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 use? 독일 법원이 미국법으로 그 변명을 부숴버렸다
한줄 요약
2026년 7월 31일 뮌헨 지방법원이 GEMA v. Suno(Az. 42 O 763/25) 사건에서 내린 판결은 AI 음악 산업의 법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이 판결의 핵심은 미국 내에서 이루어진 AI 훈련에 미국 저작권법(17 U.S.C. §107)을 직접 적용하면서도 Suno의 fair use 항변을 정면 기각한 것으로, 유럽에서 미국 내 AI 훈련 행위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뮤지션 노조 AFM이 유니버설 뮤직과 워너 뮤직을 상대로, 레이블이 아티스트 녹음물을 AI 기업에 라이선스하면서 뮤지션 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노동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대서양 양편에 법적 전선이 동시에 형성됐다. 대서양 양편에서 터진 이 법적 충돌은 AI 기업의 fair use 방어 전략과 레이블의 일방적 라이선스 관행 모두에 제동을 걸며, 음악 산업 내 수십 년간 누적된 구조적 권력 불균형이 AI라는 촉매를 만나 법정에서 폭발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두 사건 모두 최종 확정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전망이지만, AI 음악 훈련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이 허용되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분명하다.
핵심 포인트
뮌헨 법원의 이중 준거법 적용 — fair use 전략의 첫 균열
뮌헨 지방법원 I 제42민사부가 GEMA v. Suno(Az. 42 O 763/25) 사건에서 내린 준거법 결정은 이번 판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법원은 Suno가 미국에서 수행한 훈련 단계의 복제에 대해 미국 저작권법 17 U.S.C. §107을 직접 적용했고, 그 틀 안에서 fair use 항변을 기각했다. GEMA 공식 발표 원문에도 "Auch nach dem dort geltenden amerikanischen Urheberrecht hätten die Anbieter eine Lizenz von der GEMA erwerben müssen"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미국법 기준으로도 라이선스가 필수였다는 판단이 분명하다. 이는 독일 법원이 "독일법을 미국에 강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규칙으로 미국 AI를 판단해도 위법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AI 기업들이 수년간 의존해 온 fair use 방패에 심각한 균열을 냈다. 독일 서버의 모델 내 복제와 독일 내 출력물 공중송신에는 독일 저작권법(UrhG)이 별도로 적용돼 이중 준거법 구조가 판결의 사정거리를 미국과 유럽 양편으로 확장시킨다. 유럽에서 미국 내 AI 훈련 행위에 대해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글로벌 AI 저작권 규제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참조될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AFM의 "New Use" 노동 소송 — 레이블 착취 구조에 대한 최초의 법적 반격
미국 음악가 연맹(AFM)이 2026년 6월 5일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SDNY)에 유니버설 뮤직 그룹, 워너 레코즈, 애틀랜틱 레코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뮤지션 노조가 AI 훈련 문제로 메이저 레이블을 직접 고소한 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핵심 주장은 녹음 노동 협약(Sound Recording Labor Agreement) 제21조 "New Use" 조항 위반으로, 이 조항은 협약이 상정하지 않은 새로운 용도로 녹음물이 쓰일 때 뮤지션에게 보상하고 노조에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레이블이 Suno·Udio와의 합의를 통해 아티스트 녹음물을 AI 훈련에 제공하면서 이 의무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다. 7월 21일 pre-motion conference에서 판사는 AFM에 수정 소장 허가를, 레이블에 각하신청 허가를 동시에 부여했고, 수정 소장은 7월 24일 제출됐다. UMG는 이미 8월 5일 각하신청을 제출했으나, 워너와 애틀랜틱은 8월 14일 마감까지 아직 미제출이며, briefing 종료는 9월 11일로 잡혀 있다. 그럼에도 이 소송의 의미는 단순한 AI 분쟁을 넘어, 뮤지션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통제권을 법적으로 주장한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데 있다.
