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도를 버리고 논밭이 된 1,300년 — 아스카·후지와라가 완벽하게 남은 이유
아스카·후지와라 유적이 2026년 7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27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나라현에 위치한 19개 구성자산은 6세기 말부터 8세기 초까지 일본이 중앙집권 국가로 전환하던 시기의 고고학적 흔적으로, 등재 기준 (ii)와 (iii)이 적용되어 중국·한반도와의 문화 교류가 고대 수도 형성에 미친 영향이 공식 인정됐다. 이 유적의 대부분이 지상에 화려한 건축물 없이 땅 아래에 묻혀 있다는 특이성은, 역설적으로 유산의 보존 상태를 탁월하게 만든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일본 최초의 본격 계획 도성이었던 후지와라쿄가 710년 수도 이전 후 농경지로 변해 오히려 원형이 지켜진 사실은, 세계유산의 가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것'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스카 시대가 남긴 다이카 개신, 불교 국가화, 율령 체제라는 유산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출발점 그 자체이며, 이 등재를 계기로 동아시아 고대 문명 교류에 대한 국제적 학술 관심이 새롭게 촉발될 전망이다. 특히 키토라 고분의 천문도나 다카마쓰즈카 벽화의 보존·복원 연구가 국제적 주목을 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경험하게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세계유산 담론의 중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