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신 월급을 정하고 당신을 해고한다 — 그런데 그 AI에게는 고용주의 의무가 없다
한줄 요약
ILO(국제노동기구)는 2026년 6월 제114차 총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플랫폼 노동에 관한 구속력 있는 협약 채택을 논의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전 세계 노동력의 12.5%에 해당하는 최대 4억 3,500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다. 우버·딜리버루·도어대시 같은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급여 결정, 업무 배분, 성과 감시, 사실상의 해고까지 고용주의 핵심 기능을 모두 수행하지만, 정작 이 기업들은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해 최저임금·사회보험·산재보상의 의무를 회피한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알고리즘 투명성과 자동화 결정에 대한 노동자의 이의제기권 조항인데, 이 조항이 구속력 있는 협약 본문에서 비구속적 권고로 격하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에서 사태의 본질이 드러난다. 미국·아르헨티나·파키스탄은 덜 강제적인 접근을, EU·브라질·멕시코는 강력한 보호를 지지하며 지정학적 대립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노동권 협상이 아니라 '누가 고용주인가'라는 법적 인격을 재정의하는 싸움이다. 이 글은 알고리즘이 착취의 도구인 동시에 그 규제의 대상이 되는 메타적 역설을 짚고, 협약이 통과되더라도 핵심 조항이 빠진다면 그것은 종이 위의 승리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적 전망을 제시한다.
핵심 포인트
알고리즘이 고용주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고용주의 책임은 거부한다
플랫폼 기업의 AI 알고리즘은 누가 어떤 일을 받을지 배분하고, 시급을 얼마로 책정할지 결정하며, 성과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별점이 떨어지면 계정을 비활성화해 사실상의 해고까지 집행한다. 이것은 명백히 관리·감독·배분이라는 고용주의 핵심 기능이다. 그러나 같은 기업이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는 순간, 최저임금도 사회보험도 산재보상도 기업의 책임에서 사라진다. 나는 이 구조의 본질이 '고용주의 권한은 전부 가져가되 고용주의 의무는 전부 떠넘기는' 비대칭에 있다고 본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 사회의 노동법은 전부 '고용주가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는데, 플랫폼은 그 자리에 알고리즘을 앉히고 "우리는 그냥 매칭 플랫폼"이라고 말하며 책임 주체 자체를 증발시킨다. 4억 3,500만 명을 관리하면서 단 한 명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바로 플랫폼 노동의 핵심 모순이다. 한국의 배달·대리운전 라이더가 사고를 당해도 '사장님'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바로 이 비대칭의 축소판이다. 나는 이 모순을 풀지 못하면 어떤 임금 조항도 결국 우회될 것이라고 본다.
임금 착취는 증상이고 알고리즘 불투명성이 진짜 병이다
휴먼라이츠워치가 텍사스 노동자 127명을 조사한 결과 팁을 포함한 실효 중간 시급이 5.12달러로, 연방 최저임금 7.25달러보다 약 30% 낮았고 그 지역 생활임금의 약 70% 수준에 그쳤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 우버 운행 2만 4,532건을 분석하니 수수료율이 2022년 32%에서 2024년 42%로 올랐고, 오래 일한 운전자의 82%가 동적 가격제 이후 시간당 수입이 줄었다. 미국노동법프로젝트(NELP) 연구에서는 일부 운행에서 우버가 고객 지불액의 60% 이상을 가져간 사례도 확인됐다. 나는 이 숫자들이 단지 '낮은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가 일을 마치기 전까지 자기 급여를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알고리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연구자들은 이를 '알고리즘 가격 차별'이라고 명명했는데, 같은 노동에 같은 임금이라는 원칙이 코드 속에서 조용히 해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노동자는 같은 거리를 달려도 옆 사람과 받는 돈이 왜 다른지 끝내 알 수 없고, 그 격차의 근거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는 이름 뒤에 숨는다. 투명성이 없으면 착취는 측정조차 되지 않고, 측정되지 않는 착취는 규제될 수도 없다.