GEMA 판결의 포괄적 금지 — AI 음악 생성의 전 과정에 제동
뮌헨 법원이 "Atemlos durch die Nacht", "Rasputin", "Big in Japan", "Forever Young", "Mambo No. 5"(일부), "Daddy Cool" 등 6곡에 대해 내린 금지 명령은 AI 음악 생성의 전 과정을 차단하는 수준이다. 법원은 훈련 목적의 무단 복제, 모델 내에 저작물이 저장되는 형태의 복제, 해당 저작물을 포함하는 출력물의 공중송신과 배포, 그리고 현재 형태의 음악 생성기 운영까지 금지했다. GEMA의 법률 고문 카이 벨프는 AI 시스템이 "in erheblichem Umfang beinahe vollständige Werke speichern" — 상당한 범위에서 거의 완전한 저작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단순한 참고가 아닌 실질적 복제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했다. GEMA의 부작위, 정보제공, 손해배상 청구가 "überwiegend(대체로)" 인용돼 법원이 대부분의 쟁점에서 저작권자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법원 보도자료에도 "Das Urteil ist nicht rechtskräftig"라고 명시돼 Suno 측의 항소가 가능하다. 판결의 범위와 구체성은 향후 유사 소송의 틀을 제공할 만큼 상세하다.
레이블의 이중 포지션 — AI에 음악을 넘기면서 뮤지션에게는 침묵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위치에 놓인 것은 메이저 레이블이다. UMG는 2025년 10월 Udio와, WMG는 2025년 11월 Udio 및 Suno와 각각 합의하면서 아티스트의 녹음물을 AI 기업에 라이선스하는 통로를 열었다. 워너 CEO 로버트 킨슬은 이 합의를 "a victory for the creative community that benefits everyone"이라고 자축했는데, 정작 그 creative community의 실질적 노동을 제공한 세션 뮤지션들은 합의 수익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이 AFM의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뮤지션 음원을 AI에 넘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AFM으로부터 바로 그 행위를 문제 삼는 소송에 직면한 것이 레이블의 현재 상황이다. 합의 금액은 전부 비공개이므로 뮤지션에게 실제로 얼마가 돌아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AFM이 소송까지 제기한 사실 자체가 답을 시사하고 있다. 이 이중 포지션은 레이블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구조적 모순 —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소유하면서도 아티스트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사업적 결정을 내리는 관행 — 의 최신 버전이다.
모든 것이 계류 중이다 — 확정된 결론은 아직 없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간과되기 쉬운 사실은, 확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GEMA v. Suno 판결은 법원 보도자료에 명시적으로 "Das Urteil ist nicht rechtskräftig"라고 적혀 있으며, Suno 측의 항소가 사실상 예고돼 있다. 항소심에서는 역외 적용 부분과 모델 내 저장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에 따라 1심 판결의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FM 사건은 그보다 더 초기 단계인데, UMG만 8월 5일 각하신청을 냈고 워너와 애틀랜틱은 8월 14일 마감까지 아직 미제출이며, briefing 종료가 9월 11일이다. 법원의 각하 여부 결정은 그 이후다. 더 넓은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인데, UMG·콩코드·ABKCO가 Anthropic을 상대로 낸 30억 달러 소송(NDCA)에서도 CEO 아모데이의 개인 피고 각하신청이 11월 4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을 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GEMA가 1심에서 이겼다"는 사실이지만 "확정됐다"는 거짓이고, "AFM이 소송을 걸었다"는 사실이지만 "승소했다"는 아직 한참 먼 이야기다.
긍정·부정 분석
긍정적 측면
- 뮤지션 동의권의 법적 확립
GEMA 판결과 AFM 소송은 "AI 훈련에 음악을 쓰려면 만든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정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논의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레이블이 마스터를 소유했으니 모든 라이선스 결정을 단독으로 내렸고, 뮤지션은 사후 통보만 받거나 통보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FM이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노동 협약의 "new use"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 구조에 처음으로 법적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 소송은 단순히 AI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뮤지션의 노동이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되든 그에 대한 보상과 통지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근본적 원칙을 법적으로 확인받으려는 시도다. 1심이든 합의든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면, 그 결론 자체가 뮤지션 동의권에 대한 법적 선례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AI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를 정의하는 첫 번째 이정표가 될 수 있다.
- AI 훈련의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제동
GEMA 판결이 6곡에 대해 내린 포괄적 금지 — 훈련 복제, 모델 내 저장, 출력물 공중송신, 생성기 운영 — 는 AI 음악 기업이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행위에 처음으로 법적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이전에는 AI 기업이 인터넷에 공개된 음악을 자유롭게 크롤링해서 훈련 데이터로 쓸 수 있다는 암묵적 전제가 업계에 깔려 있었다. 뮌헨 법원은 이 전제를 정면으로 부정했고, 미국법 논리로 fair use까지 기각함으로써 "서버가 미국에 있으니 괜찮다"는 변명마저 차단했다. 물론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1심의 논리가 이 정도로 포괄적이라면 항소심에서 전면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 판결은 AI 기업에 "훈련 데이터에도 비용이 있다"는 현실을 직면하게 만든 첫 사례다.
