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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짜리 오마카세에 줄 서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AI 생성 이미지 - 빈 히노키 원목 스시 카운터, 검은 의자들, 나무 표면에 놓인 스마트폰, 창밖으로 보이는 붐비는 캐주얼 식당의 실루엣
AI 생성 이미지 - 오마카세 붐이 지나간 후 남겨진 빈 스시 카운터

한줄 요약

한국 오마카세 시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 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오마카세' 검색 지수는 2023년 1월 최고치 100에서 2026년 5월 15로 약 85% 급감했으며,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 수준(20)보다도 낮은 수치다. 오마카세를 포함한 일식 음식점 2,593곳이 2023년부터 2026년 5월 사이 문을 닫았고(행정안전부), 캐치테이블 예약 플랫폼에서도 일식 오마카세는 2023~2024년 카테고리 1위에서 2025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현상은 단순한 외식 유행의 순환이 아니라, 음식을 '경험 소비'와 '사회적 과시'의 도구로 소비하는 한국 특유의 소비 구조가 경기 둔화와 맞물려 빚어낸 구조적 붕괴의 성격을 띤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진짜 일식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다음 트렌드로 똑같은 사이클이 반복될지가 이 글의 핵심 질문이다.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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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지수 85% 폭락이 말해주는 것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오마카세' 검색 지수가 2023년 1월 최고치 100에서 2026년 5월 15로 급락하며 약 85%가 증발했다. 이 수치는 절대적인 검색 횟수가 아니라 상대 지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극적으로 식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더 주목할 것은 이 수치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 수준(20)보다도 낮다는 점인데, 이는 오마카세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그 아래로 내려갔다는 의미다. 캐치테이블 예약 플랫폼에서도 일식 오마카세는 2023~2024년 외식 카테고리 1위에서 2025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검색 관심과 예약 수요가 동시에 붕괴한 것은 단순한 트렌드 피로가 아니라 소비 구조 자체의 전환을 시사한다. 나는 이것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마카세라는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이라고 본다. 같은 기간 중저가 뷔페나 가성비 일식에 대한 검색은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소비자가 일식 자체를 외면한 게 아니라 프리미엄 과시 소비로서의 오마카세만 외면한 것이라는 해석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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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음식점 2,593곳 폐업의 실체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오마카세를 포함한 일식 음식점 2,593곳이 2023년부터 2026년 5월 사이에 문을 닫았다. 이 수치는 오마카세 전용 통계가 아니라 일식 음식점 전체의 폐업 건수라는 점에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음식점 1,821곳, 카페 624곳이 폐업한 것과 비교하면 일식 카테고리가 받은 타격이 유독 크다. 오마카세 열풍이 일식 음식점 전체의 급격한 팽창을 이끌었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전체 카테고리에 충격파를 안긴 것이다. 특히 2021~2023년 사이에 높은 인테리어 비용과 프리미엄 식자재 공급망에 투자하면서 진입한 신규 매장들은, 유행이 식으면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2025년 기준으로 한국 외식업 전체에서 개업 5년 이상 업체의 폐업이 41,659곳으로 2007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이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Korea JoongAng Daily 2026-07-06, 국세청 자료). 2,593곳이라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며, 일식 외 다른 외식 카테고리까지 포함하면 붕괴의 규모는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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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소비"로서의 오마카세 — 패션의 논리

오마카세 붐의 본질은 미식이 아니라 퍼포먼스 소비(performance consumption)였다. 2023년 인스타그램에서 한글 '오마카세' 검색 시 약 60만 건의 게시물이 나올 정도로, 오마카세는 "먹는 음식"이 아니라 "찍어서 올리는 콘텐츠"로 소비됐다. "스강신청"(수강신청처럼 치열한 예약 경쟁), "포미족"(자기 만족 최우선 소비층) 같은 신조어들이 이 현상의 문화적 코드를 보여준다. 점심 13만원, 저녁 25만원이라는 가격은 배타적 신호로 기능했는데, 이 신호의 핵심은 "비싸니까 특별하다"는 인식이었다. 오마카세가 너무 많은 사람의 인스타 피드에 등장하자 사회적 희소성이 증발했고, 희소성이 사라지자 갈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검색 지수가 85% 빠지는 속도는 맛의 변화가 아니라 유행의 전환으로만 설명 가능한 속도이며, 이것이 오마카세가 음식이 아니라 패션이었음을 증명한다. 마카롱이 그랬고, 크로플이 그랬고, 오마카세도 같은 경로를 밟은 것이다. 다만 오마카세의 단가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거품이 터졌을 때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한 접시 3,000원짜리 마카롱이 유행하다 사라지는 것과 1인 25만원짜리 코스가 유행하다 사라지는 것은 규모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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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교 — "번성"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왜곡"