ILO 협약의 핵심 조항이 비구속적 권고로 격하될 위기에 처했다
2026년 6월 제114차 ILO 총회는 플랫폼 노동에 관한 사상 첫 구속력 있는 협약을 비구속적 권고와 함께 채택하려 187개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2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협약 본문에는 핵심 노동권·공정 임금·안전한 근무 조건이 담길 예정이지만,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 통제·투명성 요건과 자동화 결정에 대한 노동자 이의제기권은 구속력 없는 권고로 밀려날 위험에 처해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 레나 시메트는 이를 두고 "강하게 반격해 반드시 협약에 남겨야 할 핵심 조항"이라고 경고했다. 나는 이 조항이 권고로 격하되는 순간 기업들이 사실상 승리하는 것이라고 본다. 노동권 역사를 돌아보면 협약 전체를 막을 수 없을 때 가장 핵심이 되는 한 조항만 골라내 무력화하는 전략은 반복되어 왔다. 착취의 엔진인 알고리즘을 건드리지 못하는 협약은 엔진룸은 잠가둔 채 차 외관만 광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임금·안전 조항이 아무리 그럴듯하게 적혀 있어도, 알고리즘의 결정 과정을 들여다볼 권리가 빠지면 노동자는 자신이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조차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나는 바로 이 한 조항의 운명에 협약 전체의 진정성이 걸려 있다고 본다.
미국·중국의 반대는 우연이 아니라 자국 플랫폼 산업의 이익이다
협상 구도를 보면 미국·아르헨티나·파키스탄은 덜 강제적인 접근을 선호하고, EU·브라질·멕시코는 더 강력한 보호를 지지하며 스페인은 "단순화를 기본권 조항 삭제 명분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50개국 기업을 대표하는 국제사용자기구는 협약이 "지나치게 길고 강제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들인 우버·도어대시·디디·메이투안의 본거지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협약에서 빠져나갔듯, 자국 산업의 이익이 국제 노동 기준의 진짜 적으로 작동하는 오래된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두 나라가 비준하지 않으면 가장 많은 노동자를 거느린 바로 그 기업들에는 협약의 법적 구속력이 닿지 않는다. 즉 규제가 가장 절실한 거대 플랫폼일수록 협약의 사정권 밖에 자리 잡는 역설이 구조적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결국 이것은 노동권 협상의 외피를 쓴 지정학적 산업 이익의 충돌이며, 나는 이 대립이 협약의 강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라고 본다.
독립계약자 오분류가 노동자를 사회 안전망 바깥에 방치한다
ILO 글로벌 설문에 따르면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 중 연금이나 퇴직연금을 가진 사람은 35%에 불과하고, 현장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이, 3분의 2 이상이 산재보험이, 5분의 4 이상이 노령연금이 없다. 경제정책연구소는 건설 노동자가 독립계약자로 오분류되면 연간 최대 1만 9,526달러, 트럭 운전자는 2만 1,532달러를 손해 본다고 분석했다. 74세 베이루트 우버 기사 압라함은 2024년 10월 승객 2명에게 칼로 위협당해 차량과 휴대폰을 빼앗겼지만, '독립계약자'라는 이유로 어떤 보상도 청구하지 못했고 지금은 형제 차를 운전하며 "차에 탈 때마다 두렵다"고 말한다. 나는 이 사례가 오분류가 단지 행정적 분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계와 존엄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구조적 폭력임을 보여준다고 본다. 휴먼라이츠워치 조사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3명 중 1명이 업무 관련 교통사고를, 5명 중 1명이 괴롭힘이나 위험 상황을 겪었다. 사회보험 시스템도 오분류 때 노동자 1인당 수입의 최대 30%를 잃으며, 결국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사상 최초의 구속력 있는 국제 기준이라는 역사적 의의
ILO가 플랫폼 노동에 관해 구속력 있는 협약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1919년 창설 이래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은 국가별로 제각각인 판례와 행정 해석에 맡겨져 있었고, 글로벌 최저 기준이 전혀 없었다. 나는 협약이 채택되면 적어도 '플랫폼 노동도 보호받아야 할 노동'이라는 규범적 합의가 국제 무대에 새겨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18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ILO의 권위는 개별 국가 입법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아동노동 금지나 강제노동 철폐 같은 과거의 기준들도 처음에는 불완전했지만 결국 각국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 번 국제 규범으로 명문화된 원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나라의 법과 판례 속으로 스며들며 후퇴하기 어려운 기준이 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기준선이 존재하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출발점이며, 나는 이 첫걸음의 상징적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 EU와 멕시코가 강력한 보호가 실현 가능함을 이미 증명했다
EU는 2024년 플랫폼 노동 지침을 통과시켜 '고용 추정 원칙'을 도입했고, 플랫폼이 고용관계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기업에 넘겼으며, 알고리즘에 의한 해고를 금지하고 자동화 결정에 인간 감독을 의무화했다. 모든 회원국은 2026년 12월 2일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이행해야 한다. 멕시코는 2024년 12월 플랫폼 노동자를 피고용자로 인정해 사회보험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했다. 나는 이 선례들이 '강력한 보호는 비현실적 이상'이라는 기업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고 본다. 멕시코가 개도국임에도 이를 해냈다는 사실은, 선진국형 보호가 경제 발전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강한 보호는 이미 작동하는 현실이며, ILO 협약은 이 수준을 글로벌 최저선으로 끌어올릴 발판이 될 수 있다.