- 글로벌 저작권 논의의 가속화
뮌헨 판결의 이중 준거법 접근은 AI 기업의 "관할권 쇼핑" —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 서버를 두고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 — 에 처음으로 법적 한계를 설정했다. 이 접근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채택된다면, AI 훈련 데이터에 대한 국제적 기준 논의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GDPR이 데이터 프라이버시 분야에서 사실상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낸 것처럼, AI 훈련 저작권 영역에서도 유럽 발 규제가 세계적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EU AI Act가 시행 준비 단계에 있고, 이 법의 저작권 관련 세부 규정과 GEMA 판결의 법리가 결합하면 상당히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형성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이는 AI 기업에 부담이지만, 법적 확실성이 생기면서 투자 환경은 오히려 안정화될 수 있다.
- 노동 협약의 현대적 재해석 기회
AFM 소송은 50년 전에 만들어진 노동 협약의 "new use" 조항이 AI 시대에도 유효한지를 시험하는 전례 없는 법적 실험이다. 만약 법원이 AI 훈련을 "new use"로 인정하면, 이는 음악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창작 산업의 노동 협약 해석에 파급력을 미친다. SAG-AFTRA의 AI 배우 보호 협약, WGA의 AI 학습 보상 논의 등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AFM의 법적 성공은 이 모든 논의에 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해서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용도가 생기면 노동자에게 추가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된다면, 이는 AI 시대의 노동권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원칙은 음악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모든 디지털 창작 노동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려되는 측면
- 뮤지션 실질 보상 실현의 불확실성
이 법적 전쟁이 뮤지션에게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극히 불확실하다. 음악 산업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때마다 뮤지션 보호 논의가 따라왔지만 결국 혜택은 레이블과 플랫폼이 가져갔다. CD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할 때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됐고, 지금의 전체 스트리밍 수익 배분 구조에서 아티스트 직접 수취 비율이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AFM 소송이 승소하거나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그 보상금이 개별 세션 뮤지션에게까지 투명하게 전달되는 메커니즘이 없으면 "원칙의 승리, 현실의 패배"가 될 수 있다. 나는 보상 구조의 투명성이 판결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의 국제적 파편화
독일 법원이 미국법을 해석해 fair use를 부정했지만, 미국 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릴 보장은 전혀 없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AI 학습 관련 소송들에서 fair use가 인정될 경우, GEMA 판결은 유럽 한정 판례로 축소되고 AI 기업은 관할권마다 완전히 다른 규칙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규제 파편화는 AI 음악 기업에 막대한 법적 비용과 운영 불확실성을 안기며, 특히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 국가마다 다른 라이선스 요구사항, 다른 보상 기준, 다른 fair use 해석에 개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은 소규모 스타트업에게 사실상 시장 진입 장벽이 된다. 결과적으로 복잡한 규제 환경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테크 기업만 살아남는 시장 독점이 가속화될 위험이 있다.
- 소규모 AI 혁신의 위축
GEMA 판결이 확립한 "라이선스 없이는 훈련 불가" 원칙은 소규모 AI 음악 스타트업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메이저 레이블과의 라이선스 협상에는 막대한 법률 비용과 협상력이 필요한데, 자본이 부족한 신생 기업이 이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UMG와 WMG는 Suno, Udio 같은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과만 합의를 맺었고, 나머지 소규모 AI 음악 프로젝트들은 합의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라이선스 비용이 AI 음악 시장의 표준이 되면, 대형 테크 기업이나 이미 레이블과 관계가 있는 기업만이 시장에 남게 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개발자들은 시장에 발을 들이기 전에 법적 장벽에 막힐 수 있다. 이는 AI 음악 기술의 다양성과 혁신을 장기적으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 레이블의 중간 수익 독식 가능성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보상 없는 합법화"다. 레이블이 AI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익을 확보하되, 그 수익이 뮤지션에게 투명하게 배분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레이블-AI 합의의 금액이 전부 비공개라는 사실 자체가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레이블이 합의 수익을 독식하고 뮤지션에게는 형식적 통지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AI를 둘러싼 법적 전쟁의 진짜 승자는 뮤지션이 아니라 레이블이 된다. AFM 소송이 이 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소송이 법원 밖 합의로 마무리되면 합의 내용 역시 비공개가 되어 투명성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I 시대에도 "레이블이 중간에서 수익을 독점하는" 산업 구조가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우려다.