일본 오마카세 시장이 한국과 달리 팽창하고 있다는 비교 프레임은 절반만 맞다. 2024년 방일 외국인이 연간 3,500만 명 이상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관광청 통계), 도쿄 오마카세(3만~10만 엔)가 뉴욕·홍콩 파인다이닝(5~6만 엔) 대비 저렴하게 인식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일본 인기 스시집 다수가 오마카세 3만 엔 이상을 받는 게 보편화됐는데, 10년 전만 해도 3만 엔 초과 가게는 극히 일부였다(幻冬舎ゴールドオンライン 2024-02-15). 그러나 이 가격 상승의 수혜자는 외국인이지 일본 내국인이 아니며, "인바운드돈"이라는 신조어(관광객 대상 고가 덮밥)가 생길 만큼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와카야마대 쿠미 카토 교수는 "일본인과 비일본인의 분리가 불쾌한 긴장과 불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Al Jazeera 2024-07-29). 한국은 내부 소비자가 만든 거품이 터진 것이고 일본은 외부 자본이 밀어올린 가격에 내국인이 밀려나는 것으로, 방향은 다르지만 양쪽 다 일반 시민이 자국 음식 문화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귀결된다.

5

외식업 구조적 위기와 원가-매출 괴리

오마카세 붕괴는 한국 외식업 전체의 구조적 위기라는 더 큰 그림 안에 위치한다. aT 발표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8.82로, 전년 동기(72.76) 대비 6.06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준선 100에 크게 못 미친다(뉴데일리경제 2026-07-16). 핵심은 식재료 원가지수 138.35와 경기지수 사이의 59.53포인트 격차인데, 매출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원가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 수익성 개선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2025년 기준 한국 외식업에서 신규 100곳 당 109.5곳이 문을 닫아 역전이 발생했고, 순감소는 12,443곳으로 전년 대비 약 5배 급증했다(Korea JoongAng Daily 2026-07-06, 국세청 자료). 일식 업종이 2026년 2분기에 전 업종 중 최대 상승폭(7.12포인트)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나, 경쟁자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일 가능성이 있다. 오마카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외식업 전반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국면이며, 이 체질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진짜 실력자의 부각과 시장 정화

    오마카세 거품이 꺼지면서 진짜 실력 있는 셰프와 매장이 드러나는 시장 정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붐 시기에는 "오마카세"라는 간판만 걸면 예약이 찼기 때문에, 실력과 관계없이 매장이 난립했다. 하지만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매장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 방송 출연 경력이 있는 유명 셰프 매장은 여전히 예약이 어렵다는 업계 반응이 있는데, 이는 시장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선별"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천 곳의 오마카세 중 어디가 진짜인지 구별하기 어렵던 시절이 끝나고, 생존한 매장이 곧 검증된 매장이라는 공식이 점점 성립하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일식 시장의 전반적인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거품이 걷힌 뒤 진짜가 드러나는 것, 그것이 모든 버블 이후에 남는 유일한 긍정적 유산이다.

