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Best가 남미에 첫 상륙한다 — 페루 음식, 진짜 소프트파워가 됐을까
한줄 요약
The 50 Best Restaurants 시상식이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페루 리마에서 개최되며, 남미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다. 페루는 지난 30년간 가스통 아쿠리오를 필두로 요리를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 도구로 설계해왔고, 2023년 Central과 2025년 Maido의 연이은 세계 1위 수상은 그 결실이다. 미식 관광이 관광 GDP의 21.9%를 차지하고 38만 8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성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고급 레스토랑 중심의 미식 붐이 가져온 젠트리피케이션, 랭킹 산업의 상업성 논란, 혜택의 불균형한 분배라는 구조적 그림자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 글은 페루의 음식 소프트파워 전략이 진정한 성공 모델인지, 아니면 랭킹과 정부 홍보가 만들어낸 화려한 쇼케이스에 머무는지를 따져보고, K-푸드 세계화를 추진하는 한국에 주는 함의까지 분석한다. 결론적으로 페루의 전략은 분명 배울 점이 있지만, 음식이 진정한 국력이 되려면 셰프의 명성이 아닌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까지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핵심 포인트
24년 역사상 최초 남미 개최와 명칭 변경의 역사적 의미
The 50 Best Restaurants 시상식이 2026년 11월 4일 페루 리마의 Teatro Municipal에서 열리며, 24년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기록을 세운다. Mincetur와 Andina 통신에 따르면 이는 "페루와 남미 역사상 최초"라는 공식 기록이다. 원래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지가 변경되었고, 주최 측은 공식적인 변경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올해부터 명칭도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The 50 Best Restaurants'로 바뀌었으며, 더 넓게는 레스토랑과 바, 호텔, 와이너리를 아우르는 'The 50'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리브랜딩이 이루어졌다. 2025년 1위를 차지한 Maido가 이번 시상식에서 Best of the Best 명예의 전당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홈 도시에서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Central과 함께 리마 출신 두 레스토랑이 동시에 명예의 전당에 소속되는 전례 없는 기록이 된다. 이 모든 것이 한 도시에서 동시에 일어난다는 건, 리마가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니라 세계 미식의 현 주소를 상징하는 무대라는 의미다.
페루의 30년 음식 소프트파워 전략과 삼위일체 거버넌스
페루의 미식 혁명은 우연이 아니라 30년간의 의도적 국가 전략의 결과다. 가스통 아쿠리오는 Americas Quarterly 인터뷰에서 "우리의 문화유산인 요리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비전을 밝혔고, 그의 레스토랑 그룹은 Forbes Perú 2025년 10월 기준으로 10개국 19개 도시에 74개로 확장되었다. 정부는 PromPerú와 Marca Perú를 통해 요리를 국가 브랜딩의 핵심 축으로 설계했으며, PromPerú 대표는 페루 요리를 "국가 국제 홍보의 전략적 자산"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했다. Marca Perú의 국내 인지도 100%, 자부심 유발 80%, 활성 라이선스 1,408개라는 수치는 이 브랜딩이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국가 인프라 수준의 사업임을 보여준다. 페루 안팎에서 미식을 페루의 대표적 소프트파워로 인정하는 시각이 널리 퍼진 건 이러한 체계적 설계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전략은 셰프의 비전과 정부의 지원, 국가 브랜딩의 삼위일체가 만들어낸 사례로서, 다른 나라들이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미식 관광의 측정 가능한 경제적 성과
Mincetur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식 관광은 페루 관광 GDP의 21.9%를 차지하며 6,832백만 솔(약 18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미식 관련 고용은 38만 8천 개 이상으로 관광 고용의 29.6%에 이른다. PromPerú 조사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81%가 현지 음식 체험을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로 꼽았고, 미식 목적 방문자의 평균 지출은 1,237달러로 일반 관광객보다 196달러 높았으며, 평균 체류 기간은 10박에 달했다. 2025년 국제 방문자 수는 415만 7,469명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고, 페루는 World Travel Awards에서 세계 최고 미식 관광지로 12번이나 선정되었다. Andina 통신에 따르면 50 Best 행사의 경제 효과도 상당하여, 서울 아시아 50 Best 2025는 8,200만 인터랙션을, 리우 라틴아메리카 50 Best는 광고가치 환산 4,0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들은 미식이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닌, 측정 가능한 경제적 동력이 되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근거다.