- 규모의 성장이 정치적 무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세계은행은 플랫폼 노동자가 2030년까지 10억 명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세계경제포럼은 긱 경제가 전체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 시장은 2025년 4,850억 달러에서 2030년 8,750억 달러로 연평균 1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1조 3,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나는 이 규모의 관성이 결국 정치를 움직일 것으로 본다. 4억 명일 때는 무시할 수 있어도 10억 명에 이른 유권자 집단을 정치적으로 외면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EU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3년 만에 52% 늘어난 속도를 보면, 이 집단의 정치적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규모 자체가 협약 비준과 국내 입법을 압박하는 구조적 힘으로 작동할 것이며, 나는 시간이 노동자 편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 노동·인권 단체의 국제 연합 전선이 형성되었다
이번 협상에서는 국제노총(ITUC), 휴먼라이츠워치,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같은 노동·인권·디지털권리 단체들이 알고리즘 투명성 조항을 지키기 위한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멕시코의 UNTA처럼 플랫폼 기반 노조도 2020년 창설 이후 개도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나는 이 연합이 협약의 약한 집행을 현장의 압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법이 못 하는 일을 한동안 노조와 법정과 시민사회가 대신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권과 디지털권리, 프라이버시 단체가 한 쟁점에서 손을 잡은 것은 알고리즘 문제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선 기본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신호다. 단일 쟁점에 국제적 연대가 집중되는 것은 협상장 안팎에서 모두 강력한 지렛대가 되며, 나는 이 연대의 지속성이 협약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우려되는 측면
- 핵심 조항이 비구속적 권고로 격하되면 협약은 껍데기만 남는다
협약의 가장 중요한 알고리즘 투명성과 이의제기권이 구속력 없는 권고로 밀려나는 순간, 착취의 엔진인 알고리즘 자체는 규제 바깥에 남는다. 나는 이것이 노동권 역사에서 반복된 무력화 전략이라고 본다. 협약 전체를 막을 수 없을 때, 가장 핵심이 되는 한 조항만 골라 권고로 빼내면 나머지가 아무리 멋져 보여도 실효성이 사라진다. 엔진룸은 잠가둔 채 차 외관만 광내는 격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 레나 시메트가 이 조항을 두고 "강하게 반격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바로 이 위험을 알기 때문이다. 권고는 도덕적 권유일 뿐 위반해도 제재가 없어, 기업으로서는 사실상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선택지가 된다. 이 경우 협약은 정치적 생색용 문서로 전락하고, 노동자가 왜 일을 못 받았는지, 왜 시급이 깎였는지, 왜 계정이 막혔는지를 알 권리는 끝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현장의 알고리즘 착취는 그대로 지속된다.