  • 가격 장벽 해소와 일식 문화 접근성 확대

    거품 시절의 높은 가격 장벽이 무너지면서 일반 소비자가 양질의 일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 5만~7만원대 가성비 오마카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일부 매장은 22품 코스를 4만9천원에 제공하기도 했다(한국경제 2023-11-12 보도). 캐치테이블 같은 플랫폼을 통한 10~30% 상시 할인도 보편화됐고, 콜키지 프리를 도입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매장도 늘었다. 셰프가 그날 최상의 재료로 코스를 구성해 내놓는 오마카세 형식 자체는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식사 방식인데, "비싸야 오마카세"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이 형식 본래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이전에는 25만원을 내야만 경험할 수 있었던 셰프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제철 재료의 매력을, 이제는 직장인 점심 예산으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거품 붕괴가 소비자에게 가져온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혜택이며, 일식 문화의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이기도 하다.

  • 외식 소비의 다양화와 "민주화"

    오마카세에 집중됐던 소비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한국 외식 시장 전체의 다양성이 넓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매거진 보도(2024-04-05 기사, 유로모니터 인용)에 따르면 이랜드 애슐리의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고, CJ푸드빌 빕스의 매출은 2020년 대비 137% 급증했다. 1인 1만~5만원이면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뷔페의 가치가 재발견된 것이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한 가지에 25만원"보다 "여러 가지를 5만원에"를 선택하는 합리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오마카세 일변도에서 벗어나 뷔페, 대중 일식, 한우 코스, 디저트 코스 등 다양한 형태의 코스 요리가 공존하는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외식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긍정적 변화다. 특정 업태에 대한 쏠림 없이 다양한 가격대와 컨셉이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시장의 모습이다.

  • 소비자 인식의 성숙과 학습 효과

    오마카세 버블을 직접 경험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SNS 인증 중심 소비에 대한 자각이 생기고 있다. 검색 지수 85% 폭락과 주변의 폐업 사례를 목격한 2030세대는,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의 허무함을 체감적으로 배운 세대가 됐다. "다음에 뭐가 유행하면 또 줄 설 거냐"는 자조 섞인 물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학습의 증거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향후 외식 시장에서 "진짜 가치" 중심의 소비가 늘어나는 토양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학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오마카세 세대의 일부는 다음 트렌드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눈을 갖게 됐을 것이다. 이 인식의 전환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소비 문화 전체의 성숙에 기여할 수 있다. 와인 시장이 붐-버스트 이후 내추럴 와인이라는 깊이 있는 문화를 발전시켰듯이, 오마카세 이후의 외식 문화도 표면적 과시에서 실질적 가치 탐구로 진화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우려되는 측면

  • 자영업자의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비용

    오마카세 거품 붕괴의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는 자영업자에게 돌아갔다. 오마카세를 포함한 일식 음식점 2,593곳이 2023년부터 2026년 5월 사이에 문을 닫았는데(행정안전부), 이 숫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창업 자금, 대출금, 그리고 인생을 건 도전의 좌절이다. 특히 2021~2023년 붐에 편승해 고급 인테리어와 프리미엄 식자재 공급망에 투자한 매장들은, 유행이 꺼지면서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을 안게 됐다. 한국 외식업 전체에서 개업 20년 이상 된 업체의 폐업이 2,797곳으로 2021년 대비 61% 급증한 사실(Korea JoongAng Daily 2026-07-06, 국세청 자료)은, 트렌드의 파괴력이 오래된 터줏대감까지 쓸어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행을 만든 건 소비자이지만 유행의 대가를 온전히 치르는 건 언제나 사업자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이 사태에서 가장 잔인하게 드러났다.

  • 외식업 전체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

    오마카세 문제를 넘어 한국 외식업 전반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우려다. aT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가 2026년 2분기 78.82로 개선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기준선 100을 크게 밑돌고, 식재료 원가지수(138.35)와의 격차가 59.53포인트에 달한다(뉴데일리경제 2026-07-16). 이는 장사가 조금 더 되더라도 원가 부담이 더 빠르게 늘어 실질 수익이 개선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한다. 2025년 외식업 신규 개업이 130,114곳으로 13.6% 감소해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은, 시장 진입 매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2026년 3분기 전망지수가 84.08이고 식재료 원가전망지수가 130.22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은 줄지 않으면서 매출 회복은 느린 저수익 정체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 환경에서 체력이 약한 소규모 매장부터 도태될 수밖에 없다.

