서 과학 커뮤니티의 시민 참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 밖에서도 과학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주정부 차원의 연구 투자 다변화

    연방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 과학 생태계에서 주정부들이 독자적 연구 투자를 시작한 것은 장기적으로 연구 펀딩의 다층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일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전체 과학 생태계가 흔들리는 취약성을 줄이는 구조적 개선이 시작된 셈이다.

  • 과학의 정치화에 대한 양면적 성찰 기회

    이번 위기는 과학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그동안의 정치적 편향성과 대중 소통 실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경험을 교훈 삼아, 과학적 중립성과 대중 신뢰를 동시에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으며, Science for Good 같은 신뢰 재건 프로젝트가 그 증거다.

우려되는 측면

  • 기초과학 연구의 회복 불가능한 공백

    한 번 끊긴 연구 파이프라인은 단순히 예산을 복원한다고 바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암 연구나 감염병 대비 같은 분야는 재개까지 5년 이상 걸리고, 떠난 연구자가 돌아오는 데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린다. 74,000명의 임상시험 참가자 치료가 중단 위험에 처한 것은 연구비 삭감이 실험실 안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 두뇌 유출의 가속화와 역전 어려움

    25,000명의 과학 인력 유출은 시작일 뿐이다. 초기 경력 연구자들의 이탈이 가장 심각한데, 이들은 미래 10~20년의 과학적 성과를 결정할 인재들이다. 한번 해외로 나간 과학자들은 현지에서 연구 기반을 구축하면 쉽게 돌아오지 않으며, 캐나다와 유럽이 이미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주정부 대체의 구조적 한계

    주정부의 연구 투자는 입자물리학이나 우주 탐사 같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대체할 수 없다. 개별 주의 재정 능력과 정치적 의지에 따라 과학 투자의 지역 격차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 전체의 과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 처치와 근본적 치료는 다른 문제다.

  • 과학에 대한 대중 불신의 심화 가능성

    과학의 정치화는 양날의 검이다. 과학자들의 거리 시위가 과학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과학이 또 하나의 정치 세력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상당수 국민이 과학 기관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시위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지 아니면 오히려 분열을 깊게 할지는 불확실하다.

전망

단기적으로는 연방 항소법원의 NIH 연구비 삭감 관련 판결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법원들은 대체로 과학 커뮤니티 편에 서왔고, 이 기조가 유지된다면 행정부의 일방적 연구비 중단에 법적 제동이 걸릴 수 있다. 1년에서 3년 사이에는 미국 과학자들의 해외 유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캐나다, 유럽, 아시아 연구 기관들이 미국을 떠나는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중국은 연구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는 의회와 법원이 연구비를 완전히 복원하고, 주정부의 보완적 투자가 새로운 다층적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연방 예산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행정부의 간섭이 계속되어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매년 수천 명의 과학자가 조용히 떠나는 완만한 쇠퇴가 진행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의 과학 인프라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고, 기초과학 연구의 글로벌 중심축이 아시아와 유럽으로 영구적으로 이동한다.

출처 / 참고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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