미식 젠트리피케이션과 혜택 분배의 구조적 불균형
FLACSO 학술지 Íconos에 실린 Claux(2024)의 에스노그래피 연구는 리마 미라플로레스 Santa Cruz 지역에서 2012~2016년 사이 미식 붐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시켰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고급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의 입점으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Caja-Corrales 등(2025)의 연구는 미식 젠트리피케이션이 전통 요리 관행과 지역 행위자, 음식에 부여된 상징적 의미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Maido의 기본 테이스팅 메뉴 약 1,190솔(Forbes Brasil 2025년 6월 기준)과 Central의 수백 달러대 가격은 리마 시민 대다수에게 접근 불가능한 수준이다. Reyes Garcés의 학술 저서 『Gastropolitics and the Specter of Race』는 더 나아가, 페루 미식 혁명이 표방하는, 음식이 인종 간 벽을 허문다는 서사가 오히려 기존의 인종적이고 젠더적인 위계를 재강화한다고 비판했다. 2023년 미식 관광객 175,049명의 평균 지출 1,237달러가 리마의 어느 지역에서, 어떤 계층에게 분배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 불균형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 비판은 미식 소프트파워의 성공이 반드시 사회 전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견제다.
50 Best 랭킹의 구조적 한계와 신뢰성 논란
Tasting Table의 심층 분석에 따르면 50 Best 랭킹의 투표단 972명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며, 지역 배분에서 미국 108표 대 중국과 한국 합산 36표라는 인구 대비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투표자의 실제 레스토랑 방문 여부를 증명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이 시스템의 근본적 취약점이다. 50 Best의 그룹 편집장 자신이 "이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한다(We acknowledge that it's not definitive)"고 발언한 바 있다. 국가 관광청의 스폰서십이 랭킹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PromPerú가 이번 리마 시상식의 공식 파트너라는 사실은 이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2019년에 서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편향을 시정하기 위한 투표 방식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구조적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페루의 성취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그 성취를 공정하고 균형 있게 평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문화 자원의 경제적 가치화 성공
페루는 요리라는 무형의 문화 자원을 측정 가능한 경제적 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미식 관광이 관광 GDP의 21.9%를 차지하고, 38만 8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81%가 음식 체험을 핵심 경험으로 꼽는다는 건 결코 사소한 수치가 아니다. 미식 관광객의 평균 지출이 일반 관광객보다 196달러 높고 체류 기간도 10박으로 긴 편인데, 이는 미식이 고부가가치 관광의 핵심 동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50 Best 행사의 개최 효과도 상당하여 서울에서 8,200만 인터랙션, 리우에서 4,080만 달러 광고가치를 기록했고, 리마의 글로벌 본 행사는 이보다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성과는 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활용 방법을 모르는 많은 나라들에게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
- 독창적 요리 장르 탄생과 문화적 자신감 회복
페루 미식 혁명은 단순히 기존 요리를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아니라, 닛케이(일본-페루 퓨전)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독창적인 요리 장르를 탄생시켰다. Central이 해발 고도별 페루 생태계를 코스 요리로 재현한 접근법은 자국의 생물다양성을 문화 콘텐츠로 전환한 혁신적 사례다. 20년 전 리마 최고급 레스토랑이 전부 프랑스 요리를 내놓던 시절에서, 이제는 안데스 고산지대의 토착 식재료가 파인다이닝의 주인공이 되는 180도 반전이 일어났다. 이 변화는 페루인들에게 자국 식문화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Marca Perú에서 국민의 80%가 자부심을 느낀다는 Brand Finance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문화적 자신감의 회복은 GDP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미식 혁명의 가장 깊고 지속적인 성과라 할 수 있으며, 비슷한 잠재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영감을 주는 부분이다. 문화와 음식이 하나의 국가 브랜드로 융합되는 이 과정은, 인지도보다 자부심이 먼저 움직일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소프트파워가 탄생한다는 점을 페루가 가장 명확하게 증명해 보인 사례라 할 수 있다.