  • 소비 사이클 반복의 불가피성

    오마카세 이후에도 비슷한 퍼포먼스 소비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 구조적으로 우려된다. SNS 기반의 시각 중심 소비문화, 경험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소비 행태, 사회적 인정 욕구가 결합된 한국의 소비 구조는 오마카세 이전에도 마카롱, 허니버터칩, 와인바 등에서 유사한 붐-버스트를 만들어왔다. 오마카세가 사라진 자리에 다음 유행이 등장하면, 다시 폭발적으로 올라탔다가 급락하는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사이클이 반복될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유행에 빠르게 편승하는 민첩함이 한국 외식 시장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 민첩함이 거품과 붕괴의 주기를 단축시키는 양날의 검으로도 작동한다. 이 구조적 순환을 완화할 제도적·문화적 장치가 없는 한, 같은 교훈이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것이다. 오마카세가 아니라 그 다음 유행이 무엇이든, 사이클의 구조는 놀랍도록 닮을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 일식 카테고리 전체의 위상 하락 리스크

    오마카세 붕괴가 일식이라는 카테고리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오마카세 = 거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각인되면, 오마카세와 무관한 일반 일식 음식점(라멘, 우동, 돈카츠 등)까지 연쇄적으로 소비 기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폐업 통계에서 "일식 음식점" 2,593곳이 오마카세뿐 아니라 일식 전체를 포함하듯이, 소비자 인식에서도 오마카세와 일식 전반의 경계가 모호하다. 일본과의 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한국에서 일식은 외식 시장의 주요 축인데, 이 축이 "과거 유행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위축되면 시장 다양성 자체가 줄어든다. 정성스러운 일식을 적정 가격에 제공하던 동네 일식집들이 오마카세 붕괴의 여파로 함께 타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거품 붕괴의 부당한 연좌 피해라 할 수 있다. "일식 = 비싸고 거품이 낀 것"이라는 인식이 고착되는 것은 일식 외식업 전체에 장기적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망

나는 당분간 한국 오마카세 시장의 구조조정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 네이버 검색 지수가 15까지 내려온 상태인데, 이 수준에서 바닥을 다지려면 추가적인 폐업이 불가피하다. 2023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오마카세를 포함한 일식 음식점 2,593곳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버티고 있는 매장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21~2023년 붐 시기에 높은 임대료 지역에 입점한 매장들은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기 회복의 신호가 뚜렷해지기 전까지 폐업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T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에서 일식 업종이 2026년 2분기에 전 업종 중 최대 상승폭(7.12포인트)을 기록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은 살아남은 매장들이 경쟁자 감소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매장의 경기 체감이 나아지는 것은, 시장 전체가 건강해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약한 매장이 퇴출되면서 남은 매장의 파이가 커진 결과일 수 있다. 검색 지수가 15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이 수치가 반등하려면, 새로운 소비 동기가 형성되거나 기존 오마카세 매장들이 "오마카세"라는 프레임 자체를 넘어서는 차별화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가격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은 이미 삼성동 사례(18만원→9만원)가 증명했다.