- ILO 협약 189호의 저조한 비준이 같은 운명을 예고한다
ILO 협약 189호(가사노동자 협약)는 2011년 채택됐지만 10년이 지난 2021년까지 비준국이 35개국, 전체 187국의 19%에 불과했다. 어떤 연구는 비준조차 국내 노동 관행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각국이 이미 자국법에 맞는 협약만 비준하는 경향이 있고, 개도국은 실제 검사·집행 역량이 부족하다. 나는 플랫폼 협약도 동일한 궤적을 밟을 위험이 크다고 본다. 채택과 실효성 사이에는 비준이라는 거대한 관문이 있고, 역사는 그 관문이 얼마나 자주 닫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비준을 했더라도 현장 감독 인력과 처벌 의지가 없으면 협약은 장식에 그치고, 노동자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일하게 된다. 협약이 채택됐다는 헤드라인과 노동자의 통장에 찍히는 금액 사이에는, 수십 개국의 정치적 의지라는 건너기 힘든 강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플랫폼 기업의 거대 자본 로비가 입법을 뒤집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투표 Prop 22에서 우버·도어대시·리프트·인스타카트·포스트메이츠는 합계 2억 5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어 노동자 보호 법 AB-5를 단번에 무력화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비싼 주민투표였고, 이들은 앱 화면을 통해 이용자에게 직접 지지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나는 이 전략이 다른 나라에서도 복제될 수 있다고 본다. 협약이 채택되고 각국이 국내법으로 이행하려는 길목마다, 막대한 자본을 동원한 캠페인이 비준을 지연시키거나 보호 수준을 낮추도록 압박할 것이다. 우버 수수료율이 규제 공백 속에서 32%에서 42%로 오른 것을 보면, 기업은 시간과 자본 양쪽에서 노동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노동자는 당장의 생계에 쫓겨 길게 싸우기 어렵지만, 기업은 소송과 캠페인을 몇 년이고 끌고 갈 자금이 있다는 점에서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종이 위의 협약과 현실의 알고리즘 사이에는 돈으로 메울 수 있는 넓은 틈이 존재한다.
- 미국·중국의 미비준은 최대 플랫폼들을 협약 바깥에 둔다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인 우버·도어대시·디디·메이투안의 본거지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두 나라가 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가장 많은 노동자를 거느린 바로 그 기업들에는 법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 나는 이 공백이 협약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갉아먹는다고 본다. 국제 노동 기준이 정작 가장 규제가 필요한 거대 기업을 피해 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이 협상에서 덜 강제적인 접근을 미는 것도, 중국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결국 자국 산업 보호라는 동일한 동기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이들 거대 플랫폼은 국경을 넘나들며 영업하기 때문에, 본국이 빠지면 다른 나라가 아무리 규제해도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지 않고 버틸 여력이 생긴다. 협약이 EU와 일부 중남미 국가에만 적용되고 거대 본진이 빠진다면, 그것은 절반의 지도에만 그어진 선에 불과하며, 나는 이 비대칭이 협약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본다.
전망
## 단기 전망 (1~6개월) 가장 먼저 결판이 나는 건 2026년 6월 제네바 협상장이다. 제114차 총회는 6월 1일에서 11일 사이에 플랫폼 협약의 본문 구조를 사실상 확정하는데, 나는 이 단기 국면에서 '구속력 있는 협약 + 비구속적 권고'라는 이중 구조 자체는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알맹이다. 알고리즘 투명성과 자동화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권이 협약 본문에 남느냐, 아니면 권고로 밀려나느냐가 향후 5년의 방향을 결정한다.
내가 base case로 보는 시나리오는 '협약은 채택되지만 핵심 조항은 권고로 빠지는' 절반의 승리다. 현재 협상 동학을 보면 미국·아르헨티나·파키스탄이 덜 강제적인 접근을 밀고, 150개국 기업을 대표하는 국제사용자기구가 협약이 "지나치게 길고 강제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EU·브라질·멕시코와 국제노총, 그리고 휴먼라이츠워치·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 연합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양쪽이 타협해 '강한 원칙 + 약한 집행'이라는 외교적 봉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나는 판단한다.
단기 국면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여론의 반응 속도다. 협약 본문에서 알고리즘 투명성이 빠졌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노동 단체와 디지털권리 단체가 즉각 반발 캠페인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향후 몇 달 안에 '알고리즘 투명성을 협약에 되돌려라'는 구체적 요구가 국제적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이 압력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최종 표결 직전에 조항이 다시 본문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 한국 언론과 노동계도 이 흐름을 주시하며 국내 플랫폼 노동 입법 논의에 곧바로 연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 중기 전망 (6개월~2년) 협약이 채택된 뒤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ILO 협약은 채택만으로는 효력이 없고, 각국이 비준해 국내법으로 옮겨야 비로소 구속력을 갖는다. 나는 향후 2년 동안 비준 경쟁이 극명하게 양극화될 것으로 본다. 한쪽에서는 EU 회원국들이 2026년 12월 플랫폼 노동 지침 이행 기한과 맞물려 빠르게 비준에 나설 것이다. 멕시코처럼 이미 피고용자 인정 입법을 마친 나라들도 가세할 것이다.