- 체계적 국가 브랜딩 거버넌스의 벤치마크
페루의 미식 전략은 셰프 개인의 역량이 아닌 셰프와 정부, 브랜딩 기구의 삼위일체 거버넌스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아쿠리오의 비전을 정부가 PromPerú와 Marca Perú를 통해 국가 인프라 수준으로 뒷받침한 것은, 문화 산업에서 민관 협력의 교과서적 사례다. PromPerú가 50 Best 시상식의 공식 파트너가 된 것도, 관광과 국제 이벤트를 미식 브랜딩에 체계적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의 일환이다. Marca Perú의 활성 라이선스 1,408개가 관광과 미식, 수출,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는 건, 이 거버넌스가 미식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 브랜드 전체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K-푸드를 포함해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추구하는 나라들에게 이 거버넌스 모델은 가장 핵심적인 벤치마크 대상이 된다.
- 교육 투자와 사회적 이동성으로의 연결 시도
아쿠리오가 2007년 리마 빈민 지역에 설립한 Instituto de Cocina Pachacutec은 미식 붐이 사회적 이동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이다. Americas Quarterly 기사(2013년경) 당시 이미 리마에 35개 이상의 요리 교육기관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은 미식 혁명이 고급 레스토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교육 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Mistura 미식 축제가 2012년 정점에서 50만 6천 명 이상을 모은 것은 미식을 엘리트 문화에서 대중적 축제로 확장시킨 상징적 성과였다. 미식 관련 38만 8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관광 고용의 29.6%를 차지한다는 건, 이 분야가 다수의 노동 시장에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교육과 대중 참여를 통해 미식 혁명의 혜택을 더 넓은 계층으로 확산하려는 시도 자체가 다른 나라들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려되는 측면
- 미식 젠트리피케이션과 주민 퇴거의 현실
Claux(2024)의 FLACSO 학술 연구가 밝힌 미라플로레스 Santa Cruz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미식 붐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그림자다. 고급 레스토랑과 베이커리의 입점이 임대료를 끌어올리면서 기존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Caja-Corrales 등(2025)의 연구는 이를 전통 요리 관행과 지역 행위자, 음식에 부여된 상징적 의미의 훼손으로 규정했다. Maido 테이스팅 메뉴 약 1,190솔과 Central 수백 달러대 가격은 리마 시민 대다수에게 접근 불가능한 수준이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있는 도시에서 그 혜택이 극소수에게 집중되는 모순적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음식이 국가의 자부심이 되었지만, 그 자부심의 물질적 결실은 사회 전체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
- 랭킹 시스템의 구조적 편향과 상업적 이해관계
50 Best 랭킹의 투표단 972명 중 다수가 백인 남성이고, 미국 108표 대 중국과 한국 합산 36표라는 지역 배분 불균형은 이 시스템의 서구 중심성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투표자의 실제 방문 증명 의무가 없다는 점은 평가의 신뢰성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국가 관광청 스폰서십과 랭킹 결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PromPerú가 리마 시상식의 공식 파트너라는 사실이 이 논란을 증폭시킨다. 50 Best 그룹 편집장이 스스로 "결정적이지 않다"고 인정한 랭킹이 마치 절대적 권위처럼 통용되는 현상은, 미식계의 브랜드 파워와 실제 평가 방법론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이 구조적 편향은 이 랭킹에 의존하는 모든 나라의 미식 전략이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서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페루 역시 이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 홍보 지표와 시민 체감 효과 간의 괴리
Andina 통신을 통해 발표된 50 Best 개최 경제효과 수치들은 화려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주최 측과 정부가 투자 정당화를 위해 산출한 홍보 지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 8,200만 인터랙션이나 리우 4,080만 달러 광고가치, 아부다비 총 도달 60억 명 같은 수치가 실제로 시장 상인의 매출이나 요리사의 근로 조건 개선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는 부족하다. 페루 정부가 발표하는 관광 GDP 21.9%와 38만 8천 일자리라는 수치도 집계 방법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거시적 통계다. 미식 관광객 175,049명의 평균 지출 1,237달러가 리마의 어느 지역에서, 어떤 계층의 사업자에게 지출되었는지에 대한 분배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거시적 성공 지표와 미시적 시민 체감 효과 사이의 괴리는 페루 미식 전략의 장기적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 미식 혁명 서사가 가리는 인종적이고 젠더적인 위계