전망
2026년 여름에 터진 이 두 사건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전망하려면, 먼저 눈앞에 놓인 확정된 일정부터 짚어야 한다. UMG는 이미 8월 5일에 각하신청을 SDNY에 제출했고, "존재하지 않는 협정에 의거한 지급은 지급이 아니다"라는 논거를 내세웠다. 워너 레코즈와 애틀랜틱은 아직 미제출이며 마감은 8월 14일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이 각하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데, AFM이 내세운 비디오 게임 전례 — 별도 협정이 없었지만 "new use"로 처리한 과거 관행 — 가 UMG의 "협정 없으면 의무 없다" 논리를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때문이다. 9월 11일까지 briefing이 종료되면 법원은 각하 여부를 결정할 텐데, 만약 각하가 기각되면 이 소송은 본안 심리로 넘어가고 음악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한 단계 더 커진다. 같은 시기인 8월 25일에는 Sony v. Udio 기존 소송(333곡 대상)의 문서제출(증거개시) 마감도 다가오고 있어, 이 한 달 안에 AI 음악 관련 법적 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폭주한다.
특히 본안 심리로 넘어갈 경우 가장 중요한 절차적 사건은 증거개시(discovery)다. 증거개시 단계에서는 레이블이 AI 기업과 맺은 합의의 구체적 조건 — 금액, 대상 녹음물 범위, 뮤지션 통지 여부 — 이 법원 기록으로 드러날 수 있다. 현재 전부 비공개인 이 정보가 공개되면, 레이블이 뮤지션의 녹음물을 어떤 조건으로 AI 기업에 넘겼는지가 처음으로 투명하게 보이게 된다. 나는 이 증거개시 과정이 최종 판결보다 더 큰 산업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합의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다른 뮤지션과 노조들도 유사한 정보공개 요구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블에게 진짜 두려운 것은 패소가 아니라 밀실 합의의 내용이 햇빛 아래 놓이는 것일 수 있다. 그 투명성이 확보되는 순간이야말로 이 소송의 진짜 전환점이 될 것이다.
GEMA v. Suno의 항소 여부는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 중 하나다. 판결이 비확정 상태이므로 Suno 측이 항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항소심에서는 특히 역외 적용 부분과 모델 내 저장(memorisation) 기준에 대한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나는 역외 적용 부분이 항소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질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 법원이 미국 영토에서 이루어진 훈련 행위에 미국법을 적용한 것 자체는 법리적으로 탄탄하지만, 이것이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법을 직접 해석하는 선례가 되는 만큼 항소심에서 면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항소 과정이 길어질수록 다른 유럽 국가에서 유사한 소송이 먼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GEMA의 이번 1심 승소를 주시하고 있는 프랑스 SACEM, 영국 PRS 같은 유럽 저작권 관리 단체들이 "뮌헨이 했으니 우리도"라는 연쇄 반응을 시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기적으로 보면 AI 음악 기업들의 사업 모델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IFPI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레코드 음악 수익은 317억 달러이고 유료 스트리밍 구독자만 8.37억 명에 달하는데, 이 거대한 시장에서 AI 라이선스 수익은 아직 별도 항목으로 잡히지도 않는다. Suno 하나만 해도 ARR 3억 달러인데 이게 317억 달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는 거다. GEMA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큰 틀에서 유지된다면, 유럽 시장에서 운영하는 모든 AI 음악 서비스는 각국 저작권 관리 단체와의 라이선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AI 음악 생성 서비스의 원가 구조는 훈련 데이터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태에서 설계돼 있는데, 여기에 라이선스 비용이 더해지면 가격 모델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무료나 저가로 제공되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고, 사용자 수가 줄면서 AI 음악 시장의 성장 속도에 직접적인 제동이 걸릴 것이다. 다만 나는 이것이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고속 성장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무료로 사용한 덕분이었다면, 그 성장 속도가 정상화되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라이선스 비용이 실제로 뮤지션에게 흘러가는 투명한 구조가 만들어지느냐다.