반대로 플랫폼 기업의 본거지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버·디디가 핵심 시장으로 삼는 다수 개도국은 비준을 미루거나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우버 수수료율이 2022년 32%에서 2024년 42%로 오른 추세가 중요하다.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알고리즘은 더 정교하게 노동자 몫을 깎아낼 것이고, 나는 2년 안에 일부 플랫폼의 실효 수수료율이 특정 운행 기준 50%를 넘는 사례가 더 흔해질 것으로 본다. 규제와 착취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중기적으로 주목할 또 다른 변수는 노동자 조직화다. 멕시코의 UNTA 같은 플랫폼 기반 노조가 다른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EU의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가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면, 협약의 약한 집행을 현장의 압력이 보완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법이 못 하는 일을 한동안 노조와 법정이 대신하는 국면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서도 라이더유니온 같은 플랫폼 노조의 목소리가 이 흐름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EU 플랫폼 노동 지침의 이행이 중기 전망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26년 12월 모든 회원국이 이 지침을 국내법으로 옮기면, 알고리즘에 의한 해고 금지와 인간 감독 의무가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가 처음으로 대규모로 검증된다. 나는 EU의 경험이 성공적이라면 그것이 ILO 협약 비준을 망설이는 다른 나라들에 강력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본다. 반대로 EU에서조차 집행이 흐지부지된다면, 회의론자들에게 '거봐라, 알고리즘 규제는 비현실적'이라는 빌미를 줄 수 있다. 결국 중기 2년은 규제의 실현 가능성 자체가 시험대에 오르는 기간이다.
## 장기 전망 (2~5년)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건 규모다. 세계은행은 플랫폼 노동자가 2030년까지 10억 명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세계경제포럼은 긱 경제가 2030년까지 전체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긱 이코노미 플랫폼 시장은 2025년 4,850억 달러에서 2030년 8,750억 달러로 연평균 11.1% 성장이 예상된다. 나는 이 규모의 관성이 결국 정치를 움직일 것으로 본다. 4억 명일 때는 무시할 수 있어도, 10억 명을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다만 규모가 곧 권리는 아니다. 여기서 bull·base·bear 세 갈래로 길이 갈린다. 낙관 시나리오(bull)에서는 EU 지침과 멕시코 입법이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고, ILO 협약의 약한 조항을 각국 입법이 거꾸로 강화하면서 알고리즘 투명성이 기본권으로 자리 잡는다. 이 경우 5년 뒤에는 '고용주 추정 원칙'이 다수 국가의 상식이 되고, 플랫폼은 알고리즘 결정에 대한 설명 의무를 지게 된다.
기본 시나리오(base)에서는 라자스탄식 절충이 표준이 된다. 인도 라자스탄주가 2023년 거래 건당 1~2%의 복지세를 도입했듯, 많은 나라가 핵심 고용관계는 건드리지 않은 채 복지 기금만 조성하는 부분적 해법에 머문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조금 오르긴 하지만, 알고리즘이 고용주 노릇을 하는 근본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나는 현실적으로 이 base case의 확률을 가장 높게 본다. 복지세는 정치적으로 통과시키기 쉽고 기업도 거래액의 1~2% 정도는 비용으로 감내할 수 있어, 양쪽이 적당히 만족하는 타협점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절충은 노동자를 '보호받는 시민'이 아니라 '복지 기금의 수혜자'로 남겨둔다는 점에서, 권리의 본질을 비켜간 해법이라고 나는 본다.
비관 시나리오(bear)에서는 협약이 협약 189호의 전철을 밟는다. 채택 후 12년이 지나도 19%만 비준한 그 협약처럼, 플랫폼 협약도 종이 위의 승리로 끝난다. 미국과 중국이 비준하지 않는 한 세계 최대 플랫폼들에는 법적 구속력이 미치지 않고, Prop 22에 투입된 2억 500만 달러식 로비가 다른 나라에서도 복제된다. 플랫폼 노동자의 35%만 연금이 있고 절반 이상이 건강보험이 없는 현재의 기준선이 그대로 5년 뒤로 이어진다.