Reyes Garcés의 학술 저서 『Gastropolitics and the Specter of Race』는 페루 미식 혁명이 표방하는, 음식이 인종 간 벽을 허문다는 서사가 오히려 기존의 인종적이고 젠더적인 위계를 재강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루 셰프들 대부분이 도시 중산층 이상 출신이라는 점, 안데스 원주민의 전통 식재료가 파인다이닝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원래의 문화적 맥락에서 분리되는 현상은 이 비판의 구체적 근거다. 한때 50만 명 이상이 모였던 Mistura 축제가 2019년 사실상 중단된 것은, 대중적 미식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Claux가 지적한 커뮤니티 소속권의 상품화 현상은, 미식 붐이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 구조적 비판을 외면한 채 화려한 랭킹 성과만 부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페루 미식 브랜드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전망
11월 4일 리마 Teatro Municipal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그 자체로 페루 미식의 상징적 정점이 될 것이다. 올해부터 'The 50 Best Restaurants'로 명칭이 바뀌었고, Maido가 Best of the Best 명예의 전당에 합류하면서 2026 리스트의 본선 투표 대상에서는 빠진다. 자기 홈 도시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건, 페루 미식 혁명의 서사에서 이보다 드라마틱한 장면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이다. Central과 Maido 두 리마 레스토랑이 동시에 Best of the Best에 소속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기록이고, 이 장면이 전 세계 미식 미디어와 SNS를 통해 중계될 것이다. 한편 본선에서는 Kjolle(2025년 9위)이나 Mérito(26위) 같은 리마 레스토랑들이 Maido의 빈자리를 채우며 더 높은 순위를 노릴 것인데, Kjolle의 피아 레온은 Central의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의 파트너이기도 해서 리마 미식계의 세대 교체와 확장이라는 또 다른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나는 시상식 직후 한두 달 사이에 리마를 찾는 미식 관광 예약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본다. 특히 미식 관광객의 평균 지출이 일반 관광객보다 196달러 높고 평균 체류 기간이 10박에 달한다는 기존 통계를 고려하면, 시상식을 계기로 유입되는 관광객의 경제적 기여도는 숫자 이상으로 클 수 있다. 시상식 전날인 11월 3일 열리는 50 Best Talks도 업계 관계자와 미디어를 리마로 불러모으는 추가 동력이 될 것이다.
시상식 직후 리마가 체감할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Andina 통신과 Mincetur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50 Best 2025는 8,200만 인터랙션과 410만 동영상 조회를 만들었고, 리우의 라틴아메리카 50 Best는 광고가치 환산 4,080만 달러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북미 50 Best 2025는 호텔과 숙박 수익만 75만 달러 이상을 발생시켰고, 아부다비의 MENA 50 Best 2024는 총 도달 60억 명이라는 수치를 보고했다. 리마의 글로벌 본 행사는 이 지역 대회들보다 미디어 관심과 참석자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과 관광 유입 효과가 이 수치들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나는 이런 수치들이 주최 측과 정부가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산출한 홍보 지표라는 점은 항상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랙션'이나 '광고가치 환산'은 실제 관광 지출이나 고용 증가와 직접 연결되는 지표가 아니며, 실제 시민 경제에 대한 체감 효과는 이보다 작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 보면, 페루 관광의 회복 궤도 위에 50 Best 시상식이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2025년 페루는 국제 방문자 415만 7,469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78.8%에 해당하며 전년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Mincetur 장관 호세 레예스는 2026년 국제 관광객 목표를 400만 명으로 제시했다. 2026년 1분기만 놓고 보면 82만 3,863명이 방문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 회복 궤도는 유지되고 있다. 방문자(visitors)와 관광객(tourists) 통계의 정의 차이에 유의해야 하지만, 큰 그림에서 페루 관광이 회복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시상식이 리마의 미식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 다만 그 증가분이 미라플로레스나 바랑코 같은 고급 지역에 집중되면서, 도시 내 관광 수익의 지역 편중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페루 정부가 시상식 효과를 리마 외 지역(쿠스코, 이카 등)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기적 성패를 가를 열쇠 중 하나다.