가격 측면에서는 양극화가 단기적으로 더 뚜렷해질 것이다. 한쪽 끝에서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오마카세가 여전히 1인 2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예약이 어려운 상태가 계속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5~7만원대 가성비 오마카세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며 중가 시장을 형성해갈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 낀 어중간한 10~15만원대 매장들인데, 이 가격대는 프리미엄의 특별함도 없고 가성비의 매력도 없어서 가장 취약한 구간이다. 나는 이 중간 지대의 매장들이 앞으로 6개월 안에 상당수 가격을 낮추거나 컨셉을 전환하거나,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본다. 삼성동의 한 스시야가 디너 가격을 18만원에서 9만원으로 내린 것은(한국경제 2023-11-12 보도, 단일 매장 사례) 이미 이 흐름의 선구적 케이스였는데, 비슷한 결단을 강요받는 매장이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겠지만, 가격이 소비자의 실제 지불 의사에 맞게 재조정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오피스 밀집 지역인 여의도, 광화문, 판교 같은 곳에서는 "직장인 런치 오마카세"라는 새로운 세그먼트가 자리를 잡으면서, 6만~8만원대로 15품 이상의 코스를 제공하는 모델이 안정적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격대는 특별한 날의 외식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쯤 자기에게 주는 선물"로 기능할 수 있어서, 퍼포먼스 소비가 아닌 진짜 미식 소비로 전환되는 첫 번째 통로가 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 1~2년을 내다보면, 나는 한국 오마카세 시장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 핵심 변화는 "오마카세"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재정의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오마카세는 "비싸고 특별한 일식"의 대명사였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원래 의미인 "셰프에게 맡긴다(お任せ)"에 가까운 형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우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만두 오마카세 등 비일식 오마카세가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이 중 실력과 차별화로 살아남는 형태들이 이른바 "오마카세 2.0"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동시에 중저가 뷔페와 대중 일식 시장이 오마카세에서 이탈한 소비자를 흡수하면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한국경제매거진 보도(2024-04-05 기사 기준)에서 확인된 뷔페 매출 급성장 추세가 이 방향의 선행 지표라고 나는 본다. 이랜드 애슐리가 전년 대비 50%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CJ푸드빌 빕스가 2020년 대비 137%나 뛴 것은, 소비자들이 "비싼 한 끼"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합리적 한 끼"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1~2년 뒤 한국 외식 시장의 중심축은 프리미엄 파인다이닝에서 "프리미엄 경험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미드레인지 업태로 옮겨갈 것이다.

한국 외식업 전체의 구조적 재편도 중기적으로 가속될 것이다. 2025년 기준 외식업체 순감소가 12,443곳으로 전년 대비 약 5배 급증했고, 신규 개업은 130,114곳으로 13.6% 감소해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Korea JoongAng Daily 2026-07-06, 국세청 자료). 개업 5년 이상 업체의 폐업이 41,659곳으로 2007년 이후 최다를 찍은 것은, 트렌드 변화의 타격이 신생 업체뿐 아니라 중견 업체까지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식재료 원가지수(138.35)와 경기지수(78.82)의 격차가 59.53포인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출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수익성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aT가 발표한 2026년 3분기 전망지수는 84.08로 개선 기대가 있지만, 같은 기간 식재료 원가전망지수가 130.22로 여전히 높다. 나는 이 환경에서 살아남는 외식 사업자가 "트렌드를 쫓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정 고객을 확보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2~5년을 내다보면, 나는 한국의 외식 소비 문화에 의미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본다. 오마카세 버블의 교훈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 적어도 일부는 "SNS 인증을 위한 외식"에서 "개인의 취향을 탐구하는 외식"으로 이동할 것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학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검색 지수 85% 폭락이라는 극적인 경험을 직접 목격한 세대에게는 나름의 면역이 생길 수 있다. 이 흐름은 이미 와인 시장에서 관찰된 바 있다. 한국 와인 시장도 2010년대 중반에 SNS 기반 붐과 버스트를 겪었지만, 그 이후 내추럴 와인, 소규모 와이너리, 페어링 다이닝 같은 깊이 있는 문화가 성장했다. 오마카세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일본 식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 제철 재료의 가치, 셰프와 손님 사이의 진짜 소통이라는 오마카세 본래의 정신이 뿌리를 내릴 여지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10년 이상 수련한 셰프가 운영하는 소규모 오마카세는 지금도 예약이 어렵다는 업계 반응이 있다. 이런 매장들은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만의 철학과 단골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버블과 무관하게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향후 한국 오마카세 문화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나는 본다.