나는 이 세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가 전 세계에 일률적으로 펼쳐지기보다, 지역별로 갈라지는 '분절된 미래'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EU와 멕시코,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는 bull에 가까운 보호가 자리 잡고, 미국과 아시아 대부분에서는 base나 bear에 머무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우버 운전자라도 마드리드에 사느냐 휴스턴에 사느냐에 따라 권리의 하늘과 땅 차이를 겪게 된다. 알고리즘은 국경을 모르지만 노동권은 여전히 국경에 갇혀 있다는 모순이, 향후 5년 동안 가장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 분절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 바로 ILO 협약의 구속력이라는 점에서, 나는 이번 협상의 무게가 더욱 크다고 본다.
## 연쇄 효과와 제언 이 사안은 노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고용주의 책임 없이 사람을 관리할 수 있다는 선례가 굳어지면, 그 논리는 채용·신용평가·보험·임대 같은 영역으로 번질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자동화가 노동에서 합법화되는 순간, 우리 사회 전체가 '결정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시스템'에 익숙해진다. 이미 채용 알고리즘이 이력서를 거르고, 신용 알고리즘이 대출을 거절하는 시대다. 노동에서 책임의 공백을 막지 못하면, 다음 차례는 우리가 집을 빌리고 돈을 빌리는 모든 결정이 될 것이다. 나는 ILO 협상이 사실상 AI 시대 책임 소재의 첫 시험대라고 본다.
그래서 내 제언은 분명하다. 협약의 분량이나 임금 조항을 두고 다투기 전에, 단 하나 — '알고리즘으로 고용주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은 고용주다'라는 정의 — 를 구속력 있게 지켜내는 데 모든 정치적 자본을 걸어야 한다. 임금 인상은 그 정의가 서고 난 뒤에야 비로소 청구할 상대가 생긴다. 각국 정부에는 EU의 고용 추정 원칙을 협약의 최저 기준으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고, 노동 단체에는 알고리즘 투명성이라는 단일 쟁점에 화력을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소비자인 우리도 무력하지 않다. 어떤 앱이 노동자에게 결정을 설명하는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지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모이면, 그것이 비준을 미루는 정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압력이 된다. 우리가 매일 누르는 주문 버튼 하나하나가 사실은 어떤 노동 모델을 지지하느냐는 투표이기도 하다. 단어 하나가 4억 3,500만 명의 권리를 가른다면, 우리는 그 단어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번 ILO 협상의 결과가 향후 모든 AI 자동화의 책임 소재를 가늠하는 첫 판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World Bank: 플랫폼 노동자 4억 3,500만 명 추정 — 스태핑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 세계은행 "Working Without Borders" 보고서,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 1억 5,400만~4억 3,500만 명(노동력의 4.4~12.5%)
- 긱 이코노미 글로벌 규칙 도입에 다가서는 ILO — 제네바 솔루션스, 국가별 입장 대립 구도 및 알고리즘 투명성 조항 격하 위기, 시장 가치 10.2조 달러
- 착취의 알고리즘 — 휴먼라이츠워치 2026, 74세 베이루트 우버 기사 압라함 사례, EU 4,300만 명 52% 증가
- 긱의 덫 —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텍사스 노동자 127명 실효 시급 5.12달러, 연방 최저임금 대비 30% 미달
- 우버 알고리즘 착취 — 사이버뉴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연구, 우버 수수료율 2022년 32%→2024년 42%, 알고리즘 가격 차별
- 제114차 ILC — 플랫폼 경제의 적정 노동 — 국제노동기구(ILO) 공식, 제114차 총회 구속력 협약+권고 2차 논의
- EU 플랫폼 노동 지침 합의 — 유럽연합 이사회, 고용 추정 원칙·알고리즘 투명성·2026년 12월 이행 기한
- 노동자 오분류의 비용 — 경제정책연구소(EPI), 건설 1만 9,526달러·트럭 2만 1,532달러 연간 손실
-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22호 — 위키피디아, 플랫폼 기업 2억 500만 달러 로비, 캘리포니아 사상 최대 주민투표
- 플랫폼 노동자와 사회보장 —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ILO 글로벌 설문, 연금 보유 35%, 건강보험·산재보험 미가입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