페루만 음식 소프트파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아니다. 태국의 Global Thai 프로그램은 이미 전 세계에 태국 레스토랑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일본의 와쇼쿠 유네스코 전략은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격을 높였으며, 한국의 K-푸드 세계화 정책은 한류 콘텐츠와의 시너지를 무기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나는 향후 2년이 이 경쟁의 판도를 가를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50 Best의 브랜드 리브랜딩('The 50'으로의 통합)은 레스토랑뿐 아니라 바, 호텔, 와이너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호스피탈리티 랭킹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어떤 나라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미식 소프트파워의 새 지형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페루는 현재 레스토랑 부문에서 확실한 선두 주자이지만, 바나 호텔 부문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 종합 플랫폼 시대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이미 K-컬처라는 강력한 소프트파워 인프라 위에 음식을 얹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일 수 있다. 2025년 서울에서 아시아 50 Best가 열렸을 때 8,200만 인터랙션을 기록한 것은, 한국이 이미 호스피탈리티 행사의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0 Best 자체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2019년에 투표 방식을 개정해 서구 중심적이고 남성 편향적인 요소를 일부 시정했고, 2026년에는 브랜드 자체를 'The 50'으로 리브랜딩하면서 단순한 레스토랑 랭킹에서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브랜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Restaurant Online에 따르면 이번 리브랜딩은 2002년 창설 이래 최초이며, 파리에서 열린 The 50 Best Hotels 2026이 첫 적용 사례였다. 그룹 편집장이 "이것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한 이상, 앞으로 이 랭킹의 방법론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나는 투표자 실명 공개나 방문 인증 시스템 같은 개혁이 도입되지 않으면,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이 랭킹의 차별적 위상이 흐려질 것으로 본다. 랭킹의 신뢰성은 그 랭킹에 의존하는 페루 같은 나라의 미식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50 Best의 진화 방향은 단순한 업계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 브랜딩 전략과 직결되는 구조적 변수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랭킹의 권위는 올라가겠지만, 동시에 정부 스폰서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페루 같은 적극적 파트너 국가에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2~5년의 장기적 시야에서 보면, 음식은 점점 더 정식 외교 도구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페루가 미식을 소프트파워의 핵심 도구로 확립한 건 페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의 선행 지표로 읽어야 한다. 세계 음식 관광 협회(World Food Travel Association)에 따르면 전 세계 미식 관광 시장은 연간 1,500억 달러 규모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국가 브랜드를 확립한 나라가 관광, 무역, 문화 전반에서 이점을 누리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미 페루가 열어놓은 길 위에 콜롬비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국가들이 자국만의 미식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된다. 미식 외교의 경쟁은 지금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음식 소프트파워의 승자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가장 넓은 층의 국민이 자국 음식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로부터 경제적 혜택을 실제로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K-푸드 전략에 대한 함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이 페루와 유사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K-팝, K-드라마를 통해 강력한 소프트파워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음식은 그 콘텐츠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유통되고 있다. '대장금'에서 시작된 한식 관심이 '흑백요리사'를 거치며 글로벌 대중문화 속에 자리잡은 건 인상적인 성과다. 하지만 페루가 음식을 독립적인 소프트파워 축으로 세운 것과 달리, 한국 음식은 한류의 부속적 요소로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 나는 이것이 강점이자 약점이라고 본다. 강점은 기존 팬덤이 음식 관심으로 전환되는 데 마찰이 적다는 것이고, 약점은 한류의 인기가 식으면 음식도 함께 식을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페루 모델의 교훈은 명확하다. 음식 자체의 독립적 가치와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PromPerú의 체계적 거버넌스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은 K-푸드를 K-컬처의 부속품이 아닌 독자적 소프트파워 축으로 키우는 전략적 독립성이다. 페루가 Marca Perú로 국민의 100% 인지도와 80%의 자부심을 끌어낸 것처럼, 한식만의 독립적 국가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관건이 될 것이다.