AFM 소송이 각하되지 않고 본안으로 진행된다면, "new use" 조항의 법적 해석은 음악 산업을 넘어 모든 창작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조항의 핵심은 기술이 발전해서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용도가 생기면 창작자에게 추가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AI 훈련이 여기에 포섭된다는 판결이 나오면 그 논리는 다른 산업으로 곧바로 확산된다. SAG-AFTRA는 이미 AI 배우와 디지털 복제 문제로 비슷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작가 조합(WGA)도 AI 학습에 대한 보상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바 있다. "노동 협약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적 이용은 추가 보상 대상"이라는 원칙이 법적으로 확립되면, AI 기업뿐 아니라 AI를 도입하는 모든 기업의 인력 운용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이것이 AI 시대의 노동권을 재정의하는 첫 번째 법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변화가 AI 음악 서비스의 최종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Suno 같은 서비스는 비교적 저렴한 구독료로 누구나 AI 음악을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라이선스 비용이 원가에 반영되면 구독료 인상은 불가피하고, 이는 일부 사용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이중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나는 정식 라이선스를 갖춘 프리미엄 서비스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를 회피하는 그레이존 서비스 시장이다. 음악 스트리밍 초기에 냅스터와 iTunes가 공존했던 것처럼, AI 음악에서도 합법과 비합법 사이의 줄다리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이중 시장 구조는 규제의 실효성 자체를 시험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AI 훈련 데이터에 대한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의 형성이다. GEMA 판결의 이중 준거법 접근이 다른 관할권에서도 채택된다면, AI 기업은 훈련 데이터의 출처가 되는 모든 국가의 저작권법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건 GDPR이 전 세계 데이터 프라이버시 표준을 사실상 끌어올린 것과 비슷한 궤적이다. 다만 저작권법은 개인정보보호법보다 국가별 차이가 훨씬 크기 때문에, 통일된 기준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필요할 것이다. EU 차원에서 AI Act의 저작권 관련 세부 규정이 구체화되면서 하나의 기준이 먼저 잡힐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과 EU 사이의 접근법 차이가 쉽게 좁혀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는 이 과정에서 일종의 "저작권 GDPR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EU가 먼저 엄격한 기준을 세우면,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는 AI 기업들은 결국 그 기준을 전사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모든 시장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보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 운영상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GDPR이 캘리포니아 CCPA를 비롯한 전 세계 개인정보법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GEMA 판결의 법리가 궁극적으로 미국의 AI 훈련 관행에도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빠르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법의 국가별 차이가 개인정보보호법보다 훨씬 크고, 각국의 문화 산업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프레임워크가 형성되려면 수년 이상의 국제적 논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이 전쟁의 규모를 이해하려면 숫자를 좀 봐야 한다. AI 음악 시장 규모 자체가 출처마다 극적으로 다른데, Market.us는 2025년 기준 AI 음악 전체 시장을 66.5억 달러로, Grand View Research는 생성형 AI 음악 세그먼트만을 9.6억 달러로 잡고 있다. 집계 범위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 불일치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산업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단계에서 법적 규제를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한편 음악 저작권 소송의 전선은 더 넓어지고 있다. UMG, 콩코드, ABKCO가 AI 기업 Anthropic을 상대로 3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건(2026년 1월 28일, NDCA) 21,000곡 이상의 저작권 침해를 다루며, CEO 다리오 아모데이까지 개인 피고로 지정했다. 아모데이는 8월 3일 직접침해 혐의에 대한 각하신청을 냈고 11월 4일 청문회가 잡혀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나는 궁극적으로 AI 음악 산업이 "라이선스 기반 모델"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의 "일단 훈련하고 나중에 법적으로 싸우자" 접근은 GEMA 판결 이후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Suno와 Udio 같은 기업들은 이미 레이블과 합의를 맺고 있지만, 이 합의가 뮤지션에 대한 보상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점점 커질 것이다. 문제는 이 전환 과정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AI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대형 테크 기업만 AI 음악 시장에 남게 되고,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시장 독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역설적으로, 뮤지션 보호를 위해 시작된 법적 전쟁이 소수 거대 기업의 시장 지배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입장 변화도 중기 전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같은 플랫폼은 이미 AI 생성 음악의 유통 정책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라이선스가 불분명한 AI 음악의 플랫폼 등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MA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된다면 이런 플랫폼 자체 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AI 음악 기업에게 법적 리스크뿐 아니라 유통 채널 자체가 닫히는 이중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법원 판결 이전에 시장이 먼저 AI 음악의 합법성을 필터링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AI 음악은 합법적 유통 경로 자체를 잃게 된다.