일본과의 비교도 장기적으로 흥미로운 변수다. 현재 일본의 고급 스시 시장은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의해 가격이 밀어올려져 있는데, 이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엔화가 반등하거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관광 수요가 줄면, 일본도 한국이 겪은 것과 유사한 가격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거품이 꺼졌고 일본은 번성"이라는 현재의 대비 프레임이 무너질 것이다. 반대로, 한국의 오마카세 문화가 거품을 걷어내고 건강하게 재편된다면, 일본에서 가격에 밀려난 일본인 미식가들이 오히려 한국의 합리적 가격대 고품질 오마카세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음식 문화는 국경을 넘나드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역전 시나리오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엔화의 역사적 약세가 영원하지 않듯, 인바운드 관광 호황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흐름이 한국 내 일식 문화와 결합하여 "K-오마카세"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형성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만하다. 일본식 스시 오마카세가 아니라, 한국 제철 재료를 일본식 기법으로 풀어내거나, 한식 코스에 오마카세 형식을 접목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리하면, 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 소수의 진짜 실력자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재건되고, 가성비 오마카세가 대중 시장으로 안착하며, 한국 일식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한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프리미엄과 가성비의 양극화가 고착되고 중간 가격대는 계속 고전하며, 외식업 전반의 구조적 침체가 완만하게 지속된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 전체의 수축이 오마카세를 넘어 대중 일식까지 확산되고, 일식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한국 외식 시장에서 위상을 잃게 된다. 나는 기준 시나리오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데, aT 경기지수가 개선 추세이긴 하지만 원가 부담이 여전히 크고, 소비자의 외식 행태 변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의 소비 패턴이 "경험 과시"에서 "가치 탐구"로 이동하는 흐름은, 단기적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세대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되돌리기 어렵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 오마카세 시장 규모는 붐 시절의 절반 이하로 수축하되, 남은 시장의 질적 밀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솔직히 짚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2030세대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며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프리미엄 일식 트렌드가 등장한다면, 오마카세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한일 관계의 개선이나 일본 여행의 보편화가 오히려 한국 내 일식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거나 식재료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 외식업 전체의 위기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연쇄 효과도 주목해야 하는데, 오마카세 폐업은 단순히 매장 하나가 닫히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 유통업자, 식기 납품업체, 인테리어 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준다. 이 공급망의 축소는 향후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재건에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고급 수산물 유통망은 한번 축소되면 재구축에 수년이 걸리는 특성이 있어서, 오마카세 시장의 반등 속도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외식업 자영업자를 위한 폐업 시 긴급 지원금이나 업종 전환 교육 프로그램의 대폭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없이는 다음 소비 사이클에서도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상황에서 각 주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내 생각을 말하고 싶다. 현재 오마카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트렌드에 기대는 대신 자기만의 단골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오마카세"라는 간판보다 "이 셰프의 요리"라는 개인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방어벽이 된다. 외식업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사업자에게는 솔직히 신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외식업 신규 개업이 13.6% 감소하고 있다는 건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신호이며, 트렌드를 쫓아 뛰어들기보다 자기만의 확실한 차별점과 충분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시작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음에 뭐가 유행할까"보다 "나는 진짜로 뭘 좋아하는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그게 결국, 거품에 휩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25만원짜리 저녁이든, 다음에 올 어떤 트렌드든, "나는 이걸 왜 소비하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놓지 않으면 적어도 유행의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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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Best가 남미에 첫 상륙한다 — 페루 음식, 진짜 소프트파워가 됐을까

The 50 Best Restaurants 시상식이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페루 리마에서 개최되며, 남미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다. 페루는 지난 30년간 가스통 아쿠리오를 필두로 요리를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 도구로 설계해왔고, 2023년 Central과 2025년 Maido의 연이은 세계 1위 수상은 그 결실이다. 미식 관광이 관광 GDP의 21.9%를 차지하고 38만 8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급 레스토랑 중심의 미식 붐이 가져온 젠트리피케이션, 랭킹 산업의 상업성 논란, 혜택의 불균형한 분배라는 구조적 그림자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 글은 페루의 음식 소프트파워 전략이 진정한 성공 모델인지, 아니면 랭킹과 정부 홍보가 만들어낸 화려한 쇼케이스에 머무는지를 따져보고, K-푸드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국에 주는 함의까지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페루의 전략은 분명 배울 점이 있지만, 음식이 진정한 국력이 되려면 셰프의 명성이 아닌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까지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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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72명이 113,518명이 됐다 — 그런데 다들 '남극 관광 폭증'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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