향후 전개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생각해볼 수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리마 시상식의 글로벌 미디어 노출이 페루 관광 회복을 가속화하고, 미식 관광이 관광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9%를 넘어 더 커지면서 다른 남미 국가들도 비슷한 전략을 도입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난다. 페루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정책을 도입하고 미식 혁명의 혜택을 리마 외 지역과 서민 경제로 확산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시상식의 일시적인 미디어 관심이 1~2년에 걸쳐 서서히 소화되며, 페루의 미식 브랜드는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극적인 도약은 없다. 미식 관광객 수가 완만하게 증가하되, 구조적 불평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비판이 국제 미디어에서 크게 부각되고, 50 Best 랭킹의 신뢰성 논란이 심화되면서 "랭킹이 만들어낸 거품"이라는 서사가 확산될 수 있다. 나는 현실이 기본 시나리오에 가장 가깝게 전개될 것으로 보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페루 정부의 대응 방식과 50 Best 랭킹의 개혁 속도가 낙관과 비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때 50만 명을 모았던 Mistura 축제의 부활 여부도 페루 미식 혁명이 엘리트 산업에 머무느냐 대중적 문화운동으로 확장되느냐를 가를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물론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페루의 정치적 불안정성이다. 최근 몇 년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교체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져 왔고, 이런 불안정이 관광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식 브랜드의 힘만으로는 상쇄하기 어렵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수백 달러짜리 파인다이닝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식 관광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2025년 국제 방문자 415만 7,469명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78.8% 수준이라는 사실은, 미식 브랜드의 힘만으로 관광 회복을 완성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독자에게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이거다. 음식을 통한 국가 브랜딩에 관심이 있다면, 페루의 성공만 보지 말고 그림자까지 함께 보라. 아쿠리오의 비전과 Pachacutec 요리학교의 사회적 실험, 정부의 체계적 지원과 랭킹 산업과의 관계, 그리고 미라플로레스의 화려함 뒤에 있는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 진정한 음식 소프트파워는 세계 1위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모든 식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The 50 Best Restaurants 2026 리마 개최 공식 발표 — The 50 Best (공식) — The 50 Best Restaurants 2026 리마 개최 공식 발표
- Peru to host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for first time — Andina (페루 국가공식통신사) — Peru to host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for first time
- 페루 미식 관광 경제 통계 — Mincetur 장관 발언 — La República — 페루 미식 관광 경제 통계 — Mincetur 장관 발언
- Gastón Acurio: Peru's Culinary Ambassador — Americas Quarterly — Gastón Acurio: Peru's Culinary Ambassador
- 50 Best 랭킹 비판 심층 분석 — Tasting Table — 50 Best 랭킹 비판 심층 분석
- 미식 젠트리피케이션 학술 연구 — Claux 2024 — FLACSO Íconos — 미식 젠트리피케이션 학술 연구 — Claux 2024
- Acurio Restaurantes 74개 레스토랑 현황 — Forbes Perú — Acurio Restaurantes 74개 레스토랑 현황
- Maido 가격 및 2025 1위 보도 — Forbes Brasil — Maido 가격 및 2025 1위 보도
- PromPerú 미식 관광객 통계 — Andina — PromPerú 미식 관광객 통계
- Gastropolitics and the Specter of Race — Reyes Garcés — Routledge — Gastropolitics and the Specter of Race — Reyes Garcé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