내가 장기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변화는 개별 아티스트의 옵트인·옵트아웃 권리가 확립되는 것이다. 현재는 레이블이 마스터 소유권을 근거로 아티스트의 의사와 무관하게 AI 라이선스를 결정하지만, GEMA 판결과 AFM 소송의 법적 논리가 발전하면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이 AI 훈련에 사용되는 것을 개별적으로 허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등장할 수 있다. 이는 레이블과 아티스트 사이의 권력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프레임워크가 현실화되려면 기술적으로 AI 훈련 데이터에서 특정 아티스트의 기여를 추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데이터 출처 추적(data provenance)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5년 내에 기술적 장벽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법적 압력이 높아지면 AI 기업들의 기술적 방향 전환도 가속화될 것이다.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만으로 학습하거나, 공개 도메인(public domain) 음악만 사용하거나, 뮤지션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어 "동의 기반" 훈련 데이터를 구축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미 일부 AI 기업들은 이런 대안적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 전환이 본격화되면 기존 카탈로그에 대한 라이선스 분쟁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소급적 책임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되며, 이 부분은 법적으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과거에 동의 없이 수집된 데이터로 이미 구축된 모델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AI 산업 전체에 적용되는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GEMA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고, AFM 소송이 본안에서 승소하면서 뮤지션에게 AI 훈련 수익의 일정 비율이 의무적으로 배분되는 프레임워크가 확립된다. 이 경우 AI 음악 기업들은 라이선스 비용이라는 부담을 지지만, 법적 확실성이 생기면서 투자와 혁신이 안정적 궤도 위에서 이어질 수 있다. 기준 시나리오는 좀 더 현실적인데, GEMA 항소심이 일부 쟁점(특히 역외 적용)에서 1심을 수정하고, AFM 소송은 본안까지 가기 전에 법원 밖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뮤지션에게 상징적 보상만 돌아가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원칙은 세워지지만 실질적 변화의 속도는 느리고, 레이블이 AI 라이선스 수익의 배분 주도권을 계속 쥐게 된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항소심이 역외 적용 부분을 뒤집고, AFM 소송이 각하되면서 레이블이 AI 라이선스를 독점적으로 통제하며 뮤지션은 또다시 구조적으로 소외된다. 이 경우 현재의 "레이블이 뮤지션 음원으로 AI와 거래하고 수익은 독식하는" 구조가 법적으로 추인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내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조건도 솔직히 짚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법원이 AI 훈련의 fair use 여부에 대해 독자적으로 긍정적 판결을 내리는 경우다. 현재 미국에서도 AI 학습 관련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데, 만약 미국 법원이 fair use를 폭넓게 인정한다면 GEMA 판결은 유럽에 국한된 예외로 남을 수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 AI 모델이 훈련 데이터를 "복제"가 아닌 "추상화"로 처리한다는 논리가 법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자에게 한 가지만 제언하자면, 이 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되든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이기고 있는가"보다 "보상 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다. 판결의 승패에 매몰되지 말고, 뮤지션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과 보상을 되찾을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일어나려면, 법정 싸움만으로는 부족하다. 라이선스 수익의 배분 구조, 투명성 보고 의무, 뮤지션의 옵트아웃 권리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설계가 따라와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이 전쟁은 또 한 번 레이블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
출처 / 참고 데이터
- 뮌헨 지방법원 I 공식 보도자료 — Bayerisches Staatsministerium der Justiz
- GEMA 공식 발표: Suno 판결 — GEMA
- Music Business Worldwide: AFM 수정 소장 보도 — MBW
- Forbes: GEMA 판결 해설 — Forbes
- beck-aktuell: LG München I 판결 해설 — beck-aktuell
- 뮌헨 지방법원 I 기일 공지 — Bayerisches Staatsministerium der Justiz
- MBW: UMG 각하신청 보도 — MBW
- MBW: AFM 반박 보도 — MBW
- Bloomberg/The Star: 뮤지션 AI 반발 — Bloomberg
- MBW: 31개 단체 오픈레터 — MBW
- IFPI Global Music Report 2026 — IFPI
- MBW: Suno 실적 보도 — MBW
- MBW: Anthropic $3B 소송 — MBW
- MBW: Sony v. Udio 문서제출 — MB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